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친중 세르비아 “중국산 미사일 샀다”…나토·中 갈등 격화 조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FK-303 편제 번호를 단 훙치(紅旗)-12A 지대공 요격 미사일 부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고 있다. 신경진 기자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FK-303 편제 번호를 단 훙치(紅旗)-12A 지대공 요격 미사일 부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고 있다. 신경진 기자

남유럽 발칸반도의 친중 국가 세르비아의 알렉산다르 부치치(52) 대통령이 중국산 방공 미사일 시스템 구입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고 친중 성향의 중화권 매체 둬웨이(多維)가 14일 보도했다.

나토 23년 전 중국 대사관 오폭 수도에 #중국제 ‘FK-3’ 미사일 방어 시스템 배치 #나토 “아·태 파트너, 中 도전 해결해야” #환구시보 “나토는 흉기” 비난 이어가

알렉산다르 부치치(52) 세르비아 대통령은 지난 3일 치러진 대선에서 59.5% 득표로 5년 임기의 재임에 성공했다. [사진=세르비아 대통령 홈페이지]

알렉산다르 부치치(52) 세르비아 대통령은 지난 3일 치러진 대선에서 59.5% 득표로 5년 임기의 재임에 성공했다. [사진=세르비아 대통령 홈페이지]

부치치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우리가 합법적으로 구입한 방어용 중국산 ‘FK(防空·방공)-3’ 대공 미사일 시스템을 놓고 중국·러시아 동맹이 지역 평화를 위협한다고 저들(몬테네그로와 코소보)이 말하지만,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포위된 쪽은 우리”라고 말했다. 그는 “이 시스템은 세르비아 영공을 침범하는 순항 미사일과 적 항공기를 파괴하는 데 사용된다”며 “프리슈티나(코소보 수도)와 포드고리차(몬테네그로 수도)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FK-2 편제 번호를 단 훙치(紅旗)-9B 지대공 요격 미사일 부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세르비아에 FK-3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판매했다. [신화=연합뉴스]

지난 2019년 10월 1일 중국 건국 70주년 열병식에서 FK-2 편제 번호를 단 훙치(紅旗)-9B 지대공 요격 미사일 부대가 천안문 앞을 지나고 있다. 최근 중국은 세르비아에 FK-3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판매했다. [신화=연합뉴스]

이번에 세르비아가 구입한 중국산 ‘FK-3’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은 지난 9일 중국 전략 수송기 윈(運)-20 6대에 실려 터키 영공을 통과해 전달됐다. 이는 중국산 MD의 유럽 최초 판매이자 중국 전략 수송기 6대를 동시에 동원한 첫 해외 수송 작전이라고 군사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특히 ‘FK-3’가 배치된 베오그라드는 23년 전인 지난 1999년 나토군의 중국 대사관 오폭으로 신화사 기자 3명이 숨졌던 현장이기도 하다. 중국 최대 방산 전시회인 주하이(珠海) 에어쇼에 출품됐던 ‘FK-3’는 최대 사정거리 100㎞, 최대 사정 고도 27㎞의 훙치(紅旗)-22 요격미사일과 레이더 시스템을 갖췄다. 요충지와 야전에서 적국의 전투기·순항미사일·전술 공대지미사일·드론 공격을 요격하는 MD 시스템으로 알려졌다.

중국 전략 수송기 윈(運)-20. 최근 6대가 유럽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에 판매한 FK-3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수송했다. [사진=둬웨이]

중국 전략 수송기 윈(運)-20. 최근 6대가 유럽 발칸반도의 세르비아에 판매한 FK-3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수송했다. [사진=둬웨이]

이번 ‘FK-3’ 판매는 유럽의 안전보장기구인 나토의 대중국 견제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이뤄졌다. 지난 6일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 외무장관 회의에 앞서 “공세적인 중국이 핵심가치, 민주주의,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에 가하는 도전을 해결해야 한다”며 “중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국방 예산을 보유했으며, 현대식 군사 장비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아시아·태평양의 파트너들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는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는 ‘나토 안보에 미치는 중국의 영향’이 정식 의제로 처음 채택했다.

스웨덴·핀란드까지...나토의 동진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스웨덴·핀란드까지...나토의 동진 현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특히 이달 초 나토가 외무장관 회담에 한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 아·태 국가는 물론 우크라이나·핀란드·스웨덴·조지아 등 비회원국 8개국을 초청하자 중국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브리핑에서 “나토 책임자가 사실을 무시하고 흑백을 뒤바꿔 중국을 근거 없이 비난하고 먹칠·공격하고, ‘중국 위협론’을 떠벌리면서 최근에는 협박까지 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수주의 성향의 환구시보 역시 나토 비난 칼럼을 연속 게재하며 거들었다. 지난 6일 가오젠(高健) 상하이외국어대 교수가 기고문을 싣고 “나토는 유럽 안보 위기의 근원이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갈등의 막후 세력”이라고 주장했다. 8일에는 리하이둥(李海東) 외교학원 국제관계연구소 교수가 “미국이 나토를 ‘민주 연맹’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나토의 아시아·태평양화를 추진하는 것”이라며 “안보에서 나토와 미국은 모두 ‘흉기’”라고 주장했다.

11일에는 천양(陳暘) 중국 현대국제관계연구원 연구원이 “나토는 냉전 사유와 집단 대결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의린도부(疑隣盜斧·도끼를 잃어버리자 이웃을 의심하다)의 초조함 속에 긁어 부스럼을 만들고 있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