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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꾀병 오해 받기 딱 좋다"…코로나 후유증이 만든 억울한 상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후군 클리닉에서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9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증후군 클리닉에서 환자가 진료를 받고 있다. 뉴스1

“격리가 끝났는데도 몸 상태가 100%는 아니었어요. 일부러 많이 자고 나왔는데도 피곤하고, 집중도 잘 안됐어요. 꾀병이 아닌데, 꾀병으로 오해 살까봐 걱정됐죠.”

사회초년생 유모(25)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격리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몸 상태가 좋지 않다”고 했다. 유씨의 증상은 무기력과 피로감, 집중력 저하다. 유씨는 “기침이나 가래처럼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어서, 꾀병으로 오해 받기 딱 좋다”며 “빨리 예전 컨디션을 회복하고 싶은데 답답하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유씨처럼 후유증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이른바 롱코비드(코로나19에 따른 장기 후유증) 환자들이다. 이들은 잔기침, 콧물, 가래, 후·미각 상실 등 다양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그러나, 정작 직장에서는 이를 후유증으로 여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곧 나을 줄 알았는데”…후유증 말 못하는 직장인들

지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지난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한 채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사무실에서 막내 사원인 직장인 박모(27)씨도 “매일 고군분투 중”이라고 말했다. 박씨는 “격리가 끝났지만, 나는 아직도 두통이 심하다. 그런데, 회사 선배는 증상이 약해서 격리 기간에도 일을 했다. 꾀병이라고 할까봐 아픈 티를 안 내려고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대학원생 방모(26)씨는 “피로의 ‘역치(閾値·생물이 반응하는 최소한의 자극 세기)’가 낮아진 것 같다. 요새는 입술이 항상 부르터있다”며 “교수님과 만날 때마다 ‘완치된 지 꽤 지났는데 아직도 아프냐’고 물어보시는데 신경이 쓰인다”고 했다. 대학생 백모(24)씨는 “팀 과제에서 조장이라 발표를 맡았는데, 몸이 안 좋아서 다른 팀원에게 넘겼다”며 “일부러 빠진다고 생각할까봐 몸 상태를 구구절절 설명해야 했다”고 토로했다.

확진된 지 4달인데…“롱코비드 정보 알려달라”

이들이 앓는 롱코비드는 코로나19에 따른 장기 후유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세계보건기구는 피로감, 호흡곤란, 기침, 근육통, 후·미각 상실, 우울·불안, 발열, 인지장애 등을 롱코비드의 증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세계백신면역연합은 롱코비드를 겪을 수 있는 사람들을 전체 확진자 중 10~30%로 추정한다.

롱코비드의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설명되기도 한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바이러스가 장기를 공격해서 파괴시킨 후유증 때문일 수도 있고, 바이러스를 이기기 위해 분비한 사이토카인이 과한 탓일 수도 있다. 혹은 면역 항체가 조직을 공격한 것일 수도 있다”며 “최근에야 후유증의 존재가 부각되고 있지만, 초기에는 후유장애를 겪는 것을 숨기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부가 롱코비드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후유증이 언제까지 이어지는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정확한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출산한 이모(27)씨는 “지난해 12월에 확진됐는데 임신 기간 내내 (후유증이) 지속됐다. 출산 후도 마찬가지”라며 “평생 시달려야 하는 건지 걱정된다. 정부가 (후유증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렸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실시했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된 11일 오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건소의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에서 실시했던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가 중단된 11일 오전 서울광장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들이 PCR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롱코비드 환자 더 늘어날 것”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내 롱코비드 후유증 센터 병원 설립’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작성인은 “한국은 K방역만 보도하고 정작 후유증에 대한 자료는 거의 없다. 후유증 연구 및 치료가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검토해달라”고 요청했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1500만명이 확진된 만큼 앞으로 롱코비드 환자들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후유증의 경향성을 분석하고,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가 필요한지 등 가이드라인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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