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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安 "대권병 걸렸나, 본인 집 살라"…尹정부 '공관' 손본다 [공관 대수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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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공관, 관사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안 위원장은 13일 페이스북에서 "고위공직자들에게 왜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관사가 필요한 지 의문"이라며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공간을 싹 다 정리하고 본인 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이 공관, 관사 문제에 칼을 빼들었다. 안 위원장은 13일 페이스북에서 "고위공직자들에게 왜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관사가 필요한 지 의문"이라며 "국민 세금을 낭비하는 공간을 싹 다 정리하고 본인 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세금 낭비’라는 비판에 직면한 공관 문제〈중앙일보 4월 7일 1,4,5면〉의 개혁을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하기로 했다. 인수위 핵심 관계자는 13일 통화에서 “과거 정부에서 손을 대지 못했던 공관 개혁을 국정과제 세부항목에 포함할 계획”이라며 “상식을 회복하고 특권을 타파하는 새 정부 기조에도 맞아 떨어지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인수위측에 따르면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전국 공관·관사 현황과 운영 실태는 물론 과도한 의전 실태까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혁파할 세부적인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현재 공관 문제가 국정과제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인수위 정무사법행정분과에서 키를 쥐고 국정과제 세부항목에 포함하는 것을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수위에서 제11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호화로운 관사에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선출된 권력이 아닌 왕이라는 오만과 착각에 빠지고, 이같은 인식이 시도지사의 거듭된 일탈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이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인수위에서 제11차 코로나비상대응특별위원회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호화로운 관사에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선출된 권력이 아닌 왕이라는 오만과 착각에 빠지고, 이같은 인식이 시도지사의 거듭된 일탈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안 위원장은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도 중앙일보의 ‘공관 대수술’ 기획 보도를 언급하며 공관 문제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안 위원장은 “모든 정부 운영은 투명해야 하고, 세금으로 운영되는 모든 부분을 국민이 다 알아야 한다”며 “그런데 최근 보도된 고위 공직자들의 관사 운영 현황을 보면, 투명과 검소와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부 장관 공관 등 업무 특성상 필요한 공간이 있을 수 있지만, 다른 장관이나 고위공직자들에게 왜 지나치게 크고 화려한 관사가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시·도지사 관사 문제를 언급할 때는 “뜨내기 시장”, “대권병 걸린 도지사” 등 강도높은 표현을 써가며 비판을 쏟아냈다. 안 위원장은 “풀뿌리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선출된 시·도지사가 자기 집에 살지 않고 관사에 살 이유는 없다”며 “그럼에도 관사를 고집한다면 뜨내기 시장이거나, 사람을 모아 선거를 준비할 공간이 필요한 ‘대권병’에 걸린 도지사라는 것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호화로운 관사에 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선출된 권력이 아닌 왕이라는 오만과 착각에 빠지고 시·도지사의 거듭된 일탈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안 위원장이 언급한 ‘시·도지사의 거듭된 일탈’에 대해 인수위 관계자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의 일탈도 결국 자신이 특권층이고 권력층이라는 오만과 착각에서 비롯됐다는 취지의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이외에도 “국민의 세금을 낭비하는 공간을 싹 다 정리하고 본인의 집에서 살게 해야 한다”며 “이참에 공직자에 대한 과도한 의전은 없는지까지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관저 및 주요 공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관저 및 주요 공관 현황.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안 위원장의 이날 발언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오랜 적폐였던 공관 문제가 새 정부에서 해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당장 인수위의 실태 조사에 따라 베일에 싸인 고위직 공무원의 공관과 시·도지사 관사의 운영·유지비 현황이 일반에 공개될 가능성이 있다. 또 인수위는 업무상 공관 유지가 불가피한 곳이라도 세부 인건비와 관리비 등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법령에 공개 의무 규정을 넣는 등의 개선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 등 민감한 상황이 아니라면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국민에게 상세하게 알리자는 게 인수위의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비용을 명확하게 공개하고 사용 기준을 확립한다면 공관의 사적 이용 등 문제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관을 최소화하고 법에 따라 엄격히 운영하는 해외 선진국과 달리, 국내 공관은 규모·숫자와 운영의 폐쇄성 면에서 과도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현재 국무총리·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등 4부 요인과 감사원장, 국방·외교부 장관이 공관에 거주하고 있고 합동참모의장, 육군참모총장, 해병대사령관 등 군 수뇌부들도 서울 한남동에 마련된 공관에서 생활하고 있다.

전국 광역지자체장 공관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지자체]

전국 광역지자체장 공관 현황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각 지자체]

지자체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11년 전인 2011년 행정안전부가 광역·기초단체장 관사 폐지를 권고했지만, 여전히 관사를 이용하는 단체장들이 적지 않다. 전국의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시·도지사 7명이 관사를 사용하고 있다. 강원·경북·전북은 단독주택형 관사이고 대구·충북·충남·전남은 아파트를 매입하거나 전세로 쓴다. 최문순 강원지사가 2011년부터 10년 넘게 생활해온 춘천시 봉의동 관사는 부지 면적 1324.6㎡(400.7평), 건물 면적 414.8㎡(125.5평)로 광역단체장 관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철우 경북지사는 경북도 대외통상교류관에 속한 게스트하우스 ‘잡아센터’를 관사로 사용하고 있다. 송하진 전북지사의 관사는 전주 한옥마을 내 2층 단독주택이다.

일찌감치 관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시·도지사들도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박원순 전 시장의 가회동 관사 전세 계약이 만료된 뒤 관사를 구하지 않고 서울 광진구의 자택에 거주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과거 ‘호화 관사’ 논란을 빚었던 부산 수영구의 관사를 사용하지 않고 자택에서 출·퇴근 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사를 시민에게 개방하는 연구 용역을 진행 중인데 곧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전임시장인 윤장현 전 시장이 없앴던 관사를 2018년 7월 다시 마련했다가 논란이 일자 “생각이 짧았다”며 입주 일주일 만에 관사 사용을 철회했다.

한남동의 주요 공관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한남동의 주요 공관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공관 문제가 부각되면서 국민권익위도 팔을 걷어붙였다. 권익위는 2월부터 공관·관사 운영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세금으로 운영되는 지방교육청의 교육감·부교육감 공관, 국공립대학의 총장 관사가 대상이다. 오는 6~7월쯤 전수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인데, 일부 기관이 자료 제출에 미온적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관계자는 “공관 개혁은 ‘구중궁궐’로 불리는 청와대를 국민에게 돌려주고 용산 시대를 여는 당선인의 생각과도 일치한다”며 “최근 발표된 내각 후보자들도 공관 개혁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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