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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發 군비증강…미·유럽업체 주문 폭주, 이스라엘도 뛴다 [Focus 인사이드]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한 달을 넘긴 가운데, 유럽 각국이 군비 증강과 외교정책 재검토에 들어가면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유럽 군비 증강은 방위사업체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전망이다.

유럽의 군비 증강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면서도 자국군 무장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있다. 미국·스웨덴·스페인·캐나다·노르웨이 등 첨단 무기 생산국들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신규 물량 생산에 나서고 있으며, 지원된 숫자를 보충하기 위한 주문도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과 함께 자국 군비 증강이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국방비를 GDP의 2%까지 늘리기로 합의했었지만, 독일·프랑스 등 일부 국가는 그 목표에 못 미치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독일의 국방비는 2019년 1.269%, 2020년 1.4%, 2021년 1.5%였다.

그러나, 전쟁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2024년까지 국방비를 GDP의 2%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발 벗고 나선 폴란드는 2023년에 3%, 루마니아는 2.5%로 증액을 발표하는 등 군비 증강 움직임이 널리 퍼지고 있다.

미국제 무기 도입하는 유럽 국가들

군비 증강은 필연적으로 무기 교체 또는 신규 도입을 가져온다. 독일은 토네이도 전폭기 교체기로 자신들이 제작에 참가하는 유로파이터와 미국과의 핵 공유 프로그램을 위해 F-35A 전투기 35대를 도입하기로 했다. F-35A는 영국·이탈리아 같은 유럽 내 프로젝트 참가국 외에 폴란드, 스위스와 핀란드가 도입을 결정하는 등 유럽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가 독일도 도입하게 되었다.

미국의 대표적 미사일 방어망인 패트리엇도 기존에 운용 중인 네덜란드·독일·그리스·스페인·루마니아·스웨덴에 이어 스위스와 폴란드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유럽에서 입지가 축소되고 있던 전차도 도입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폴란드는 전차 전력 현대화를 위해 1차로 미국에서 M1A2SEPv3 전차 250대를 도입했고, 차기 전차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유럽 업체들의 움직임

유럽 업체들은 유럽 군비 증강의 혜택이 자신들에게도 돌아오길 바라고 있다. 특히, 독일 업체들은 대규모 증액에서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프랑스·스페인과 미래 전투항공시스템 FCAS, 프랑스와 차세대 전차 개발을 위한 MGCS 등 미래 전력에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들은 2030년대 이후에나 배치될 예정이기에 시급한 전력 부족을 해결할 수 없다. 현재 보유 중인 무기체계 중 도입이 늘어날 것으로 푸마 보병전투차, K-130 초계함 등이 꼽히고 있다. 자국 업체들 중심으로 신형 단거리 지대공 미사일 도입도 준비하고 있다.

전투기 시장에서는 유로파이터 컨소시엄과 라팔 전투기를 만드는 닷소가, 레오나르도는 폴란드 등에서 경공격·훈련기 시장을 노리고 있다. 지대공 미사일 분야에서는 미국에 맞서 프랑스와 이탈리아 합작 SAMP/T가 기회를 노리고 있다.

비 나토 수혜자, 이스라엘

유럽 군비 증강의 수혜자는 미국과 유럽 등 나토 회원국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스파이크 대전차미사일, 헤론 중고도 무인기, 각종 전투 관리 프로그램 등을 판매해온 이스라엘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개발한 지대공 미사일과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핀란드는 단거리와 중거리 미사일로 무장한 스파이더를 도입하기로 했고, 독일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공동 개발한 애로 3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도입한다. 러시아의 탄도미사일을 대기권 밖에서부터 요격하고, 주변 국가들에 대한 방어 우산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한국이 낄 자리는?

스톡홀름 평화연구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2017~21년 세계 무기 수출 시장에서 2.5%의 점유율로 8위로 올라섰지만,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에 집중되었었다. 최근 들어 핀란드, 노르웨이와 에스토니아에 K9 자주포를 수출했고, K2 전차는 폴란드와 노르웨이에 수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우선, 수출 품목을 첨단 유도무기로 늘려야 한다. 우리 실정에 맞게 개발한 천궁 등 유도무기를 도입국 실정에 맞게 조정하는 것도 필요하며, 위협이 커지고 있는 드론까지 대응할 수 있도록 발전시켜야 한다.

자국 업체 참여를 늘리고 싶어하는 현지 분위기도 반영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대응구매에서 산업 협력으로 전환 중이지만, 유럽 각국은 EU 차원에서 산업 협력에 더 중심을 두고 있다. 제품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려면, 우리 군 소요 중심의 개량 계획에서 수출 시장을 위한 업체 제안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새로운 정부는 그동안 여러 연구소와 기업들이 쌓아온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야 할 무거운 책임을 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대 러시아 제재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유럽에서 필요한 무기와 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실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제품 경쟁력을 위해 이제 ‘한국형’이니 ‘명품’이니 하는 자기 최면적 홍보는 버리고 실전 경험 중심의 홍보로 방향을 바꾸고, 시장에서 원하는 체계를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선도국으로 변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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