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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 받을땐 순한 양 같았다"…이런 연기로 구속 피한 이은해

중앙일보

입력

공개 수배된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2명. 이은해 씨(왼쪽)와 조현수 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인천지검

공개 수배된 '가평계곡 남편 살인사건' 용의자 2명. 이은해 씨(왼쪽)와 조현수 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 인천지검

보험금을 탈 목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이은해(31)씨와 조현수(30)씨는 어떻게 구속을 피해갔을까. 범행 시점인 2019년 6월부터 종적을 감춘 지난해 12월까지 수사기관은 이들에 대해 한 차례도 구속영장을 신청·청구하지 않았다. 살인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선 이례적이다. 이씨 등이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하면서 혐의를 부인한 것이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편에선 증거를 인멸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유족,“이은해 바꾼 휴대전화 경찰에 제출”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 일산서부경찰서는 2020년 이씨 등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했다. 이씨는 휴대전화를 제출하라는 일산서부서의 요구에는 선뜻 응했다고 한다. 앞서 가평경찰서의 요구엔 ‘통화할 곳이 많다’ ‘가방과 휴대전화를 함께 분실했다’며 거부한 것과 달라진 모습이었다. 포렌식 결과, 이씨 등의 휴대전화에선 살해 수법과 관련한 검색 기록이나 SNS(소셜 미디어) 게시물 등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씨 등과 윤씨의 통화 내용도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이 윤씨와 통화할 때 주로 채팅 앱 카카오톡에 내장된 통화 기능을 썼기 때문이다.

윤씨 유족은 이씨가 사건 당시 쓰던 휴대전화가 아닌 다른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던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유족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상을 치르고 두 달 정도 후, 바뀐 번호로 (이씨로부터) 전화가 왔다”며 “(휴대전화) 기기도 바꾼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도 이를 의심했지만 다른 휴대전화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영장을 신청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씨 등의 대포폰은 그로부터 1년 뒤 검찰이 이들의 주거지를 압수수색 하면서 뒤늦게 드러났다고 한다.

“순한 양처럼 조사받았다”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사건이 발생한 경기 가평군 용소폭포의 모습. 뉴스1

이씨와 조씨는 경기도 수원시 윤씨의 자택에 있는 PC를 숨기려 한 의혹도 받고 있다. PC는 윤씨와 이씨의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살필 수 있는 증거물이 될 수 있었다. 건물 CCTV에는 2019년 7월 윤씨의 발인 당일 수원에 있는 윤씨의 자택에 들른 조씨가 PC를 가지고 나오는 모습이 찍혀 있다. 경찰은 이 상황을 파악했지만, PC를 확보하지 못했다고 한다. 결정적인 증거물을 놓쳤지만, 이씨 등에게는 증거인멸 혐의도 적용되지 않았다. 김한규 법무법인 공간 변호사는 “자신이 자신의 범죄 사실 증거를 인멸하면 죄가 되지 않고, 다른 사람을 시켜 인멸하면 죄가 된다”고 말했다. 또 “공범은 공통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서로 증거를 인멸해도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유족은 가평서의 초기 대응 부실로 증거 인멸을 막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기 가평서는 2019년 10월 이씨 등에게 특별한 범죄 혐의점이 없다고 보고 내사 종결했다. 가평서 관계자는 “5개월간 최대한 수사를 했고 타살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 변사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씨 등은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했다고 한다. 이들은 일산서부서에서 소환 조사를 포함해 5~6차례씩 조사를 받았다. 당시 일산서부서에 근무한 한 경찰은 “당시엔 (이씨 등과) 항상 연락됐다”며 “조사받을 때는 고분고분했다. 그렇게 순한 양이 아닐 수 없었다”고 했다. 이씨 등은 변호사를 선임해 혐의를 부인했고, 수사기록도 꾸준히 열람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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