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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영리병원, 제주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또 취소됐다

중앙일보

입력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됐던 제주 녹지국제병원(녹지제주)에 대한 개설 허가가 또다시 취소됐다.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에 조성 중인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토평동에 조성 중인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도는 12일 열린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취소 안건이 심의위원 만장일치로 가결됐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녹지국제병원 개설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가 병원 부지와 건물 일체를 제3자에게 매도했고, 방사선 장치 등 의료시설 전부를 멸실하는 등 개설 허가 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고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

제주도 "병원 부지·건물 매각, 의료시설 없어져"

앞으로 제주도는 행정절차법에 따라 녹지제주를 상대로 청문 절차를 진행한 뒤 관련 법규에 따라 허가 취소 처분할 방침이다.

녹지제주는 2018년 800억원을 투자해 의료진과 의료시설을 갖추고 국내 첫 영리병원 개설 허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같은 해 12월 제주도가 내국인 진료를 제한하는 조건을 달고 병원 개설을 허가하자 다음 해 4월까지 병원 문을 열지 않았다.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 과정. [중앙포토]

제주 녹지국제병원 설립 과정. [중앙포토]

이후 제주도는 ‘병원 개설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는 의료법 규정을 근거로 청문 절차를 거쳐 2019년 4월 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에 반발한 녹지제주는 2019년 5월 제주도를 상대로 ‘외국 의료기관 개설 허가 취소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1월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녹지제주, 2018년 병원개설 허가 신청…법정 공방

녹지제주는 대법원 판결로 영리병원 허가가 되살아나자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풀어주면 영리병원을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제주도에 전달했다. 그러자 제주도는 지난달 28일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실사를 벌였다. 조사 결과 녹지제주가 병원 건물과 부지를 국내 법인에 매각해 제주도 조례로 정한 ‘외국인 투자 비율 100분의 50 이상’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에 의료 장비와 인력도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의료기관은 개설 허가 당시는 물론 개설 후에도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 제17조 규정에 근거한 개설 허가 요건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게 제주도의 입장이다.

2019년 3월 제주도청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2019년 3월 제주도청 앞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들이 기자회견을 열어 제주도와 정부를 상대로 녹지국제병원 개원 허가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뉴시스

녹지제주는 이와 별건으로 도가 녹지병원 개원을 허가하며 달았던 ‘내국인 진료 제한’ 조건을 취소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고 1심 재판부인 제주지법 행정1부(김정숙 수석부장판사)는 지난 5일 녹지제주 측 손을 들어줬다.

법원 지난 5일 "내국인 진료제한 조건 취소" 판결 

재판부는 “제주특별법과 제주도 보건의료 특례 등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에 이 사건 허가 조건과 같이 진료 대상을 제한하는 내용의 부가적인 약관을 붙일 수 있다는 명시적인 근거가 없다”며 “제주도가 아무런 법령상 근거 없이 붙인 이러한 약관은 위법하다”고 말했다. 의료법 제15조에는 정당한 사유 없이 의료인의 진료거부를 금지하고 있다.

한편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최초로 시도된 투자개방형 병원이다. 영리병원으로도 불리는 투자개방형 병원은 투자자 자본으로 운용해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강보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의료비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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