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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권순일 전 대법관 대장동 의혹, 대법원이 규명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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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가운데)이 지난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의 법관 인사에 대해 공식 해명을 요구한 전국법관대표회의가 권순일 전 대법관에 대해서도 의견을 모으기 시작했다고 한다. 권 전 대법관은 퇴임 직후 대장동 개발 사업자인 화천대유에 고문으로 취업했을 뿐만 아니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상고심 관련 의혹까지 제기된 상태다.

법원의 직급별 판사 모임인 법관대표회의가 이 사안을 본격 논의한다면 대법원은 또 한번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지난 11일 열린 정기회의에서 법관들은 김 대법원장이 인사 원칙과 관행을 위배했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김 대법원장이 진보 성향의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 판사들에게 인사 특혜를 줬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법관대표회의는 김 대법원장 취임 후 상설화해 ‘친김명수’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모임조차 법원 행정에 의문을 제기할 만큼 사법부의 신뢰가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다. 김 대법원장은 관사에 아들 부부가 무상으로 거주해 논란을 일으켰다.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발탁된 노정희 대법관은 대선을 ‘소쿠리 선거’로 전락시키고도 사퇴를 거부했다.

권 전 대법관 관련 의혹이 가장 심각하다. 그는 퇴임 직후 화천대유에서 월 1500만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이재명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무죄 취지의 의견을 낸 그가 2심 판결문에 등장하는 이 회사에 들어간 것부터 의아하다. 이 전 지사의 대법원 판결을 전후해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여덟 번 만난 사실이 드러나 재판 거래 의혹까지 불거졌다.

하지만 검찰 수사는 헛돌고 있고, 법원은 관련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이 무기력하면 사법부라도 진상 규명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직 대법관 의혹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미 퇴직한 권 전 대법관을 징계할 방법은 없다. 그렇다고 사법부 신뢰가 송두리째 흔들릴 만한 사안을 외면해선 곤란하다.

김 대법원장은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신병 등을 이유로 사직하려고 하자 “국회” “탄핵” 운운하며 만류한 적도 있지 않은가. 자신이 강화한 직속 윤리감사관실 등을 통해 권 전 대법관의 퇴임 전후에 벌어진 일을 낱낱이 조사해 국민 앞에 공개해야 한다. 그것이 사법부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1년 뒤 “법관은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는 것이 국민에게 얼마나 큰 고통을 안겨주는 일인지를 절실하게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