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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고아될라…두살 아이 등에 이름·생년월일 적은 우크라 엄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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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살 우크라이나 소녀 비라의 등에 그녀의 이름, 생년월일, 부모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두살 우크라이나 소녀 비라의 등에 그녀의 이름, 생년월일, 부모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등에 이름과 생년월일이 적혀 있는 두살 소녀의 사진이 전세계에 전쟁의 참상을 전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진 속 비라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한 집에서 기저귀를 찬 채 서 있다. 비라의 등에는 그녀의 이름, 생년월일, 부모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전쟁이 난 줄 모르는 비라에게는 등에 글자를 적는 게임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사실 이건 우크라이나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딸이 전쟁고아가 될 가능성에 대비한 부모의 필사적인 노력이었다.

비라의 엄마인 올렉산드라 마코비(33)는 “나와 남편이 죽더라도 비라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코비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비라의 등 사진을 올렸고, 이후 우크라이나 언론에 보도되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전세계 사람들이 마코비에게 지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고, 수많은 우크라이나 부모가 자녀에게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상에서는 비라의 사진을 우크라이나의 무고함을 기리는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들도 있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스페인 의회 연설에서 마코비의 노력을 언급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상상해보라. 우크라이나의 어머니들은 어린 아이들의 등에 글을 쓰고 있다”며 러시아가 “정상적인 삶의 모든 기초”를 파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크라이나 소녀 비라가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로 피난 온 후 이 곳에서 선물받은 발레복을 입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우크라이나 소녀 비라가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로 피난 온 후 이 곳에서 선물받은 발레복을 입고 있다. [사진 인스타그램]

트위터에서는 마코비가 사진을 연출했다고 주장하며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마코비는 자신의 인스타 팔로어들이 우크라이나 부모가 견뎌내는 ‘광기’를 느끼기 원했기 때문에 사진을 공유한 것이라고 말했다.

키이우에서 나고 자란 마코비는 지난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직후 그곳을 떠났다. 몰도바에 도착할 때까지 제대로 잠을 잘 수도, 음식을 챙겨 먹을 수도 없었다. 이들은 마침내 프랑스 남부의 한 마을에 도착했고 피난처에서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마코비는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발레옷을 입은 비라의 사진을 올리며 “우리를 돌봐주는 프랑스 가족이 선물해 준 옷”이라고 말했다. 마코비는 “프랑스의 자원봉사자분들, 그리고 전쟁터에서 탈출할 수 있도록 우리를 돕고 지원해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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