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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녀 첫 아시안게임 2연패…‘도마요정’ 여서정의 새 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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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부녀 최초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도마 요정 여서정. 여서정의 아빠는 도마의 신 여홍철이다. 우상조 기자

부녀 최초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도마 요정 여서정. 여서정의 아빠는 도마의 신 여홍철이다. 우상조 기자

체조 국가대표 여서정(20·수원시청)은 지난해 도쿄올림픽 도마에서 동메달을 따낸 뒤 ‘도마 요정’이란 별명을 얻었다.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도마 은메달을 땄던 여홍철(51·경희대 교수)의 딸이라고 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여서정이 이번엔 아시안게임 2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아시안게임 2연패는 여홍철이 20여년 전 올랐던 고지다. 여서정은 지난 10일 끝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전에서 신솔이(충북체고)에 이어 2위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에서 14.000점을 기록했는데, 도쿄올림픽 점수(14.733점)보다는 낮았다. 주 종목인 도마에선 압도적 1위에 올랐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열나는 라면’ 과 ‘불맛 볶음면’이 너무 먹고 싶었어요. 손에 라면을 들고 한참 고민했지만, 꾹 참았죠. 대표 선발전이 끝나자마자 (이)윤서 등 체조 선수들과 쇼핑도 하고 매운 음식을 먹었어요.”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올댓스포츠 사무실에서 만난 여서정은 “중2 때는 엄마 몰래 마트에서 빵과 과자를 사 먹다가 들킨 적도 있다. 방문을 닫고 울면서도 꿋꿋이 다 먹었다”며 웃었다. 키 1m54㎝의 여서정은 요즘도 꾸준히 체중을 46~48㎏ 정도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여서정은 “지난해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한동안 고전했다”고 털어놓았다. 갑자기 부녀 메달리스트로 주목을 받으면서 부담감이 생긴 데다 고질적인 허리 통증까지 겹쳐 석 달 정도 재활훈련을 했다. 지난 2월엔 코로나19에 확진돼 인후통으로 고생했다. 여서정은 “겨우 한 달 동안 준비하고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갔다. 점수는 불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여서정은 최근 댄스 예능프로그램 ‘스우파(스트릿 우먼 파이터)’에 출연했던 라치카 멤버들로부터 춤도 배웠다. 여서정은 “라치카 멤버들은 파워풀하고 다양한 장르의 춤을 추시더라. 체조 연기를 할 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은 아빠 여홍철 목에 메달을 걸어드렸다. 여서정이 초2 때 일기장에 적은 내용을 현실로 만들었다. [사진 여서정 인스타그램]

도쿄올림픽 동메달리스트 여서정은 아빠 여홍철 목에 메달을 걸어드렸다. 여서정이 초2 때 일기장에 적은 내용을 현실로 만들었다. [사진 여서정 인스타그램]

아빠 여홍철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땄다. 어린 소녀 눈에도 놓친 금메달이 아쉬워 보였던 모양이다. 여서정은 당시 일기장에 ‘아빠가 금메달을 못 땄다. 내가 나중에 목에 걸어 드리겠다’고 썼다. 여서정은 “항상 (일기장에 적은) 그 목표만 생각하면서 운동을 해왔다. 초2 때 함께 나간 예능 프로그램에서 아빠가 ‘2020년 올림픽은 서정이가 메달을 딸 수 있는 적기’라고 말했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신기했다. 도쿄올림픽이 끝난 뒤 ‘아빠 한 번 걸어봐’라며 목에 메달을 걸어드렸다. 제가 딴 동메달이 더 크고 무거웠다. 아빠가 딴 은메달은 그림이 참 예뻤다”고 했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리스트 여홍철. [중앙포토]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도마 금메달리스트 여홍철. [중앙포토]

여서정이 눈은 이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향한다. 4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던 여서정은 아빠 여홍철의 대를 이어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한다. 여서정은 “4년 전엔 갑자기 유력한 메달리스트 후보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체조를 그만둘까도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4년 전엔 막내였는데 항저우 아시안게임에는 기계체조팀 맏언니로 출전한다.

여홍철은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남자 도마에서 금메달을 땄다. 여서정이 항저우에서 금메달을 따면 ‘부녀 최초’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는 기록을 세운다. 여서정은 “욕심은 항상 잘하고 싶다. 최초를 바라는 건 아닌데 일단 하면 최초 기록이더라”라며 웃었다.

부녀 최초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도마 요정 여서정. 여서정의 아빠는 도마의 신 여홍철이다. 우상조 기자

부녀 최초 아시안게임 2연패에 도전하는 도마 요정 여서정. 여서정의 아빠는 도마의 신 여홍철이다. 우상조 기자

여서정은 자신의 이름을 딴 고난도 기술 ‘여서정’(앞으로 공중 720도 비트는 기술)을 가다듬고 있다. 도쿄올림픽 이후 채점 규정이 약간 바뀐 게 변수다. 고난도의 기술도 중요하지만, 기술을 정확히 수행해야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아시안게임에서는 난도가 좀 낮더라도 정확한 연기를 펼치는 게 유리하다.

14일 진천선수촌에 입촌하는 여서정은 “선수촌에서 거의 산다고 보면 된다. 배드민턴 (안)세영(20)이가 얼마 전에 우승했는데 ‘우리도 시즌이 안 끝나’라고 하더라. 탁구 (신)유빈(18)이와도 친하다”며 “아빠가 아시안게임에서 연기를 펼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아빠가 워낙 어려운 기술을 잘해 늘 따라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항저우에서 아빠처럼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하고 싶다”고 했다.

여서정

한국 여자 체조 간판 여서정. 우상조 기자

한국 여자 체조 간판 여서정. 우상조 기자


출생: 2002년 2월생(20세)
부모: 아빠 여홍철(96 올림픽 남자 도마 은메달)
엄마 김채은(체조 국가대표 출신)
체격: 1m54㎝, 46~48㎏
주 종목: 도마
주요 성적: 2018 아시안게임 여자 도마 금메달
2020 도쿄올림픽 동메달
필살기: 여서정(앞공중 720도 비트는 기술, 국제체조연맹에 등재)
좋아하는 가수: 워너원 박지훈, NCT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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