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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여객선도 대중교통…섬 사람들 “버스처럼 공사가 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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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지난 4일 낮 승선객들이 인천항에서 연평도로 떠나는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사진 선사 측 제공

지난 4일 낮 승선객들이 인천항에서 연평도로 떠나는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사진 선사 측 제공

연평도(인천광역시 옹진군 연평면)에 사는 김모(63)씨는 지난해 가을 ‘육지로 가는 길이 끊길지도 모른다’는 트라우마가 생겼다. 인천항과 연평도를 오가는 여객선 운항횟수가 하루 2회에서 1회로 줄어들었을 때였다. 연평 항로에 대한 국비 지원이 사라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해양수산부는 “지역 간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로 연평도를 지원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연평도 주민들의 삶은 엄청난 변화와 마주하게 됐다.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 선사 측이 운항횟수를 줄이자 연평도 주민들은 ‘당일치기’로 육지에 다녀오는 게 불가능해졌다. 인천과의 일일생활권에서 제외된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인천시와 옹진군이 예산지원을 했다. 3개월 만에 하루 2회 운항이 재개됐지만, 섬 주민들은 후유증에 시달린다고 김씨는 전했다. 그는 “연평도 포격 당시 어선을 타고 육지로 피신할 정도로 도민들은 오랜 기간 교통약자였다. 일일생활권 보장을 위해 버스나 지하철 같은 다른 대중교통처럼 지자체가 여객선 운영을 맡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인천의 섬과 육지를 잇는 해상교통인 연안 여객선 운영 방식이 공론장에 올랐다. 인천시의회에 ‘인천교통공사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조례 개정안)’이 발의되면서다. 개정안의 골자는 인천시 지방공기업인 인천교통공사가 할 수 있는 사업에 ‘연안여객 운송 사업’을 추가하는 내용이다. 민간에서 손을 뗀 연안 여객의 운송 사업을 지자체가 주도해 추진할 수 있는 근거를 담고 있다. 섬 주민들은 ‘이동권 보장’을 위한 방안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을 위해 전문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일 오전 승선객들이 인천항에서 백령도로 떠나는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사진 선사측 제공

지난 4일 오전 승선객들이 인천항에서 백령도로 떠나는 여객선에 오르고 있다. 사진 선사측 제공

인천시의 조례 개정안이 쟁점이 된 건 2020년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대중교통법)’이 개정되면서 내항 여객선이 버스, 철도 등 육상교통처럼 대중교통이 됐기 때문이다. 섬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여객선 운송사업도 다른 교통수단처럼 인천교통공사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해처럼 해수부의 지원대상에서 빠지거나 선사 측이 일방적으로 운항을 중단하면 주민의 일일생활권이 한순간에 무너진다는 논리다. 조례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백종빈 인천시 의원은 “이동권을 제약받는 옹진군의 섬 주민들을 위해 개정안을 내놓았다”고 말했다.

인천교통공사를 관할하는 인천시 건설교통국은 여객선 운송사업이 지방공기업이 할 수 있는 사업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부담스러운 초기 진입비용, 해상교통 운영 경험이 없다는 점도 부담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인천시는 인천교통공사가 인천~연평도와 인천~이작도 등 2개 여객항로를 운영할 경우 선박 구매비와 운영비를 포함해 266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성표 인천시 건설교통국장은 “안정성과 효율성 측면에선 해상교통 전문기관이 연안 여객을 운영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낮 인천항에서 온 승선객들이 백령도에 내리고 있다. 사진 선사 측 제공

지난 4일 낮 인천항에서 온 승선객들이 백령도에 내리고 있다. 사진 선사 측 제공

인천시가 위탁을 맡기거나 해상운송 전문기관을 설립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남 신안군의 경우 민간이 포기한 여객선 사업을 공공이 위탁하는 방식을 택했다. 2020년부터 군내 적자 항로 2곳을 군 산하기관인 신안군도선운영협의회에 위탁해 운영하고 있다.

김도경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여객선 운항이 중단되면서 섬 거주민이 피해를 보는 부분은 공공성 측면에서 간과해선 안 될 문제”라면서도 “교통공사가 여객선을 운영하는 방안은 여러 방면의 숙의를 거쳐 결정할 사안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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