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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의 메이크머니] ‘긱 경제’ 시대 성큼, 도보배달 투잡 어때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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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서지명

서지명

영국드라마 ‘이어즈&이어즈’에 나오는 장면 하나. 자산관리전문가인 스티븐은 갑작스러운 은행 파산으로 자신도 파산하고 실직한다. 실직 후 찾은 일은 택배 업무다. 황망해 하는 스티븐에게 택배사 직원은 그의 속내를 읽은 듯 옆 사람을 가리키며 “저 사람은 옥스퍼드 출신”이라고 말한다. 아이비리그 출신이나 석·박사 출신이라고 해서 택배 일을 하는 게 특별할 것도 없다는 투다. 그러면서 그냥 ‘택배원’이 아닌 ‘라이프스타일 도우미’라고 강조한다. 택배원이 물건을 배송해주기에  그들의 삶이 나아지는 만큼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는 것.

같은 드라마의 또 다른 장면 하나. 주인공 한 명이 모임 중인 옆 사람에게 지인을 직장동료라고 소개하는데, 소개받은 지인이 어느 직장 동료인지 묻는다. 대체로 여러 회사에 소속되거나 관계를 맺고 일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이자 택배기사인 식이다. 2034년까지 가까운 미래를 다양한 소재로 풀어낸 이 드라마가 그리는 미래에는 이른바 ‘긱(gig)’ 경제가 보편화해 한 사람이 적게는 2개에서 많게는 십수개의 일을 한다.

실제로 우리도 어느새 투잡 또는 쓰리잡을 넘어 여러 개의 직업을 갖고 있는 이른바  N잡이 흔해졌다. 법인보험대리점 리치앤코가 지난 5일 수도권 거주 2030 직장인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MZ세대(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자)는 ‘N잡’을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5명 중 1명은 이미 ‘N잡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블로그 등을 통해 소셜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광고수익을 올리거나 현물 협찬을 받고 재능마켓에 자신의 재능을 팔거나 배민커넥트, 쿠팡이츠 같은 배달로 수익을 올린다.

나 역시 이것저것 도전해봤는데 배달이 가장 접근이 쉽다. 차나 오토바이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도보로도 가능하다. 걸으면서 돈도 번다는 ‘도보배달’이다. 갖춰야 할 장비도 따로 없고 정산도 일주일 만에 해준다. 하다 보니 꽤 쏠쏠하고 재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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