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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제 위원장 복병…‘경제 원팀’ 출발 늦어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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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정부 경제정책을 이끌 경제팀 구성을 시작한 가운데, 임기가 남은 금융·경쟁 당국에 대한 인선은 차기 정부 출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8월 임명된 금융위원회 고승범 위원장의 법적 임기는 2년 이상 남아 있고, 공정거래위원회 조성욱 위원장의 임기는 올해 9월까지여서다. 다만 관례적으로는 직전 정부에서 선임된 위원장은 새 정부가 출범하기 전 사표를 냈다.

11일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경제 분야 ‘드림팀’을 구성하기 위한 인사 기준에 변함이 없다”며 “다만 장관급 위원장은 전례대로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에 인선이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대통령 당선인이 임기 시작 전에 지명할 수 있는 후보자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으로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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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공정위 등 위원회 조직은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소관 업무에 대한 독립성을 갖는다. 이에 따라 임기제 정무직인 위원장의 임기(3년)도 법률로 보장받는다. 대통령이 바뀌는 등 정치적인 이유로 위원회 업무가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위원장이 임기를 채우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할 때도 박근혜 정부에서 기용된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 정재찬 공정거래위원장,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 등이 사표를 내고 스스로 물러났다.

차기 정부가 장관급 위원장 인선을 하더라도 오는 5월 10일 출범 이후가 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공정위원장 등 경제 분야 위원장뿐 아니라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임기 2023년 7월까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2023년 6월),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2024년 9월) 등 다른 임기제 정무직 위원장도 임기를 남겨뒀다.

금융위에선 2008년 출범 이후 3년 임기를 채운 위원장이 한 명도 없었다. 금융위 전신인 금융감독위원회 시절 윤증현 위원장(2004년 8월~2007년 8월)이 유일하게 임기를 다했다. 공정위도 노무현 정부의 강철규 위원장(2003년 3월~2006년 3월) 이후 임기를 채운 위원장이 없다.

이런 가운데 관가에서는 차기 위원장이 누가 될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취임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고승범 금융위원장의 후임으로는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고 위원장의 성격상 새 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라고 전했다. 차기 공정위원장 인선에 대해서는 아직 하마평만 무성하다.

미국에서도 대통령이 바뀌면 기존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 공무원도 교체되는 게 일반적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패배한 뒤 자신이 임명한 정부 부처·산하 기관장, 백악관 직원, 대사 등 정무직 4000여명에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일에 맞춰 임기를 종료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전문가는 장관급 위원장을 비롯한 공공기관장의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맞추는 방향의 제도 개선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정책 방향의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취지로 임기제를 도입했기 때문에 위원장 임기는 대통령 임기와 맞춰 가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그동안 임명된 위원장 스스로도 장관 등 국무위원처럼 대통령과 함께한다고 인식해 왔기 때문에 제도 개편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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