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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교육감 직선제, 계속 방치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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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 부위원장

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 부위원장

17개 시·도 교육감이 관장하고 있는 지방교육 자치 현장이 심각하다. 오는 6월 1일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서 시·도지사와 교육감을 함께 뽑지만,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크다. 그동안 누적된 공교육 부실화와 사교육 병폐 확산, 교원단체 정치화로 인한 폐단, 여기에 고령화와 저출산 장벽까지 겹치면서 교육자치의 기반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다.

우리나라 교육감 선출제도는 1991년 3월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 제정 이래 줄곧 간선제였다.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12월 직선제로 전환되면서 정당 공천이 배제되고, 교육자치와 지방자치가 엄격하게 분리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비정상적 제도 운용이며, 이로 인한 교육자치의 난맥상과 폐해가 날로 커지고 있다.

직선제 이후 교육자치 기반 붕괴
교육과 지방자치의 통합이 최선

첫째, 현행 교육감 제도가 헌법에 어긋나고 관련 법률에 저촉된다. 교육자치법 제3조는 교육감에게 시·도의 교육·학예 사무 처리에 관해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했다. 이 규정은 헌법 제118조 1항(지방자치단체에 지방의회를 둠)에 위반된다. 독립된 의회 없는 교육감은 지자체장이 될 수 없다. 시·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상임위원회일 뿐이다.

둘째, 이 규정은 관련 법률에도 저촉된다. 지방자치법상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시·도, 시·군·구 2가지다. 시·도지사는 시·도 사무를 총괄하는 통할 대표권을 가진다. 특히 교육자치법 제18조 1항은 교육감을 시·도의 집행기관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자치법 제3조는 같은 법 제18조 1항과 상충하며, 시·도지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규정이다.

셋째, 지방자치의 본질과 원칙에도 배치된다. 동일한 시·도 관할구역에 두 개의 지방자치단체(교육자치단체+일반자치단체)가 운영되는 기형적 제도이며,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상호 밀접히 연계된 교육·학예사무와 일반자치사무를 분리·차단함으로써 기관끼리 협력·조정 기능의 취약, 권한과 책임 소재 불분명 등으로 마찰과 진통이 반복되고 있다.

넷째, 비효율과 예산 낭비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 유사사업의 중복 추진, 평생교육 등 동일사업의 분할 시행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학생 수는 급격히 감소하는데 매년 늘어나는 교육재정 교부금은 예산 낭비의 표본이다. 비수도권 지방교부세는 모자라 아우성이다.

다섯째, 교육감 선거제도와 교원단체 정치화에 따른 폐해도 심각하다. 무관심 깜깜이 선거, 정당 등에 의한 정치적 중립성 침해, 이념적 편향성이 심화하고 있다. 헌법 제31조 4항의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 보장’을 명분으로 지방자치단체로부터 분리된 현행 교육감 제도가 오히려 교육의 주체인 학교와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있다.

현행 교육감 제도의 정상화 방안은 무엇일까. 위헌성 해소를 위한 교육자치법 제3조의 삭제를 전제로 다음 3가지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제1안은 교육자치와 지방자치를 통합해 교육감에게 집행기관(장)의 지위를 부여하는 방안이다. 현행 ‘지방자치 분권 및 지방행정 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12조 2항에도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이 국가의 책무로 규정돼 있다. 통합 이후의 교육감 선출방법은 임명제 외에 러닝메이트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제2안은 독립된 교육자치 입법기관 설치 방안이다. 위헌 요소는 해소되나 자치의 원칙에 어긋난다. 제3안은 교육자치 사무의 국가 환수 방안이다. 교육자치 폐지와 중앙의 권한 집중에 따른 폐해와 역기능이 우려된다.

결론적으로 교육자치와 지방자치의 통합이 최선이다. 법치국가에서 위헌 상태인 현행 교육감 제도를 더는 방치해서 안 된다. 디지털 시대에 고령화와 출산장벽이 가로 놓인 미래에 대비해 시·도 지사와 교육감이 총력을 다 하도록 교육감 제도를 시급히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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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석 전 지방자치발전위 부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