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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국물 라면의 귀환? 패럴림픽 이후 인기 급상승한 '이것'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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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큰하고 자극적인 ‘빨간 라면’을 먹다 보면 한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하얀 국물 라면’이 떠오른다. 지난 2011년 한국 라면 시장에서 ‘하얀 국물’ 바람을 일으킨 꼬꼬면과 나가사끼 짬뽕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중국에서도 이즈음 하얀 국물 라면에 소비자의 시선이 모였다. 특히 2003년 출시되었던 바이샹(白象)의 하얀 국물 라면 시리즈는 소비 트렌드에 발맞춰 빠르게 인기를 얻으며 2013년 매출 50억 위안(9543억 5000만 원)을 돌파했다. 하얀 국물 라면이 히트를 한 덕분에 바이샹은 당시 라면업계에서도 거물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됐다.

[사진 zak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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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얀 국물 돌풍이 점차 사그라지고, 바이샹 역시 퉁이(统一), 캉스푸(康师傅) 등 업계 양대산맥과 아콴식품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신성에 밀려나게 됐다. 이후 지지부진한 성적을 면치 못하던 바이샹은 최근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으로 전례 없는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어떻게 된 사연일까.

‘국뽕 열풍’ 여전…애국 소비에 힘입어 인기 얻은 바이샹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바이샹은 ‘2022 베이징 동계패럴림픽’의 대표적인 식품 공급업체다. 이 사실만으로 지난 수년간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지속된 ‘애국 소비’ 심리를 충분히 자극했는데 SNS상에서 새로운 소식이 떠돈다. 바로 바이샹의 직원 중 3분의 1이 장애인이라는 것이다. 바이샹은 산둥(山东)성 지닝(济宁)시에서 장애인을 가장 많이 고용한 기업이기도 하다.

[사진 世界华人周刊]

[사진 世界华人周刊]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15일, 중국 관영 CCTV는 소비자의 날을 맞아 방영한 고발 프로그램에서 후난(湖南)성의 한 쏸차이(酸菜) 제조공장의 비위생적인 생산 과정을 낱낱이 공개했다. 쏸차이는 중국인이 즐겨 먹는 식자재로 쏸차이 컵라면 등이 중국 전역은 물론 해외에서 소비되고 있다.

이날 영상에서는 쏸차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맨발인 채로 쏸차이 절임 통에 들어가거나, 피우던 담배꽁초를 버리는 등 비위생적인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CCTV는 이 업체 외에도 제조 환경이 비슷한 다른 쏸차이 제조 업체 3곳도 함께 공개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업체들이 캉스푸 등 유명 식품 브랜를 비롯해 상하이, 후베이, 쓰촨 등 각지의 식품 유통 회사에 쏸차이를 납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는 점이다. 심지어 업계 관계자는 “이러한 제조 환경에서 생산된 쏸차이는 불순물이 섞일 수 있지만 발각되어도 1000~2000위안(19만~38만 원) 상당의 벌금만 물면 그만”이라고 말해 소비자의 공분을 샀다.

캉스푸 측은 방송 이후 성명을 통해 논란이 된 업체와 모든 협력 관계를 중단하고 문제가 된 제품을 모두 봉인했다고 밝혔으나 소비자의 불안감을 쉽사리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 속, 바이샹은 발 빠르게 대처한다. 15일 밤 11시(현지시간) 공식 웨이보 계정을 통해 “바이샹식품은 방송에 나온 쏸차이 업체 중 그 어느 곳과도 협력한 적이 없으며, 이는 지난 25년간 한결같이 품질 유지에 신경 쓴 결과”라고 논란을 일축했다. 이 내용은 삽시간에 퍼졌으면 5만 2000건의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덕분에 바이샹은 상대적으로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 구축에 성공한다. 캉스푸, 퉁이, 화룽(华龙面业) 등 중국 라면업계 3대 거물들이 일본 기업으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나 바이샹은 시종일관 일본 자금줄을 거절했다는 사실도 뒤늦게 알려지며 중국 소비자들의 애국심에 불을 지폈다.

[사진 豹变]

[사진 豹变]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웨이핀후이(唯品会)에 따르면 지난 3월 4일 동계패럴림픽 개막 이후 바이샹의 판매량은 약 200% 늘었다. 더우인(抖音) 라이브커머스에서 바이샹의 매출액도 대폭 증가했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월 6일, 바이샹이 진행한 라이브커머스 매출액은 67만 위안(1억 2788만 원)에 달했다. 이는 전날보다 650% 증가한 수치다.

