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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주역 이태규 “인수위원 사퇴” 安 측 불만에 총대멨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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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11일 "오늘부로 인수위원을 사퇴한다"며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을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11일 "오늘부로 인수위원을 사퇴한다"며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을을 말씀 드린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위원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을 사퇴하고 내각에도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오늘부로 인수위원을 사퇴한다. 저에 대해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는데 입각 의사가 전혀 없음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대선 국면에서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낸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최측근이다. 단일화가 성사된 3월 3일 새벽 윤 당선인, 안 위원장,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과 함께 회동 자리를 지킨 4인방 중 한명이었다. 인수위에서는 핵심 분과인 기획조정분과에서 비경제 분야 정부조직 개편과 국정과제 선정 작업을 주도해왔고, 입각이 유력시됐다. 그런 그가 대선 승리 한 달 만에 인수위원직을 내려놓고 입각에도 선을 긋자, 안철수계 인사들이 내각에서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 표시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개인 의혹이나 논란에 휩싸이지 않은 인수위원이 임기 도중 자진 사퇴의 뜻을 밝힌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오른쪽)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이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정치권에서는 1차 내각 인선에서 안철수계 인사들이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표시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임현동 기자

안철수 인수위원장(오른쪽)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 이 의원이 11일 인수위원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뒤 정치권에서는 1차 내각 인선에서 안철수계 인사들이 배제된 것에 대한 항의표시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임현동 기자

실제 지난 10일 윤 당선인이 1차 내각 인선을 발표한 뒤 안 위원장 측은 상당히 뒤숭숭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윤 당선인은 10일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하는 등 8명의 장관 후보자를 직접 발표했다. 이중 안 위원장이 추천한 인사들은 한 명도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보건복지부 등에 안 위원장 측 인사가 기용될 수 있다는 관측은 빗나갔다.

윤 당선인과 안 위원장은 지난달 단일화 발표 당시 선거에서 승리하면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안 위원장이 지난달 30일 국무총리직을 고사하면서 “장관 후보자를 열심히 추천하겠다”고 공언했던 터라 “새 정부의 상징적인 1차 내각 인선에서 안철수계가 실종된 것은 의외”(국민의힘 관계자)라는 반응이 나왔다.

특히 안 위원장은 1차 내각 발표에 앞서 과기부 장관 후보를 윤 후보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했다고 한다. 신용현 의원이나 남기태 과학기술교육분과 인수위원 등이 추천 후보로 거론됐다. 안 위원장 측 내부에서도 “과기부 장관은 안 위원장의 추천이 받아들여지지 않겠나”라는 조심스러운 기대감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무산됐다.

이 때문인지 안 위원장은 1차 내각 발표 뒤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는 듯한 발언을 했다. 안 위원장은 취재진과 만나 “윤 당선인이 고심해 본인 판단에 최적의 사람을 낙점하신 게 아닌가 싶다”고 입을 열었지만 의미심장한 말을 덧붙였다. 그는 “저는 추천을 해드리고, 인사 결정은 인사권자(윤 당선인)가 하는 것”이라며 “왜냐면 그 책임도 사실 인사권자가 지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의 사퇴도 이런 기류의 연장선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국민의당 인사는 “인선 과정에서 국민의당 안팎의 반발 기류가 적지 않았고, (당원 등의) 우려하는 문의도 잇따랐는데 이 의원이 총대를 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 본인의 입각을 둘러싼 잡음이 사퇴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있다. 앞서 안 위원장 측에서는 이 의원을 행안부 장관으로 적극 추천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윤 당선인 측이 행안부와 법무부 장관에 현역 정치인을 배제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안철수계 인사들의 중용 가능성이 작아졌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안 위원장 측 반발이 상당했다는 후문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 다른 대안들이 거론됐지만, 이 의원은 “내가 맡을 수 있는 업무와 자신 없는 업무를 구분해서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국민의당  관계자가 전했다. 실제 이 의원은 이날 “저에 대한 여러 부처 입각 하마평이 있다”고 콕 집어 거론했는데, 한 인수위원은 “상당히 뼈있는 발언으로 들렸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수어통사역사는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 당선인,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한 8개 부처의 장관 후보자 인선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수어통사역사는 제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이종섭 국방부 장관, 윤 당선인, 이창양 산업통상부 장관,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통부 장관 후보자. 인수위사진기자단

이날 정치권에서는 이 의원의 사퇴가 공동정부 구상의 파열음을 알리는 신호탄 아니냐는 반응까지 나왔다. 안 위원장을 잘 아는 한 인사는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맡지 않으면서 내각 인선의 숨통이 틔워졌고, 인수위 활동도 문제없이 이뤄지고 있었는데 (안 위원장 측 인사들의)배제론이 제기돼 당혹스러워하는 이들이 꽤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인수위원 24명 중 8명이 안 위원장 추천 인사였던 것과 달리, 내각 인선에서는 ‘공동정부’라고 부를 만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남은 10개 부처도 부처 특성과 분위기를 보면 안 위원장 측의 약진 가능성은 크지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윤 당선인 측은 일단 수습에 나섰다.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은 이 의원이 사퇴 의사를 밝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의원과 저는 정권에 대한 무한한 책임을 가지고 있고, 신뢰도 변함없다”며 “(이 의원의 코로나19 확진으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연락해보겠다”고 밝혔다. 장 실장은 이번 사퇴가 인사 문제와 관련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고 했고, 1차 인선에서 안철수계가 배제됐다는 물음에는 “안철수계, 윤석열계가 따로 있느냐”며 “오늘 오전에도 안 위원장과 만나서 1시간 정도 인사와 인수위 관련 문제를 논의하는 등 자주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안 위원장이 이 의원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2차 내각 인선이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조만간 갈등이 봉합될 것이란 기대감도 있다.

특히 양측의 난기류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각에서 최진석 전 국민의당 상임선대위원장의 교육부총리 입각 카드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한 인수위 관계자는 “이 의원의 행안부 장관 입각이 어려워지고 안철수계 배제론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최 전 위원장이 중량감 있는 교육부총리직을 맡는다면 분위기를 일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일로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이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당초 이날 오전 국민의힘 최고위에서 합당 관련 안건이 상정될 예정이었는데 국민의당 측에서 절차상 이유를 들어 연기됐다. 다만 국민의당 관계자는 “이 의원 문제가 합당에 악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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