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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 후보 16명 중 영남 7 호남 1...30대 없고 40대 1명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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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오른쪽)을 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법무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외교부 등 8개 부처와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오른쪽)을 새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이날 법무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외교부 등 8개 부처와 대통령비서실장을 포함한 2차 내각 인선을 발표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을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전격 발탁했다.

과거 검사 시절 윤 당선인의 최측근 후배 검사가 법무부 장관으로 기용되자 민주당은 당장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든다는 의도”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최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대립에 이은 한 후보자 지명으로 여야의 강대강 대치 정국은 더욱 거칠어질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 외교부 장관에 박진 의원, 통일부 장관에 권영세 의원 등 2차 조각 인선안을 발표했다. 행정안전부 장관엔 이상민 전 국민권익위 부위원장, 환경부 장관에 한화진 한국환경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 이영 의원을 낙점했다. 이로써 18개 부처 중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를 제외한 16개 부처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됐다.

8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발표됐지만 이날 회견장의 시선은 온통 한 후보자에게 쏠렸다.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비서실장 내정자

8개 부처 장관 후보자, 비서실장 내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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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선 발표 내내 윤 당선인의 바로 옆자리를 지킨 한 후보자를 향해 플래시가 쏟아졌다. 윤 당선인을 향한 첫 질문도, 후보자들을 향한 첫 질문도 모두 한 후보자에게 쏟아졌다.

‘한 후보자 인선이 파격 아니냐’는 질의에 윤 당선인은 “절대 파격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한 후보자는 수사와 재판 같은 법 집행 분야뿐 아니라 법무행정, 검찰에서의 여러 기획 업무 등을 통해 법무행정을 담당할 최적임자라고 판단했다”며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 다양한 국제 업무 경험도 갖고 있다. 법무행정이 경제 발전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무행정 현대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사법제도를 정비해 나가는 데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장관 후보 16명 중 영남 7 호남 1 … 30대 없고 40대 한 명뿐

이처럼 윤 당선인 측은 이날 한 후보자가 과거 특수통으로 명성을 날린 ‘예리한 검객’보다는 미국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는 등 국제적 감각을 갖춘 인사라는 점을 부각했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장 등으로 이름이 오르내리던 한 후보자가 이날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것을 두고도 윤 당선인 측은 “직접 수사를 하지 않고 2선에서 행정 역할을 하기에 오히려 잡음 요소가 줄어든 거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윤 당선인이 한 검사장에게 칼을 거두고 펜을 쥐여줬다”며 “그를 아끼기에 칼을 거둬들인 것 같다”고 했다.

한 후보자의 지명을 두고 일각에선 검수완박과 연결짓는 시선도 있는데 윤 당선인은 “상관 없고”라고 일축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발칵 뒤집어졌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를 열고 한 후보자 지명을 “대국민 인사 테러”라고 표현했다. 박 원내대표는 “통합을 바라는 국민에 대한 전면적이고 노골적인 정치 보복 선언”이라며 “측근들을 내세워 검찰 권력을 사유화하고 서슬 퍼런 검찰공화국을 만들겠다는 의도를 국민 앞에 공개 천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벌써 한동훈보다 차라리 별장 성접대 사건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낫겠다는 얘기까지 나온다”며 “즉각 지명을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내 대표적 친조국 인사인 최강욱 의원은 “검찰 정상화에 대한 대응으로 가장 윤석열다운 방식을 택한 묘수”라고 꼬집었고, 김용민 의원은 “한동훈, 고귀한 검사장에서 일개 장관으로 가는군요”라며 “4·19혁명 이후 박정희의 군사 쿠데타가 있었고, 촛불혁명 이후에는 윤석열의 검찰 쿠데타가 반복됐다”고 했다.

한편 이날 8명의 2차 내각 발표를 두고는 지난 10일 1차(8명)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함께 일했던 사람을 중용하는 윤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많다. ‘법무부 한동훈-행안부 이상민’은 윤 당선인의 법조계 인맥이고, ‘외교부 박진-통일부 권영세’는 윤 당선인이 정치에 입문한 후 정치 조언을 해 온 4선 중진들이다.

