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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합병' 압박 의혹 문형표·홍완선, 각 징역 2년 6개월 확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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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2017년 1심 재판이 시작된 후 5년 3개월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29일 문 전 장관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은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관리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유죄가 확정됐다. 2017년 1심 재판이 시작된 후 5년 3개월만에 나온 사법부의 최종 판단이다. 사진은 지난 2017년 3월 29일 문 전 장관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연합뉴스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관리공단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로 인해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기소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에게 각각 징역 2년 6개월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14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문 전 장관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홍 전 본부장의 상고심에서 각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심 재판이 시작된 2017년 1월 이후 5년 3개월만에, 대법원에 사건이 접수된 지 4년 5개월만에 나온 최종 판결이다.

문 전 장관은 2015년 삼성그룹이 옛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추진할 당시 국민연금으로선 손해를 입게 되는데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내부 의사 결정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그는 당시 복지부 내에 외부 인사로 구성된 ‘주식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가 합병에 반대할 것을 우려해 내부 투자위원회에서 안건을 다루도록 부하 직원들에게 압력을 넣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 전 장관은 당시 복지부 연금정책국장에게 “삼성 합병 건이 성사됐으면 좋겠다” “100% 슈어(Sure, 확실)해야 한다. 위원별로 상세한 대응방안을 만들어 보라”는 취지로 말하기도 했다. 문 전 장관은 국회 국정조사에서 “전술적인 투자 결정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나 아니면 공단 이사장이 관여하지 않습니다”라는 등의 위증을 한 혐의도 있다.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책임자였던 홍 전 본부장은 이 과정에서 투자위원들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해 국민의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에 거액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법원은 합병에 찬성하지 않을 경우의 주식 가치와 찬성한 경우의 주식 가치 간 차이에 해당하는 산정하기 어려운 금액의 재산상 손해를 끼쳤다고 봤다.

1심은 이들이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개입했다고 판단해 각각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다만 손해액을 산정할 수 없어 홍 전 본부장에 대해 특경법상 배임이 아닌 형법상 업무상 배임 혐의를 인정했다. 2심 판단도 같았으며 2017년 11월 대법원으로 사건이 넘어왔다. 대법원은 구속 기한 내 선고가 어려워지자 2018년 5월과 6월 문 전 장관과 홍 전 본부장의 구속을 직권 취소하고 사건을 검토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며 피고인들과 박영수 특별검사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박 특검이 지난해 7월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돼 사퇴하면서 발생한 절차 관련 쟁점에 대해 대법원은 “특검 사퇴 전 상고이유서가 모두 제출된 이 사건의 경우, 이후에 특검이 사퇴했다는 사정은 대법원이 판결을 선고하는 절차에서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마무리됨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파기환송심만 남았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2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중앙포토]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 2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삼성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동 박영수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중앙포토]

한편 대법원은 이날 삼성 합병 당시 옛 삼성물산 일부 주주들이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를 청구하며 법원에 그 주식매수 가격을 결정해달라고 청구한 사건의 재항고심에서 기각 결정했다. 원심은 옛 삼성물산의 매수 가격을 제일모직 신규 상장일 전일(2014년 12월)의 시장 주가를 기초로 1주당 6만6602원으로 결정했다. 대법원도 이 판단이 맞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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