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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억 뇌물 짜맞췄다" 공소장 한줄씩 짚으며 반박한 곽상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장동 개발 사업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뇌물을 주고받은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첫 재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아들이 퇴직금을 받은 사실도 몰랐다.”면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이준철 부장판사)는 13일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곽 전 의원 등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전 국회의원 곽상도. 연합뉴스

전 국회의원 곽상도. 연합뉴스

檢 "곽병채 법카·사택에다 회삿돈으로 전세금도 줘"

검찰은 "곽 전 의원이 ‘하나은행이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잔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달라’는 김만배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의 청탁을 받은 뒤, 자신의 몫을 지속적으로 요구했다"며 공소 사실을 낭독했다. 당시 김씨는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를 시켜 정치자금 5000만원을 곽 전 의원에게 건네고, 남 변호사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후원금을 내게 하는 등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 아들 곽병채씨가 뇌물의 통로가 됐다고 보고 있다. 곽 전 의원이 2017년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자, 당시 화천대유에서 퇴사했던 곽씨를 김씨가 다시 고용해 법인카드와 사택 등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후 곽씨가 사택에서 나와 전셋집을 구할 때는 화천대유 회삿돈 5억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줬다고 봤다. 곽씨가 퇴사한 후에는 김씨가 상여금 명목으로 50억원을 건넸다. 검찰은 불법 자금으로 계산하기 어려운 실제 퇴직금이나 세금 등을 빼고 19억원 상당의 뇌물이 오갔다고 봤다. 또 이때 전세금으로 빌려줬던 5억원도 탕감해줬다고 했다. 검찰은 총 뇌물액을 25억500여만원으로 계산했다.

곽상도 "50억 받은 줄도 몰라…공소사실 억지로 만들어" 


하지만 곽 전 의원 측은 "아들이 50억원을 받은 사실도 모르고 있었고, 언론 보도로 공론화되고 나서야 알게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곽 전 의원은 직접 일어나 공소장의 몇 페이지, 몇 줄까지 직접 짚으며 혐의를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자신이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하나은행 임직원이 누구인지 모를 뿐더러, 검찰 역시 해당 직원을 특정하지 못해 공소사실에서도 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당시 성남의뜰 컨소시엄은 순항하고 있었던 만큼, 자신이 하나은행에 잔류를 요청할 이유도 없던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김 씨의 청탁을 듣기만 했지, 하나은행에 어떤 영향력도 행사한 게 없고 기여한 게 없는데 '(청탁을) 듣기만 한 대가'를 지급했다는 것이냐"고 되물었다. "검찰이 퇴직금을 뇌물로 짜맞추려다 공소사실을 억지로 만든 것"이라고도 했다.

곽 전 의원은 자신과 남 변호사, 정 회계사가 '변호사와 의뢰인 관계'였을 뿐이라고도 강조했다. "2014년 12월 두 사람이 초기 대장동 개발사업으로 변호사법 위반 수사를 받게 되자 자신의 법률사무소로 찾아와 처음 알게 됐고, 2015년 2월까지 7~8회 법률 상담을 해줬다"는 것이다. "당시에는 법률구조공단 이사장으로 지원한 뒤 청와대 인사 검증을 받고 있을 때라 이 사건에 관여할 입장도 아니었다"라고 했다. 남 변호사가 건넨 5000만원이 불법 정치자금이 아닌 법률상담 자문료라는 취지다. 또 2018년에 남 변호사, 정 회계사, 김 씨와 국회의원 당선 축하차 식사 자리를 가진 이후에는 더 이상 만난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왼쪽)씨와 천화동인 4호 소유주 남욱 변호사. 연합뉴스

남 변호사와 김 씨 역시 곽 전 의원 주장을 뒷받침했다. 김 씨 측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된 돈이 굉장히 큰 건 맞지만, 사업이 크게 성공해 다른 임직원에게도 막대한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종전 입장을 반복했다. 또 "조카처럼 아끼던 곽 씨가 일을 하면서 건강이 악화돼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못하게 된 데에 대한 보상 차원"이라고도 했다. 남 변호사 측도 "5000만원은 형사 사건에 관한 변호사 비용"이라고 밝혔다.

"교문위 소속으로 문화재 이슈 해결" vs "일부러 국토위 안 가" 


곽 전 의원 측과 검찰은 국회의원의 직무 권한을 두고도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곽 전 의원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교육위원회에서 일하며 문화재청 소관에 속하는 의안을 맡아 일했다고 본다. 대장동 개발 사업 도중 문화재 발굴로 생긴 일정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었다는 취지다. 또 곽 전 의원이 지난해 3월 국민의힘 내 부동산투기조사위원회에서 활동한 것을 문제삼았다. 당시 문제가 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뿐 아니라, 각종 부동산 개발 사업의 문제점에 대한 조사와 고발 업무를 담당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곽 전 의원 측은 "아들이 화천대유에 근무하고 있어, 철저히 회피하기 위해 일부러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소속되지 않고 교문위와 교육위 위원으로 활동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부동산투기조사위원회 활동과 대장동 사업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검찰이 명확히 밝혀달라"고도 했다. 곽 전 의원은 "당시 위원회는 LH 사태에 연루된 정부 여당 관계자에 대한 수사를 촉구했을 뿐"이라고 했고, 그나마도 자신은 아내 초상을 치르느라 관여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곽 전 의원은 "검찰의 공소사실이 이해하기 어렵다"며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검찰이 서울 송파구 곽상도 전 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 검찰이 서울 송파구 곽상도 전 의원의 자택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옮기고 있다. 뉴스1

'대장동 녹취록' 정영학 증인 출석 

검찰은 이 사건의 첫 증인으로 정 회계사를 신청했고, 재판부는 오는 27일 증인신문을 열기로 했다. 다만 "정 회계사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 함께 피고인으로 기소된 사건이 진행 중인 만큼, 양측이 이 사건에 한해서만 신문해달라"고 당부했다.

검찰은 "이번 사건은 내용이 복잡해 전체적인 구성을 확인하고 갈 필요가 있다"며 "피고인들이 모두 이 사건 전체를 알고 있는 사안이라 진술이 재판 중에 바뀔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남 변호사 측은 "현재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의 공소사실이 불분명한 상태에서 이 사건 증인으로 서는 게 간접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며 증언 거부권을 행사할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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