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히딩크 "2002월드컵 16강전 전날 대통령과 통화…軍면제 약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거스 히딩크

거스 히딩크

2002년 한ㆍ일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의 4강 신화를 이끈 거스 히딩크 전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월드컵 20주년 인터뷰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선수들 군 면제를 시켜주겠다는 전화를 직접 받았다”는 사실을 밝혔다. 히딩크 감독은 12일 국제축구연맹(FIFA)이 공개한 2002 월드컵 20주년 기념 다큐멘터리 ‘2002: 디스 이즈 언 아시안 오디세이(This is an Asian Odyssey)’에 출연해 김 전 대통령과의 통화 내용을 공개했다.

히딩크 감독은 “이탈리아와의 16강전 전날 저녁, 대통령이 내게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며 “내일 경기에서 이기면 병역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는 “대회 전 대통령에게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면 군 면제를 시켜줄 수 있느냐고 물었는데, 당시에는 답이 없었다”며 “16강 전 전날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히딩크는 “이 사실을 들은 선수들은 눈물을 흘렸고, 꼭 승리해야 한다는 걸 알았다”며 “다음 날 경기는 폭발적이고 매서웠다”고 했다.

당시 체육 선수들에 대한 병역 혜택은 올림픽 메달 혹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에만 적용이 됐는데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월드컵이었기에 특별 군 면제 혜택이 주어졌다.

16강전에서 우리 선수들은 역전 승리를 이끌어냈다. 이탈리아에 1대0으로 뒤지던 후반 막판 설기현의 동점골이 터졌고, 연장전에서 안정환의 역전 헤딩골로 2대1 승리를 거뒀다.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 페루자 소속으로 이탈리아전을 치렀던 안정환도 다큐멘터리에 출연해 “그때 한 골과 내 축구 인생을 바꿨지만 기뻤다”고 회상했다. 2000년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세리에A 무대를 밟은 안정환은 한일 월드컵 후 페루자에서 방출됐다. 안정환은 “이탈리아에 세계적 스타가 다 있었기 때문에 이길 거라고 생각 못 했지만, 목숨 걸고 뛰니까 되더라”고 했다.

조별리그 3차전 포르투갈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2002 월드컵 활약으로 유럽 무대에 진출했던 박지성도 출연했다. 박지성은 “대회 이후 우리도 강팀과 경쟁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며 “축구라는 스포츠가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고 뭉치게 할 수 있는지 눈으로 실감하게 해준 대회”라고 했다.

이 기사 어때요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