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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리스 1000만원 넘어도 산다…시몬스 2년만에 매출 3000억 돌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국내 2위 침대기업 시몬스침대가 지난해 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인테리어 수요가 급증한데다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시몬스의 프리미엄 전략이 효과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형님’ 에이스 넘어 2년 만에 3000억 

시몬스침대는 지난해 매출이 3054억원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다고 14일 밝혔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84억원으로 25.1% 늘었다. 눈에 띄는 건 매출 증가 속도다. 시몬스 매출은 2019년 2000억원대에서 2년 만에 3000억원대로 뛰었는데, 이는 업계 최단 기간이다. 업계 1위 에이스침대의 경우 매출이 2000억원대에서 3000억원대로 오르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침대·매트리스 업계는 형제기업인 에이스와 시몬스가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에이스침대는 창업주인 안유수 회장의 장남인 안성호 사장이, 시몬스침대는 차남인 안정호 사장이 이끌고 있다.

최근 성장률은 시몬스가 더 빠르다. 업계에선 그 배경으로 시몬스의 ‘유통망 개선’과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을 꼽는다. 시몬스는 대리점을 통해 침대를 팔던 기존의 기업간거래(B2B) 방식에서 탈피해 고객 직접판매(D2C, Direct to Customer)전략을 펼치고 있다.
고객 직접판매는 국내·외 주요 패션기업들이 선호하는 유통 방식으로, 해당 브랜드의 철학과 고객경험을 일관된 내용으로 고객에게 전달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이로 인해 브랜드의 ‘팬층’이 두터워지고, 충성 고객으로 이어지는 효과를 낸다. 유통망을 바꾸면서 매장수는 2019년에 비해 100여개 줄었지만 점당 월평균 매출은 6000만원대에서 1억8000만원대로 3배 가까이 올라 효율성이 좋아졌다.

“삼성·포르쉐와 나란히 있겠다”

브랜드 마케팅 차원에선 ‘침대를 말하지 않으면서 침대를 파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난 2015년 말 사내 ‘디자인 스튜디오’를 설립해 음식·패션·디자인·음악·영상 등 문화·트렌드 마케팅으로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에게 소구하고 있다. 최근 서울 청담동에 사퀴테리숍(정육점) 컨셉트로 연 ‘시몬스 그로서리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시몬스는 톡톡 튀는 자체 굿즈(goods·기획상품)만으로 연 매출 1억원을 올리고 있다.

시몬스침대가 서울 청담동에 연 '시몬스 그로서리' 입구 모습. [사진 시몬스]

시몬스침대가 서울 청담동에 연 '시몬스 그로서리' 입구 모습. [사진 시몬스]

유통망과 브랜드 마케팅을 아우르는 핵심어는 ‘프리미엄’이다. 시몬스는 전국 프리미엄 상권에 자체 매장인 ‘시몬스 맨션’을 세우고 있다. 김성준 시몬스 전략기획부문장은 “삼성전자·포르쉐·BMW·패션명품 등 고급 브랜드와 인접한 지역에 매장을 열어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원스톱으로 프리미엄 쇼핑을 즐길 수 있게 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시몬스 맨션은 지난해에만 21곳을 열어 현재 전국에 50여곳이 있다. 김 부문장은 “가구회사는 가구골목에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곳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20~40대 소비자들의 가치소비 트렌드에 발맞춘 것”이라고 설명했다.

3000만원 넘어도 잘 팔린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수면 관련 시장은 지난해 3조원대를 넘어섰다. 이 중 매트리스 시장은 1조8000억원으로 올해 2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본다.
특히 국내 매트리스 시장은 ‘프리미엄’과 ‘저가’시장으로 양분화하는 추세다. 가구업계에선 통산 300만원 이하를 중·저가 매트리스, 700만원 이상을 프리미엄 매트리스로 구분하는데 대기업들이 노리는 건 수익성이 좋은 프리미엄 시장이다. 국내 가구업계 관계자는 “최근 해외여행과 호캉스 등을 경험하며 고급 침구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안목이 높아졌다”며 “예비부부들도 예식 자체보다는 신혼여행·침대·소파 등 자신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야에 돈을 쓰는 ‘선택적 소비’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시몬스침대의 최상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 중에서도 최상위 제품인 '켈리(Kelly)'. [사진 시몬스]

시몬스침대의 최상위 라인 '뷰티레스트 블랙' 중에서도 최상위 제품인 '켈리(Kelly)'. [사진 시몬스]

시몬스만 해도 지난해 매출의 66%가 프리미엄 매트리스였다. 시몬스에서 가장 비싼 매트리스 제품군인 ‘뷰티레스트 블랙’은 1900만~3500만원인데 올해 들어서만 한 달에 평균 200개씩 팔렸다.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의 침대 매트리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인수한 매트리스 기업 지누스의 침대 매트리스. [사진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달 7747억원에 인수한 매트리스 업체 ‘지누스’를 한국에선 고급 제품으로 재단장할 계획이다. 지누스는 중·저가 매트리스 제품이 많고 매출의 88%가 미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내 매출비중은 3%에 불과한 만큼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단 판단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이미지가 프리미엄이고 구매력이 높은 고객층이 탄탄해 지누스 사업 모델을 중·고가 시장으로 확대할 것”이라며 “앞으로 수면시장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스침대도 최고급 매트리스 브랜드인 ‘헤리츠’에 힘들 싣고 있다. 헤리츠 블랙라인은 2000만원에 달한다. 국내 가구 1위인 한샘은 지난달 자체 매트리스 브랜드 ‘포시즌’의 신제품인 바움·란다·아이레 3종을 출시했다. 이 제품들은 매트리스가 딱딱한 정도에 따라 구분되며 온열기능이 있어 숙면을 돕는다. 신세계까사의 경우 개당 4000만원 정도인 스웨덴 럭셔리 침대 브랜드 ‘카르페디엠 베드’를 아시아 최초로 독점 수입하고, 서울 까사미아 압구정점에 전용 쇼룸을 만들어 전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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