“당선인, 믿는 사람 계속 쓰는 스타일 … 인재 풀 좁아 보여”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2곳의 장관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3일 서울 통의동 인수위에서 2차 내각 발표를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 2곳의 장관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강정현 기자

특히 법무부와 행안부에 대해 윤 당선인은 그동안 중립성이 흔들릴 것을 우려해 ‘정치인 출신을 배제하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정치인만 아닐 뿐’ 핵심 측근을 배치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한 후보자는 추미애·박범계 장관하에서 잇따른 좌천성 인사를 당했던 검찰 내 대표적인 윤석열 라인이고, 이상민 후보자는 충암고-서울대 법대 직속 후배로 인수위에서 인사 검증 업무 등을 맡아왔다.

윤 당선인은 지난 10일 첫 인선 발표 당시 ‘다양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할당이나 안배를 하지 않겠다. 각 부처를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을 찾아 지명하다 보면, 지역·세대·남녀 등이 균형 잡힐 것이라고 믿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실제로 1·2차 조각을 통해 드러난 장관 후보자 16명은 영남 출신이 7명, 호남 출신은 1명이다. 대선 때 “새 정부에선 30대 장관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공언했던 것과 달리 30대는 없고 40대(한동훈 49세)도 1명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경륜 있는 인사를 뽑아 안정성을 높인 측면은 있지만, 3040대·호남·여성에 대한 배려가 없어 다양성은 떨어졌다”며 “윤 당선인이 믿는 사람을 계속 쓰는 스타일이다 보니 인재 풀이 좁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서. [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무위원 후보자 추천서. [사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대변인실]

공동정부 구성을 약속한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추천 인사가 조각에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도 내부 갈등을 증폭시킬 수 있다. 당초 이날 저녁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 등과 ‘도시락 만찬’이 예정돼 있었지만 참석하지 않았다. 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인수위 사무실을 나오면서 ‘공동정부 구상에 차질이 생긴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묵묵부답이었다. 안 위원장 측근인 최진석 서강대 명예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쓰는 사람을 보면 그 지도자가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사마천의 말을 인용하며 “새 정부는 박근혜·이명박 정부 때 사람들이 그대로 다시 다 돌아왔다”고 지적했다.

전 한국외국어대 총장…대입 정시 확대 찬성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김인철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된 김인철 전 한국외대 총장은 ‘대학 자율화’를 주장해 온 만큼 향후 고등교육 정책이 상당 부분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경남 마산 출신인 김 후보자는 한국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델라웨어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8년부터 한국외대 교수로 일하며 2014년 총장이 됐고, 2018년 총장 연임에 성공했다. 2018년 한국사립대총장협의회 회장, 2020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을 역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대학 규제에 각을 세웠다. 대학 위기는 ‘재정난’에서 비롯된다며 10년 넘게 동결된 등록금을 인상하거나 ‘고등교육세’를 통해 국가 재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입과 관련해 김 후보자는 정시 확대 찬성 입장을 보였다. 현 정부가 2025년 일괄 폐지하기로 한 자사고와 외고에 대해서는 존치에 힘을 실었다.

미국통 4선 현직 의원…2008년 바이든 독대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

박진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에 지명된 박진(66·국민의힘 4선) 의원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을 역임한 ‘미국통’ 외교 전문가다. 1977년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무부 사무관을 지냈고, 유학 후 김영삼 정부에서 공보·정무기획비서관을 지내며 정상회담 통역을 도맡았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10월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감사에서 “(종전선언은) 비핵화의 입구가 아니라 출구가 돼야 한다”며 문재인 정부의 ‘선(先) 종전선언 후(後) 비핵화’ 구상을 비판했다. 그는 2008년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장 시절 미 상원 외교위원장이었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엔 직접 서한을 보내 한·미 코로나 백신 파트너십 체결을 제안했다. 박 후보자는 지난해 7월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며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경쟁했으나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서 컷오프된 뒤 윤 당선인 지지를 선언했다.

윤 당선인과 43년 지기…2013∼2015년 중국 대사
권영세 통일부 장관 후보자

권영세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아 대선 승리를 이끌며 차기 정부의 실세로 평가받는 권영세(63)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 통일부 장관으로 지명됐다.

권 후보자는 서울 태생으로 배재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서울대 법대 2년 선배로 두 사람은 ‘43년 지기’다. 권 후보자는 1983년 사법시험(25회)에 합격해 검사로 근무했고, 98년 검찰을 떠났다.

2002년 8월 재·보선에서 한나라당(국민의힘의 전신) 후보로 서울 영등포을에 출마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7·18·21대 총선에서 당선되며 4선 의원이 됐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5년 중국대사를 지냈다. 당에선 전략기획위원장, 최고위원, 세 번의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중량감을 키웠다.

