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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부터 야구팀까지 조명…토종 OTT에 부는 ‘다큐’ 붐

중앙일보

입력

국산 OTT인 왓챠와 웨이브가 각각 지난달 24일과 25일 처음 공개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와 'MMM: Where are we now' 포스터. [왓챠, 웨이브 제공]

국산 OTT인 왓챠와 웨이브가 각각 지난달 24일과 25일 처음 공개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와 'MMM: Where are we now' 포스터. [왓챠, 웨이브 제공]

한 다큐에서는 프로야구 구단 관계자가 자신의 팀에 대해 “모든 사람이 우습게 생각하는 팀이 됐다”고 자조하고, 삼진 아웃을 당한 주장 선수는 더그아웃에서 방망이를 부러뜨리며 분노한다. 또 다른 다큐에서는 무대에서 늘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던 걸그룹 멤버가 힘들었던 순간을 회상하며 “‘내가 죽으면 이 상황이 끝날까’(라는 생각)까지 갔다”고 털어놓는다.

전자는 한국프로야구 구단 한화이글스의 2021년 시즌을 담은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의 이야기고, 후자는 데뷔 8주년을 앞두고 있는 걸그룹 마마무를 다룬 ‘MMM: Where are we now’(마마무_웨얼 아 위 나우)의 한 장면이다. 이들 다큐멘터리 시리즈는 국내 OTT인 왓챠와 웨이브가 지난달 24일과 25일 처음 공개한 오리지널, 독점 공개 콘텐트다. 각종 국내외 영상 플랫폼들의 치열한 경쟁 속에 토종 OTT들이 다큐 제작에 뛰어들며 장르 다변화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왓챠·웨이브, 비슷한 시기 내놓은 오리지널 다큐에 호평 

두 작품 모두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으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고 있다.

리그 최약체로 꼽히는 한화이글스의 한 시즌을 담은 ‘클럽하우스’는 공개 직후 왓챠 TOP10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고, 14일 현재 5위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화는 지난 시즌에서도 10위, 또다시 '꼴찌'를 차지하며 2009년 이후 일곱 번째 정규시즌 꼴찌 기록을 세웠다. 순위가 이미 결정된 시즌의 뒷얘기라는 점에서 짜릿한 스토리가 나올 여지는 없었다. 그럼에도 베테랑 선수를 대거 방출하고, 외국인 감독 카를로스 수베로를 선임한 뒤 펼쳐지는 팀의 처절한 리빌딩(rebuilding) 과정을 6부작으로 속속들이 비춰 야구팬들은 물론 야구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로부터도 공감대를 자아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왓챠의 콘텐트 평가서비스인 왓챠피디아에는 “결과만 중요한 스포츠의 세계에 과정의 의미를 담은 다큐”, “결말을 알고도 마음을 졸이며 응원하게 된다” 등의 관전평이 달리고 있다.

한화이글스의 2021년 시즌을 다룬 왓챠 다큐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는 경기장뿐 아니라, 사무실·연습장 등 구석구석에 있는 구단 관계자들을 비추며 팀의 '리빌딩'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왓챠 제공]

한화이글스의 2021년 시즌을 다룬 왓챠 다큐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는 경기장뿐 아니라, 사무실·연습장 등 구석구석에 있는 구단 관계자들을 비추며 팀의 '리빌딩'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왓챠 제공]

한화이글스의 2021년 시즌을 다룬 왓챠 다큐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는 경기장뿐 아니라, 사무실·연습장 등 구석구석에 있는 구단 관계자들을 비추며 팀의 '리빌딩'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왓챠 제공]

한화이글스의 2021년 시즌을 다룬 왓챠 다큐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는 경기장뿐 아니라, 사무실·연습장 등 구석구석에 있는 구단 관계자들을 비추며 팀의 '리빌딩'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왓챠 제공]

8년차 걸그룹 마마무의 성장기를 4부작 안에 담은 ‘MMM: Where are we now’는 데뷔 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아이돌이 어떤 성장통을 거쳐 독보적인 위치에 오르게 됐는지를 담았다. 완벽하게 가다듬어진 비주얼과 퍼포먼스를 내세운 걸그룹들 사이에서 가창력과 즉흥적인 무대 매너를 주특기로 한 마마무는 데뷔 초만 해도 회의적인 눈초리를 받던 그룹이었다.

걸그룹 마마무의 성장기를 담은 웨이브 다큐 ‘MMM: Where are we now’는 이들이 어떻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서게 되는지를 과거 영상과 현재 멤버들의 모습, 이효리 등의 주변인들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웨이브 제공]

걸그룹 마마무의 성장기를 담은 웨이브 다큐 ‘MMM: Where are we now’는 이들이 어떻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서게 되는지를 과거 영상과 현재 멤버들의 모습, 이효리 등의 주변인들 인터뷰를 통해 보여준다. [웨이브 제공]

걸그룹 마마무의 성장기를 담은 웨이브 다큐 ‘MMM: Where are we now’에서 멤버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멤버 화사는 악플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가 죽으면 이 상황이 끝날까? 라는 생각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웨이브 제공]

걸그룹 마마무의 성장기를 담은 웨이브 다큐 ‘MMM: Where are we now’에서 멤버들은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멤버 화사는 악플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가 죽으면 이 상황이 끝날까? 라는 생각까지 갔었다″고 말했다. [웨이브 제공]

다큐는 이들이 어떻게 대중의 사랑을 받는 그룹으로 서게 되는지를 과거 영상과 현재 멤버들의 콘서트 연습 과정, 이효리·백지영·김이나 등의 주변인들 인터뷰를 교차해가며 보여준다. 또 회차별로 네 명의 멤버를 돌아가며 조명해 각각이 품고 있던 남모를 속마음도 이끌어냈다. 웨이브는 마마무 다큐가 지난달 25일 첫공개 날부터 신규 유료가입 기여 1위 콘텐트를 차지한 데 더해 공개 2주차까지 웨이브 영화 부문 시청시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토종 OTT들이 다큐 제작에 뛰어드는 이유는 드라마·영화보다 적은 제작비로 다양한 취향의 구독자들을 공략할 수 있어서다.

왓챠 관계자는 “왓챠는 잠재돼있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하고, 팬덤을 일으킬 수 있는 콘텐트 발굴을 지향하고 있다”며 “스포츠 중에서도 야구는 국내에 두꺼운 팬층이 있지만, 그 이면을 그린 다큐는 한국에서는 개척되지 않았던 분야라는 점에 주목해서 도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로벌 OTT 넷플릭스는 이미 마이클 조던의 황금기를 기록한 ‘더 라스트 댄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단골 꼴찌팀 선덜랜드를 다룬 ‘죽어도 선덜랜드’ 등으로 스포츠 다큐 흥행 공식을 세운 바 있지만, 국내에서 유사한 스포츠 다큐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미 탄탄한 팬층을 보유한 유명인의 이야기는 그 자체로 진정성 있는 서사가 된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정 아이돌 그룹을 출연시킨 오리지널 예능을 주로 제작해온 웨이브 관계자는 “아이돌 예능의 성과도 좋았지만, 다큐는 그룹의 희로애락을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팬들뿐 아니라 젊은 층 전반에게 진정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마무는 인기 그룹이지만,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멤버들의 내면을 다큐가 이끌어내면서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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