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코 풀어 윗집 문에 코딱지 붙였다…확진자의 '황당 복수' 왜 [사건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 중앙포토

코로나19 오미크론 바이러스. 중앙포토

특수상해미수·감염병예방법 위반…경찰, 檢 송치

전북 익산에서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빚던 아랫집 남성이 윗집 현관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본인의 콧물을 묻힌 일이 발생했다.

익산경찰서는 12일 "특수상해미수와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A씨(40대 초반)를 지난 8일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달 16일 오후 3시쯤 자신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B씨(30대) 집 현관문 손잡이에 자신의 콧물과 코딱지 등을 묻힌 혐의다. A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 후 자가 격리 기간(일주일) 중 범행했다.

도대체 A씨는 왜 이런 일을 하게 됐고, 윗집에서는 이 일을 어떻게 알게 됐을까.

층간 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층간 소음 이미지. 중앙포토

가족 외출…문 손잡이에 콧물·코딱지 묻혀 

조사 결과 이들은 사건 발생 전 이미 층간소음 문제로 수차례 말다툼을 해왔다. 아랫집에는 A씨 부부, 윗집에는 B씨 부부와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산다고 한다. “대부분 A씨가 층간소음을 문제 삼아 B씨 가족에게 항의했다”는 게 B씨 가족 주장이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B씨 가족이 외출한 사이 벌어졌다. 코로나19 확진 후 집에서 격리 중이던 A씨는 사건 당일 혼자 위층에 올라갔다. 이후 코를 풀고 손에 묻은 분비물을 B씨 집 현관문 손잡이에 묻혔다.

A씨의 행동은 아파트 복도에 있는 동작 감지용 폐쇄회로TV(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집주인이 외출할 때 방범용 카메라 각도 안에 움직이는 대상이 들어오는 즉시 휴대전화가 울리는 기능을 설정해 놓아서다. 경찰 관계자는 "윗집 주인(B씨)은 A씨의 범행 장면을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으로 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보건소 의료진이 자가진단 키트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뉴스1

보건소 의료진이 자가진단 키트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뉴스1

자가키트 '양성'…국과수 "아랫집 남성 DNA"

B씨 가족은 이날 오후 8시쯤 집에 돌아온 뒤 현관문 손잡이에 이물질이 묻어 있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 이를 본 B씨는 집에 있던 자가진단 키트(도구)를 이용해 손잡이에 묻은 이물질을 검사해 보니 코로나19 양성이 나왔다.

B씨 가족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출동한 형사들이 해당 분비물을 채취해 보건소를 통해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맡긴 결과도 양성이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정보(DNA) 분석도 의뢰했다. B씨 집 현관문 손잡이에 묻은 분비물이 A씨의 것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과수 분석 결과 A씨의 DNA와 일치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의사가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와 전화로 비대면 진료를 하고 있다. 본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콧물 나와 코 풀었을 뿐"…경찰 "감염 고의 있다"

A씨는 경찰에서 "콧물이 나와 코를 풀었을 뿐"이라며 "손에 묻은 콧물을 현관문 손잡이에 묻힌 건 사실이지만, 일부러 B씨 가족에게 코로나19를 걸리게 할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로 말했다.

하지만 경찰은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감염 의도가 없었다면 굳이 B씨 집까지 찾아가 콧물을 문 손잡이에 바를 이유가 없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 관계자는 "관련 판례 등에 비춰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검출된 콧물을 '위험한 물건'으로 봤으나 B씨 가족이 실제 콧물을 만지지는 않아 특수상해미수 혐의를 적용했다"며 "A씨가 범행 당시 격리 장소인 집을 벗어났기 때문에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