권 후보자는 2010년 독일 통일정책을 다룬 책 『서독 기민/기사당의 동방정책』을 번역했다.

2019년 직접 세운 ‘경사연’…인수위 핵심 인재풀 돼
이상민 행안부 장관 후보자

이상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이상민(57) 변호사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핵심 ‘인재 풀’로 꼽히는 경제사회연구원(경사연)을 안대희 전 대법관과 함께 창립하기도 했다.

서울 출신으로 윤 당선인의 충암고와 서울대 법대 4년 후배다. 1986년 제28회 사법시험(사법연수원 18기)에 합격, 2007년까지 법복을 입었다. 이 후보자는 2019년 7월 민간 싱크탱크인 경사연을 창립하고 이사장을 지낸 인물로 주목받았다. 인수위 곳곳에 포진한 핵심 인력들이 경사연 출신이어서다.

이 후보자의 장관 임명이 확정되면 지방자치단체 예산 관리와 6·1 전국 동시 지방선거를 비롯한 선거 관리 등 국정운영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게 된다. 또 윤 당선인이 공약한 ‘디지털 플랫폼 정부’와 인수위가 행안부에 요청한 ‘기부금 단체 국민 참여 확인제’ 등의 과제도 추진한다.

환경연구원 창립 멤버…기후·대기 관련 전문가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

한화진

한화진

환경부 장관 후보자인 한화진(63) 한국환경연구원(KEI) 명예연구위원은 기후·환경 부문 전문가로 꼽힌다. 국책 연구기관에 20년 넘게 근무했고, 이명박 정부 때 청와대 환경비서관을 맡아 ‘녹색성장’ 정책 작업에도 참여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 UCLA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 후보자는 한국환경연구원(옛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개원한 1993년부터 몸담은 ‘창립 멤버’다. 전문 분야는 기후변화와 대기 관리다. 2008년 총괄책임자로 참여한 ‘국가 기후변화 적응 마스터플랜 수립 연구’는 정부의 기후변화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다. 녹색성장위원회·배출권할당위원회 등 정부 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했다.

인수위가 밝힌 탄소중립 정책의 대대적 수정과 관련해선 “2030년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40% 달성 경로를 어떻게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까라는 점에서 수정을 얘기하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해양수산쪽 정통 관료…스마트 양식 개발 주도
조승환 해수부 장관 후보자

조승환

조승환

윤석열 정부 첫 해양수산부 장관에 조승환 전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이 지명됐다. 정통 관료 출신으로, 굵직한 해양수산정책 수립을 주도한 자타 공인 해양수산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조 후보자는 27년간의 공직 경험과 해운물류, 해사 안전, 해양수산 분야에서의 다양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풍부한 식견과 정책 마인드를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92년 공직에 입문(행시 34회)해 해양수산부 해사안전국장, 부산지방해양수산청장, 해양정책실장 등 해양수산의 주요 보직을 역임했다.

해양정책실장 재임 시절에는 해양수산 과학기술 분야의 역량 강화와 해양 신산업 육성을 통한 일자리 창출 등 현안을 차질 없이 추진했다.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으로 3년간 재임하며 해양수산 분야의 연구개발(R&D)과 창업 지원 사업을 추진해 스마트 양식 등 해양수산 신기술 개발도 이끈 바 있다.

벤처기업인 출신 의원…KAIST 수리과학 박사
이영 중기부 장관 후보자

이영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지명된 이영(53) 국민의힘 의원은 IT 벤처기업 창업가 출신이다. 제9대 한국여성벤처협회장을 역임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를 맡는 등 현장 실무 경험과 정무감각을 갖췄다는 평가가 당내에서 나온다.

이 후보자는 광운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암호학 석사와 수리과학 박사 학위를 딴 암호학 전문가다. 2000년에 IT 보안솔루션 회사인 ‘㈜테르텐’을 창업했다. 이후 20여 년간 회사를 이끌며 소프트웨어산업협회 부회장, 한국무역협회 부회장 등을 지내 IT 벤처기업 현장 이해도가 높다는 평가다. 21대 국회에 비례대표로 입성한 후 당내 ICT 정책과 벤처 관련 정책을 도맡았다.

이 후보자가 장관에 취임하면 벤처기업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디지털 플랫폼 정부’ 구성에도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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