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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요즘 커머스 트렌드는 개인이 만든다" 인스타그램이 대놓고 비즈니스앱 된 이유

중앙일보

입력

전세계 월이용자수(MAU)가 20억명이 넘는 인스타그램은 최근 마케팅과 커머스(상거래)에 최적화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0년 출시 당시 인스타그램의 모토는 '세상의 순간들을 포착하고 공유하자'(Capturing and sharing the world’s moments)였다. 개인의 취향을 공유하고,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자는 것. 그러나 현재 인스타그램은 소셜미디어 그 이상이다. 자신이 모르던 취향·욕구를 새로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경험·소비를 하는 '커머스 플랫폼'이 된 것.

6일 서울 역삼동 메타(페이스북) 사무실에서 만난 서은아(47) 한국 메타법인 상무는 "플랫폼은 이용자들이 좋아하는 걸 잘 담는 그릇 혹은 중개자 같은 곳"이라며 "인스타그램에선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커뮤니케이션하고, 더 나아가 이들 사이에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자연스레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서 상무는 2017년부터 한국에서 인스타그램의 글로벌 비즈니스 마케팅을 총괄하고 있다. 인스타그램이 대놓고 비즈니스 앱을 자청하는 배경을 들어봤다.

                서은아 한국 메타법인 상무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잠재된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경험·소비로 연결시키는 '디스커버리 커머스'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서은아 한국 메타법인 상무는 "사람들이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서 잠재된 욕구를 발견하고 이를 경험·소비로 연결시키는 '디스커버리 커머스'가 보편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

요즘은 맛집을 찾거나, 쇼핑 정보를 찾을 때도 인스타그램을 검색해보는 사람들이 많다.
"동네 가게 사장님 같은 소상공인(SMB·Small Medium Business)들에게도 인스타그램이 필수 플랫폼이 됐다고 한다. 우리 근처의 서점, 맛집들도 인스타그램에서 정보를 찾는다. 때로는 인스타그램에서 예상치 못한 발견과 쇼핑도 한다. 나의 잠재된 욕구를 발견, 소유·소비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디스커버리(발견형) 커머스'라고 부른다. 다른 플랫폼들도 이런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본다."
원래는 사진 중심의 소셜미디어였는데,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이용자들이 커머스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취향, 마케팅, 광고 이런 것들의 구분이 다 허물어졌다. 기존의 마케팅 관점에서 이해해보면 하나도 말이 안 된다. 제품을 만들면, 브랜딩을 하고 마케팅을 하고… 일련의 순서가 있는 법이었는데, 현재 인스타그램에선 이런 문법이 안 통한다. '이 사람은 인플루언서, 저 사람은 물건파는 사람' 식으로 구분하기도 힘들다."

인스타그램은 2020년 사진에서 쇼핑몰로 바로 연결되는 '샵'(shop) 버튼 기능을 추가했다. 본격적으로 커머스 기능을 결합한 시점이다. '페이스북과 함께 광고판으로 전락했다', '과장 광고가 심하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인스타그램은 오히려 커머스로 가는 길을 넓혔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보다 SMB가, 유명 연예인보다 인플루언서가 트렌드를 주도하는 흐름과 맞아 떨어지면서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변신에 성공했다.

"개인적으로 25년 넘게 광고 관련 일을 해왔지만, 가장 힘든 점은 '사람들은 광고를 싫어한다'는 것이었다. 물건 팔겠다는 의도를 갖고 하는 얘기를 보통은 피하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에서는 사람들이 비즈니스 관련 콘텐트를 오히려 좋아하고 귀를 기울인다. 인스타그램 이용자 10명 중 9명이 비즈니스 프로필(상업 계정)을 팔로우한다. 기존의 광고 문법을 따르지 않은, 인플루언서들의 '이야기'가 가미된 것이면 광고라도 좋아하더라."
인플루언서에겐 팔로워가 많아야 장사도 잘되니 팔로워 모으려는 경쟁이 심하다. 부작용도 있고. 
"중요한건 팔로워 숫자가 아니고 '유의미한 연결고리'를 찾는 것이다. 예전엔 어떤 물건이든 광고를 제작·배포하는 데 수십~수백억원을 쓰며 5500만명 전국민이 다 봐야지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젠, 특히 스몰 브랜드의 성공 방정식이 달라졌다. 우리 제품을 진짜 좋아하고 궁금해할 사람 1000명만 있으면 된다. 1000명을 기반으로 유의미한 관계를 더 만들고 확장시키는 게 중요하다."
어떤 콘텐트가 유의미한 관계로 확장되던가.
"첫번째,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한다. 위대한 이야기를 하자는 게 아니고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두번째, 진정성 있는(authentic)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 브랜드만 보여줄 수 있는 브랜드다움이 무엇인지 보여주면 된다. 대기업들이 보유한 마케팅 전술, 전략만이 의미있는 게 아니다. 스몰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사람들의 치열함, 용기가 진정성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더 많다."

서 상무는 소상공인들이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돕는 역할을 한다.

"가게 문 앞에 '배달합니다'라는 종이를 붙이는 어르신 사장님들을 보면 안타깝다. 더 많은 손님들에게 말을 걸 수 있는 '확성기'가 필요한데, 확성기를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눈에 보이지 않는 손님들까지 잡는 방법도 알려드린다."

인스타그램에서 '비지니스 계정'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인사이트(통계) 화면. [인스타그램]

인스타그램에서 '비지니스 계정' 이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인사이트(통계) 화면. [인스타그램]

대중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을 가리키는 '인플루언서'는 인스타그램이 유행하면서 하나의 직업처럼 인식되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연예인, 아티스트와 같은 셀럽(유명인사)들이 인플루언서였지만, 이제는 일반인도 수천~수만명의 팔로워를 지니고 온오프라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서 상무는 "상업적인 목적을 띤 인플루언서가 늘어나면서 부정적인 시각도 늘었지만, 책임감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는 인플루언서들이 만들어내는 긍정적인 가치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 역시 7700명이 넘는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다. 팔로워들이 좋아할만한 소상공인 브랜드를 소개하기도 하고, 여성 창업가들과 직장인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자주 올린다. 그는 "예전에는 인생 선배를 회사, 학교에서 곧잘 찾았다면, 이제는 인스타그램에서 자신이 배우고 싶은 '버추얼(가상) 사수'를 만들더라"며 "나와 비슷한 취향·가치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고 이 연결이 오프라인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인스타그램은 2016년부터 '그녀의 비즈니스를 응원합니다'라는 캠페인을 통해 여성 창업을 독려하고 있다. 이 캠페인은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사업을 키워온 여성 소상공인들을 온·오프라인으로 적극 알린다. 서 상무는 "소상공인들은 오늘, 내일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이 가장 큰 용기"라면서 "조직을 키우고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여성 창업가들이 많지 않은데, 이들이 더욱 목소리 높이고 사업을 키울 수 있는 사회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