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김예지가 고발한다

"전장연에 무릎 꿇었다고? 장애인과 불편 겪은 시민에 사과한 것"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희윤 기자 중앙일보 기자

나는 고발한다. J’Accuse…!’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국민의힘의 김예지 의원과 이준석 대표. 그래픽=김현서 기자

국민의힘의 김예지 의원과 이준석 대표. 그래픽=김현서 기자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승강장 앞에서 무릎을 꿇었습니다. 전장연(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에서입니다. 전장연은 장애인 권리예산 확충을 위해 지난해 12월부터 지하철 출·퇴근길 시위를 26차례 이어왔습니다. 김 의원은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 책임을 통감한다. 공감하지 못한 점,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지 못한 점을 정치권을 대신해 사과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불편함을 느끼고 계신 시민분들께도 죄송하다. 출근길 불편함, 상상만 해도 짜증 나는 일”이라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관련기사

이날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SNS에 “전장연은 서울시민을 볼모 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며 전장연의 출근길 시위를 비판한 바로 다음 날이었습니다. 격려도 있었지만 당내에서 비판도 적지 않았습니다. 사과는 어떤 의미였을까요.

지난 1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김 의원은 “전장연이라는 단체가 아니라 장애인과 모든 국민께 사과한 것”이라며 “누구를 대신해 사과한 게 아니며 정치권에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장연은 잘 알지도, (단체의 정치적 성향에) 동의하지도 않는다”며 “다만 그동안 아무리 외쳐도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사안에 대해 기왕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으니 정치인으로서의 내 역할은 입법적, 제도적 개선을 끌어내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달 28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 현장에서 무릎을 꿇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전장연 시위를 찾아 무릎 꿇은 건 어떤 의미였나.
전장연이라는 한 단체에 사과한 게 아닙니다. 누구를 대신해서 사과한 것도 아닙니다. 모든 국민께 사과한 겁니다. 장애인 모두와 이번 시위를 통해 불편을 겪은 국민에게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정치권이 (장애인을) 세심하게 챙기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누군가는 해야 했던 일인데도요. 저는 (전장연과 같은) 급진적 시위나 선전전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음악(※피아니스트 출신이다)과 강연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 등을 위해 계속 노력해왔습니다. 장애인의 외침이 반영되지 않으면 결국 약자가 가져야 할 권리라는 본질적 가치가 훼손된다고 생각합니다. 불편을 겪는 장애인의 외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치권에는 반성을 촉구하고, 이 과정에서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에 사과하려고 나선 겁니다.
출근길 시위 방식을 어떻게 생각하나.
시위 방식을 논하는 것은 적절치 않습니다. 전장연은 활동가예요. 국회의원이 법을 만들고 개정하듯이 활동가는 늘 하는 일이 그겁니다.  모든 장애인이 전장연의 방식에 동의하지는 않지만, 전장연의 급진적인 활동 때문에 교통약자법 제정·개정이 계속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두가 편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통약자법 덕분에 많은 어르신이나 걷기 불편한 젊은 층도 엘리베이터를 많이 이용하지 않습니까? 물론 "어쨌든 지금 당장 내가 불편한 건 싫어”라고 말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다양한 목소리를 잘 조율하도록 정부가 더 노력해야 합니다.
장애인 이동권 문제는 40년 가까이 된 이야기입니다. 지난 1984년 김순석 열사가 ‘휠체어 가로막는 도로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위를 계기로 SNS에서 불거진 (장애인 혐오와 같은) 이슈를 보며 상당히 심각하다고 느꼈습니다.  
지난달 27일에 올라온 이준석 국민의힘 페이스북 글. [이준석 페이스북 캡처]

지난달 27일에 올라온 이준석 국민의힘 페이스북 글. [이준석 페이스북 캡처]

이준석 대표의 표현 방식 이야기인지.
자칫하면 혐오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들이 있어서 큰일 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이 대표가 말한) ‘볼모’ 등의 단어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그렇기에 이렇게 논란이 되는 거겠죠.
많은 사람이 ‘정말 힘들고 바쁜데 저 사람들(전장연) 탓에 너무 불편해. 왜 내 권리를 침해해?’라고 생각할 겁니다. 옆집 청년이 이렇게 말했으면 아무도 걱정을 안 했겠죠. 하지만 지도자가 이렇게 말하면 파장이 매우 큽니다. 
당 내부에서 대표와 다른 목소리를 낸다는 비판도 나왔는데. 
일부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다른 당으로 가라고 비난했습니다. 우리 당 정강에 10가지 약속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약자와의 동행’입니다. 양극화하며 급변하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배제되는 약자와 동행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우리 당 정강을 좀 더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할 책무가 제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전장연 시위가 정치적 편향을 띤다는 목소리가 있는데.
이 단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단체의 정치적 성향은 제 관심사가 아닙니다. 지금까지 장애인이 주목받지 못하고 누리지 못한 권리를 챙기기 위해 비례대표로 이 자리(의원직)에 왔습니다.
사과 이후 주변 반응은. 
전장연과 유착관계라는 유언비어도 있던데 저는 그 단체를 잘 모릅니다. 민원 차 몇 번 찾아왔을 때 만난 게 전부입니다. 이번 시위를 통해서 여러 장애 관련 단체들이 결합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전장연의 시위 방식에 대해 모든 장애인이 동의해온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번 시위를 계기로 (장애인 권리 향상이라는) 본질이 훼손되는 건 막아야 한다, 방법이 달라도 추구하는 방향은 같다는 생각에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연합회 등 몇몇 단체가 모였다고 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는, 의원실로 비난 전화나 문자가 너무 많이 와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습니다. 
새 정부에서 장애인 관련해 어떤 조치를 해야 할까. 
올해는 교육, 노동, 문화·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제6차 장애인종합계획을 수립하는 해입니다. 이 로드맵에 당사자의 목소리와 의견을 반영하도록 우선 집중해야 합니다. 장애는 한 개 유형만 있는 게 아니기에 휠체어 이동권만 주목받아서는 안 됩니다. 이를 위해 토론의 장을 많이 마련하면 좋겠습니다. 저는 2년 남짓 남은 의정 기간 동안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반영해주지 않았던 세심한 부분을 챙기는 메신저이자 심부름꾼 역할을 하겠습니다.

[교통공사 MZ 노조의 별별시각]승객·역무원은 죄가 없다 해결 가능한 국회로 가라

장애인 단체의 출근길 지하철 시위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인터뷰와 함께 읽으면 좋을 서울교통공사 올바른 노동조합 송시영 위원장의 칼럼을 소개합니다.올바른노조는 민주노총 산하의 기존 노조와 달리 MZ세대 목소리를 대변하는 제3 노조입니다. 송 위원장은 역무원 고충도 이해해 달라고 얘기합니다. 전문은 중앙일보 사이트 나는 고발한다 섹션(www.joongang.co.kr/series/11534)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