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 조짐을 보였던 윤석열·안철수 공동정부 대오가 극적으로 봉합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14일 오후 7시부터 서울 강남구 한 식당에서 약 두 시간 동안 회동했다. 반주를 곁들인 식사 자리에는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도 동석했다.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하나가 되기로 공감대를 형성했다”면서 “공동정부 운영 기조를 이어가며 계속 협력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차기 정부 내각 인선 과정에서 안철수계 인사들이 배제된 뒤 대선 한 달여 만에 공동정부 구상이 흔들리는 상황을 두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자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직접 나서 상황 수습을 시도했다. 14일 공식 일정을 취소했던 안 위원장은 15일부터 다시 출근할 예정이다.
이날 두 사람의 회동은 대선을 6일 앞두고 성사된 3월 3일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 회동처럼 전격적이었다. 인수위원직 사퇴 이후 코로나19 확진으로 자가 격리 중인 안 위원장의 최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불참해 ‘4인 회동’이 아닌 ‘3인 회동’이었다는 점만 달랐다. 이 자리에서 윤 당선인은 “전향적, 전폭적으로 공동정부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안 위원장에게 약속했고, 안 위원장은 “인수위 활동을 잘 마무리짓고 새 정부 성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공동정부 흔들리자, 윤석열·안철수 직접 만나 풀었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이날 두 사람이 정부 조각(組閣)과 관련한 대화도 나눴고, 안 위원장이 오해를 풀었다”고 전했다.
극적으로 갈등이 해소됐지만, 오후까지만 하더라도 양측에는 냉기가 감돌았다. 안 위원장은 13일 윤 당선인 및 인수위 관계자들과 함께하기로 했던 ‘도시락 만찬’에 불참했고, 14일 서울소방본부 방문 일정까지 취소하고 잠행에 들어갔다. 안 위원장 측은 “최근 일련의 상황에 대해 안 위원장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일련의 상황’이란 내각 인선에 안철수계 인사들이 배제된 것을 뜻한다. 이날 발표된 고용노동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명단에도 안철수계 인사의 이름은 없었다. 국민의당 관계자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최진석 전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 등 가까운 인사들과 이날 서울 모처에서 대책회의를 했다. 안 위원장의 거취까지 포함해 합당 등 향후 방향까지 논의하는 자리였다. 안 위원장 측 관계자는 “그 자리에서 인수위원장 임기까지 책임을 다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전했다.
심상찮은 상황 속에 윤 당선인에게도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1시쯤 서울 통의동 집무실에 들어가면서 공동정부 구성이 어려워지지 않았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공동정부라는 것은 함께 훌륭한 사람을 찾아서 임무를 맡기는 것이지 누구 사람이라는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3차 내각 인선 발표 직후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고 “많은 분으로부터 내각 인선 추천을 받았고, 특정 인사를 배제한 사실은 없다”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관련 질문이 이어지자 다소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윤 당선인은 “저는 좀 이해가 안 됩니다만 (안 위원장에게) 인사 추천을 받았고, 인선 과정과 방식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설명해 드렸다”며 “거기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지난달 3일 후보 단일화를 하면서 공동정부 구상을 발표했다. 인수위 구성 초기만 해도 인수위원 24명 중 8명이 안 위원장 추천 인사로 채워지는 등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안 위원장이 국무총리직을 고사하고, 지난 10일 1차 내각 인선 발표에서 안철수계 인사들이 배제되면서 이상 기류가 감지됐다.
특히 안 위원장이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알려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인선에서도 안 위원장 측의 약진이 불발되자 국민의당 내에 반발이 일었다. 안 위원장의 반응도 날카로워졌다. 안 위원장은 지난 12일 “인선 과정에 조언하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고 날을 세웠다. 막판 봉합 카드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최진석 전 위원장을 인선하는 방안이 검토되기도 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하지만 장 비서실장과 안 위원장 측근인 김도식 인수위원이 극적으로 회동 일정을 조율하고,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이 장관 인선에서 배제됐지만 향후 정부 요직이나 공공기관 등 직책에 약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한덕수 총리 후보자는 “공동정부 운영 원칙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