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반도체 연구왕’ 이종호 과기장관 후보자…삼성·애플과 특허 소송하기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마디로 ‘노력하는 천재’다.”

대학 동기이자 옛 동료가 바라본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의 모습이다. 이 후보자와 경북대 전자공학과 83학번 동기인 조찬섭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11일 중앙일보와 전화 통화에서 “해외 학회에 참석하면 제일 앞자리에서 모든 발표를 끝까지 듣고,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다”며 “취미를 즐기라고 해도 ‘취미가 연구’라고 답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우체국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함성호 경북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연구를 굉장히 열심히 하신다”며 “그 모습을 보고 새로 온 젊은 교수도, 학생들도 따라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취미가 연구”인 반도체 석학

반도체 석학으로 이름난 이 후보자가 과기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반도체 분야에서의 입지와 성과, 눈에 띄는 소송 이력이 함께 화제에 올랐다.

서울 서초구에 았는 삼성 사옥.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에 았는 삼성 사옥. [연합뉴스]

이 후보자는 반도체 분야에서 지금까지 논문을 514편 발표하고, 특허 86건을 등록했다. 이 가운데 원광대 전기공학과 교수였던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함께 세계 최초로 3차원(3D) 벌크 핀펫(Bulk FinFET)을 개발한 성과가 특히 높게 평가받는다. 벌크 핀펫은 반도체를 3차원으로 설계해 전력 효율을 높여주는 기술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등에 쓰인다. 함성호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벌크 핀펫’ 기술로 삼성과 소송전 

이 후보자는 2003년 미국에서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출원해 2012년 인텔로부터 100억원의 기술 사용료를 받기도 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이 후보자 측과 협상 없이 해당 기술을 적용한다는 소식에, 이 후보자는 KAIST 자회사인 KIP에 미국 특허권을 양도했다. KIP는 2016년 미국 텍사스 동부지법에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 지난해 서울 중구 서소문로 HSBC빌딩에서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이 지난해 서울 중구 서소문로 HSBC빌딩에서 열린 '한중비전포럼'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미국 법원 배심원단은 2018년 삼성전자에 4억 달러(약 4900억원)를 배상하라는 평결을 내렸다. 이어 법원은 2020년 1심에서 2억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삼성전자가 이 후보 측과 합의하면서 법정 다툼은 끝났다. 합의금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애플도 2019년 이 후보자 측에 사용료를 지급했다.

산업계 이해도 높다는 평가도 

그는 연구에 매진할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계에 대한 이해도 역시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뛰어난 연구 성과를 내는 동시에 반도체 회사 직원 교육, 산학 합동 학술대회 등을 통해 산업계와 교류를 많이 한다”며 “평소 반도체 산업의 발전을 위해 인력 양성에 공을 들여야 한다는 견해를 자주 밝혔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1966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났으며 경북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에서 전자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원광대(전기공학부)와 경북대(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를 역임했다. 2009년 서울대 교수로 부임해 서울대 반도체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2015년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에서 회원 40만 명 중 0.1% 이하만 선정되는 석학회원 자격을 얻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