쏸차이 사건 이후에는 캉스푸와 퉁이의 매출을 앞지르기도 했다. 톈마오(天猫) 통계에 따르면 바이샹의 간판 제품인 탕하하오허(汤好喝)의 톈마오 월 판매량은 40만 건에 달했다. 반면 캉스푸와 퉁이의 최고 인기 제품은 각각 2만 건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 같은 바이샹의 인기는 패럴림픽 개최와 함께 중국 사회에 퍼진 장애인에 대한 처우 개선 인식과 쏸차이 사건으로 인한 수혜의 결과일 뿐, 지속적인 매출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무엇보다 인스턴트 라면 시장이 저물고 있다는 시장 분석도 나온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2018~2020년 중국 인스턴트 라면 생산량은 3년 연속 내림세를 걷고 있다.

수요 방면에서도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2013~2016년 4연 연속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코로나19 영향으로 ‘집콕 소비’가 늘며 2019년 414억 5000만 개였던 중국 인스턴트 라면 수요량은 2020년 442억 7000만 개로 늘었다. 업계는 이 같은 수치를 가리켜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결과일 뿐, 포스트 코로나 때는 기존 하락세로 다시 돌아설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 시나닷컴]

[사진 시나닷컴]

업계는 중국 소비자들 사이에서 ‘건강’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인스턴트 라면이 선택권에서 밀려나게 된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바이샹이 이러한 이미지에서 벗어나고자 사골 육수를 이용한 라면 제품 등을 선보였다. 그러나 라면이 ‘저렴하고 건강하지 않다는 편견’은 여전히 사회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에 바이샹은 지난 2021년 산하 브랜드 푸시몐스(福喜面食)를 통해 만터우(馒头), 바오쯔(包子) 등 냉동식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유통 루트도 새롭게 바꾼다. 주로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오프라인에서도 슈퍼마켓이 아닌 학교나 공장 등에 주로 납품했다. 다만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채 흐지부지 사업을 접고 있는 양상이다.

이 밖에도 인스턴트 라면 외에 손쉬운 간편식 종류가 속속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바이샹의 위치를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중국에서는 코로나19 이후 외식과 대신에 반조리 라면, 밀키트, 즉석 훠궈(自热火锅) 등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이 뜨고 있다. 여기에 메이퇀(美团)이나 어러머(饿了么) 등 배달앱은 이미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직장인의 필수 앱(APP)으로 자리잡으며 라면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편리함’이라는 강점은 빛을 발하지 못하게 되었다.

건강하지도, 편리하지도, 심지어 필수 식품도 아니게 된 라면은 가격 면에서 여전히 우세한 자리를 차지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라면업계의 잇따른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바이샹은 제품 다각화로 승부수를 띄웠다. 우선 단선량(单身粮)과 손잡고 독신 경제 트렌드에 맞춘 신제품을 내놓았다. 또 2020년에는 프리미엄 라면 제품인 ‘셴몐촨(鲜面传)’을 선보이기도 했다.

[사진 zaker]

[사진 zaker]

현재 바이샹의 톈마오 플래그십스토어를 방문하면 뤄쓰펀(螺蛳粉), 즉석 훠궈, 건강식품, 레저 간식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3, 4선 도시에서 저가 제품을 주력 상품으로 내밀었던 바이상은 프리미엄 트렌드에 맞춰 35위안(6690원)짜리 제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다만 이러한 제품 모두 괄목할만한 성적으로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칭화대학 브랜드 마케팅 선임연구원인 쑨웨이(孙巍)는 “바이샹이 밀키트나 건강식품 방면에서 문외한에 속하기 때문에 시장 신뢰를 단 시간에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저가 포지션을 취하고 있던 브랜드가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들도 단발성 인기로 전체 매출 증대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 동의하는 눈치다. 한 중국 식품산업분석가는 “바이샹은 브랜드 이미지, 제품, 유통 채널, 임원진 등 여러 방면에서 ‘노후화 문제’를 맞닥뜨렸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채 일시적인 인기에만 의지한다면 매출 증대는 물론 회사 미래까지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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