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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안온다니까 8억원 집, 5억원대에도 안 팔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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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취임 전 살던 양산 매곡동 사저. 위성욱·안대훈 기자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취임 전 살던 양산 매곡동 사저. 위성욱·안대훈 기자

“오래 계실 거라고 하셨고, 여기를 참 좋아하셨는데… 경호상의 문제 때문에 다른 곳으로 가신다니 진짜 아쉽죠.”

지난 1일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전 살던 경남 양산시 매곡마을. 주민 A씨(70대)는 “대통령 되시기 전에는 인근 산에서 자주 마주치고 우리 집에도 놀러 오시고 같은 성당에도 다녔다”며 “그래서 사저를 평산마을로 옮긴다고 했을 때 아쉬웠는데, 사저까지 팔렸다고 하니까 더 서운한 마음이 든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달 17일 문 대통령의 매곡마을 사저가 26억 원 정도에 팔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매곡마을 주민들은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오는 5월 9일 퇴임 후 생활할 양산시 평산마을에 새 사저 신축을 위해 매곡마을 사저를 매각했다.

문 대통령의 매곡마을 사저는 주택 등이 밀집한 마을에서 2㎞ 정도 위쪽으로 계곡 주변에 있다. 사저까지 가는 길은 폭 4~5m 정도의 좁은 도로다. 이날 사저 앞은 산속 암자에 온 듯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경찰 1명 만이 사저를 지키고 있었다.

주민 A씨는 “예전에는 우리 동네로 택시 타고 오면 기사분들이 ‘여기 사람 사는데 맞아요’라고 물을 정도로 가로등도 별로 없어 깜깜했다”며 “이후 대통령 사저가 생기니까 경주나 광주 등 전국에서 사람들이 찾아와 마을이 시끌시끌했는데 지금은 다시 조용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르게 될 평산마을 사저 모습. 평산마을 사저는 조경공사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위성욱·안대훈 기자

지난 4일 문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무르게 될 평산마을 사저 모습. 평산마을 사저는 조경공사 등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위성욱·안대훈 기자

매곡마을은 2019년 11월까지만 해도 부동산 투자 바람이 일었다. 문 대통령의 퇴임 후 거처가 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카페와 음식점이 여럿 들어섰고, 전원주택 등도 늘었다.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당시 매곡마을 주택지 가격은 3.3㎡당 평균 350만 원 선에 거래됐다.

하지만 2020년 6월 경호문제 등으로 퇴임 후 사저가 매곡마을에서 14㎞가량 떨어진 하북면 평산마을로 바뀌면서 매곡마을에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주택지 가격도 3.3㎡당 250만 원대로 떨어졌다고 한다.

주민 B씨(60대)는 “대통령 내외가 꼭 돌아오겠다고 약속했고, 문 대통령은 ‘여기서 뼈를 묻겠다’고 했는데 안 온다고 하니 집을 팔려고 내놓았다”며 “(그런 약속을 믿고) 여기로 이사 오거나 장사를 하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난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약 200여평인 우리 집도 처음에 ‘문재인 지지자’에게 8억 원에 계약이 됐는데 문 대통령이 안 온다니 계약이 파기된 뒤 지금은 5억5000만 원에 내놓아도 안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문 대통령이 다음 달 퇴임 후 내려올 평산마을은 기대감이 컸다. 경부고속도로 통도사 톨게이트에서 3.2㎞가량 떨어진 평산마을은 통도사를 왼쪽으로, 통도환타지아를 오른쪽으로 끼고 산속으로 들어가면 있다.

4일 찾은 평산마을은 진입도로와 일부 구간의 옹벽 공사가 한창이었다. 현재 사저와 경호동 등은 외관이 다 지어졌고, 조경공사 등을 하고 있다. 사저 입구에 각종 공사 자재가 쌓여 있고, 공사 차량이 드나들면서 뿌연 먼지가 일기도 했다.

사저는 ‘영남알프스’라 불리는 영축산 아래에 있다. 48가구가 사는 평산마을은 지산리의 자연마을 3곳(지산·서리마을) 중 하나다.

평산마을 주민들은 “새 사저가 들어선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평산·서리·지산마을 등에는 전원주택과 찻집, 식당 등도 크게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사저 옆에 산다는 신모(63)씨는 “사저가 이곳으로 결정된 후 주변 찻집이며 식당 등에 손님이 늘었다는데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찾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 “평산마을은 대부분 60~80대 고령자들이 많아 조용하다 못해 적막한 곳이었는데 앞으로 대통령 내외도 오시고 젊은 경호원들도 오면 마을이 활력에 넘칠 것”이라고 했다. 사저 입구 쪽에 사는 박모(84·여)씨는 “대통령 온다면 좋지, 안 좋을 게 뭐가 있노”라며 웃었다.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다. 평산마을은 사저 발표 전까지 주택지 평균 가격이 3.3㎡당 190만 원 정도에 거래됐다. 사저 발표 후인 2021년에는 평균 230만 원으로 높아지더니 올해는 평균 290만 원까지 올랐다. 양산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소장은 “평산마을 등 지산리는 예전부터 통도사 등이 있고 경치도 좋아 전원주택지로 주목받았던 곳”이라며 “다음 달에 대통령 내외가 내려오시면 프리미엄이 더 붙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서리마을 등 지산리 일부 주민들은 문 대통령의 귀향이 반갑지만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리마을에 사는 최모(50대·여)씨는 “대통령 오신다는 소식이 알려진 후 도로와 옹벽 등 각종 공사가 진행되면서 벚나무가 많이 잘려나가는 등 풍경이 훼손되고 공사소음도 심하다”며 “앞으로 마을을 찾는 외지인들이 더 늘어날 거고 교통도 혼잡할 건데 조용히 살고 싶어 들어온 주민들 입장에서는 달갑지만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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