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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처럼 졸졸 쫓아다니는 '로봇 캐디' 국내 등장…비용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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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캐디. 성호준 기자

로봇 캐디. 성호준 기자

KLPGA 투어 개막전 롯데 렌터카 여자오픈이 열린 지난 10일 롯데스카이힐 제주 골프클럽. 이 골프장의 챌린지 코스에서는 로봇 캐디가 움직이고 있었다.

로봇 캐디는 영화에 나오는 로봇처럼 생긴 건 아니다. 손으로 끄는 풀카트 형태이며 추적 장치를 단 자율 주행차 비슷하다.

2~3m 간격을 두고 마치 강아지처럼 졸졸 쫓아왔다. 샷을 할 때는 정지해 있다가 트래킹 단추를 누르면 다시 구동한다.

근처의 동체를 쫓아가는 원리로 로봇 캐디가 다른 로봇 캐디를 쫓아가게 할 수도 있다. 그래서 한 사람이 여러 로봇 캐디를 기차처럼 끌고 다닐 수도 있다.

로봇 캐디에는 태블릿 컴퓨터가 있어 코스 정보, 남은 거리, 앞 팀 위치 등을 알 수 있다.

롯데스카이힐 제주의 김현령 총지배인은 “캐디 구인난도 있고, 캐디를 원치 않는 골퍼도 있어 골퍼의 선택지를 넓히는 차원에서 지난해 말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 골프장은 로봇 캐디 8대를 보유했다. 9홀인 경주의 코오롱 가든 골프장은 로봇 캐디만 운영한다.

대여료는 대당 3만원이다. 골프장 측은 “주로 2~3인 플레이를 할 때 많이 이용한다. 카트 사용료나 캐디피가 없기 때문에 이용료는 로봇 캐디를 쓰는 게 저렴하다”고 말했다.

로봇 캐디를 동반한 라운드는 건강에 좋고, 걸으면서 경치를 음미하고 동반자와 여유 있게 대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산악 코스의 경우 로봇과 9홀 정도 라운드하면 운동으로 괜찮을 듯하다.

카트를 쓰는 라운드는 클럽을 잘못 가져가면 카트까지 다시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로봇 캐디는 골퍼 옆에 붙어 있기 때문에 그런 불편은 없다.

로봇 캐디 아이디어는 이미 130년 전에 나왔다. 1892년 런던에서 발간된 잭 맥컬러프의 소설 『2000년의 골프』에서다.

소설에서 골프를 좋아하는 스코틀랜드인 알렉산더 깁슨은 라운드를 마친 뒤 술 한 잔을 걸치고 잠이 들었다 깨어나 보니 2000년 5월 21일이었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여러 가지 상상을 했다. 2000년에 정치 등은 여자가 하고 남자는 골프를 했다. 국가간의 중요한 사건을 골프 승패로 결정했다.

골프 라운드에는 캐디백을 실은 자동 운반기계가 골퍼를 따라다닌다. 딱 지금의 로봇 캐디다. 소설 속에선 골퍼의 허리띠에 달린 전자장비가 기계를 유도한다.

『2000년의 골프』에 나오는 로봇 캐디. 성호준 기자.

『2000년의 골프』에 나오는 로봇 캐디. 성호준 기자.

108년간 잠들어 있던 주인공은 “사람 캐디와는 대화할 수 있었는데 로봇 캐디와는 말을 할 수 없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했다.

전자 캐디는 20세기 말 미국에서 나왔다. 여러 가지 고장 등으로 사라졌다가 AI 기술 등의 발전으로 최근 다시 등장했다.

김현령 총지배인은 “불편한 부분이 아직 조금 남아 있다. 적재함이 작고 카트길 경계 턱을 넘을 때 멈출 때도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매우 편하고 실용적이다. 로봇 캐디에 대한 컴플레인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로봇 캐디 업체들은 AI 기술을 장착할 계획이다. 골퍼가 원할 경우 로봇 캐디가 스윙에 대해 조연해 주고, 코스 공략법도 가르쳐주며 공 추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골프 미래 소설과 달리 캐디와 대화도 가능할 듯하다.

로봇 캐디. 성호준 기자

로봇 캐디. 성호준 기자

이 골프장 박상훈 운영팀장은 “요즘은 캐디가 부족하고 일이 많아 캐디들은 로봇 캐디를 경쟁자가 아니라 도와주는 역할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로봇 캐디의 지능이 더 발달하고 대중화되면 인간 캐디를 대체할 수도 있다. 김 총지배인은 “캐디들은 일종의 사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캐디피가 더 오르는 대신 전문성을 갖추고 서비스 수준을 높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제주=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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