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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특전사령관 "韓 군사력 6위? 北과 싸우면 러시아 꼴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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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한국이 군사력 세계 6위라는데, 이걸 믿는 군필자들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보이스]

전인범(64·예비역 중장) 전 육군 특수전사령부 사령관은 세계 2위 군사 강국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는 이유를 설명하며 한국군 현실을 꼬집었다. 전 전 중장은 한국군의 고질적인 장비 부족과 보급 문제를 지적하며 “북한과 대치 중인 한국이 (군수·보급 문제를 드러낸) 러시아 꼴이 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군사력 순위를 믿어선 안 된다”고 경고하며 “AI 기반 국방 혁신에 앞서, 총 같은 기본 무기 지급부터 해결해야한다. 기초없는 군사력은 허상”이라고 강조했다.

 전인범(64·예비역 중장) 전 특전사령관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인범(64·예비역 중장) 전 특전사령관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 전 중장은 2004년 이라크 다국적군 사령부 선거지원과장으로 7개월간 일했다. 2007년, 준장 땐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피랍사건 구출 작전에 참여했다. 그 후 합참 차장,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차장,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 수석대표로 일했다. 특전사령관을 마지막으로 2015년 군복을 벗었다. 연합·다국적군 작전 경험이 많은 그는 러시아의 ‘전술·정비·보급’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현대전에서 ‘도덕적 우위’가 전투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군사력 2위 러시아, 25위 우크라이나에 고전하는 이유

군사력 세계 2위 러시아, 25위 우크라이나에 고전한다.  
군사력 순위는 허상이다. 병력·무기 숫자로 군사력 순위를 매기는데, 병력의 질, 훈련 정도는 고려 안 한다. 똑같은 전투기라도, 500시간 비행한 조종사가 1000시간 비행한 조종사를 이길 수 없다. 숫자에 가려진 우크라이나의 항전 의지를 봐야 한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1991년 독립 이후 민주화 투쟁을 이어왔다. 러시아에게 더는 반민주적 노예생활을 하지 않겠단 의지가 강했다.
의지와 기세로 모든 게 설명되진 않는다.  
의지, 기세는 전투력과 직결된다. 최근 ‘부차 대학살’도 러시아군 군기 부족에서 비롯됐다. 군기 문란 부대에서 벌어지는 전형적인 일이 민간인 학살이다. 전쟁이 끝나면 국제사회가 학살을 주도한 러시아 지휘관에게 반드시 지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전술 부재도 분명했다. 세계 군사력 2위라는 러시아의 헬기가 격추당하는 장면이 많이 회자했다. 헬기 등은 저공비행 땐 대공탄 경계를 위해 좌우로 움직이는 회피 기동이 기본인데, 일직선으로 움직이다가 격추됐다. 안일함과 훈련량 부족이 드러난 비 전술적 행동이었다. 합동 작전도 실패했다. 전쟁 초기 우크라이나 공중우세권 확보에 실패했다. 우크라이나 상공을 휘젓지 못했다. 또 지상군 공격에 대비한 근접항공지원, 정밀 유도 폭격이 전무했다. 지상 화력 자산과 연계한 무인기 활용 능력도 보여주지 못했다. 현대전 상식으로 이해 안 되는 전술이 많았다. 러시아가 군사작전을 버거워하는 것 같다. 
우크라이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러시아 Mi-24 헬기. 전 전 중장은 "러시아 군이 헬기 운용에 있어 회피 기동이란 기초적인 전술마저 실패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된 러시아 Mi-24 헬기. 전 전 중장은 "러시아 군이 헬기 운용에 있어 회피 기동이란 기초적인 전술마저 실패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속도전 실패, 그 이유는  

러시아군이 속전속결에 실패한 원인은 뭘까. 
전쟁 초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신속히 점령해서, 지도부를 제거할 거라 예상했는데 실패했다. 왜 그랬는지 현재로선 의문이다. 전쟁이 끝나야 분석이 가능하다. 다만 러시아가 군사작전에서 가장 하지 말아야 할 것을 했다. 상대방을 얕잡아봤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무기가 별로고, 작은 나라다’,‘우리가 진입하면 손들고 나올 것’이라고 착각했다. 안일하게 전쟁을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큰 저항을 받아 주춤했다. 그 순간 우크라이나는 확고히 방어태세를 갖췄다. 또 전쟁이 길어지며 계절도 바뀌었다. 봄이 왔다. 땅이 진흙탕으로 변한다. 전차·장갑차는 물론 사람 이동도 어렵다. 지형·기후적 요인도 공세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 
러시아군, 전투 경험 많지 않나.
전투 경험이 많지만 이해 못 할 만큼 수준 낮은 전투력을 보여줬다. 그 원인 중 하나로 꼽는 게 정비·보급 부실이다. 러시아 군은 전투과정에서 전차·장갑차 부속품이 망가지거나 없어서 못 고쳤다. 한국은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군사작전에서 군수·보급·수송·정비를 등한시해선 안 된다. 보급이 끊기면 첨단 무기도 소용없다. 운용 전문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우크라 남부 도시 마리우폴은 러시아 재래식 포탄에 초토화됐다. 러시아는 그 방법밖에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 또 생각해볼 게 흔히 ‘북한에 포가 아무리 많아도, 서울은 안 무너진다. 걱정할 거 없다’고 하는데, 마리우폴 상황을 잘 봐야 한다. 이번에 현대전에서 ‘재래식 포탄이 한 도시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를 직접 봤다. 북한 장사정포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탱크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UPI=연합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러시아 탱크 위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UPI=연합

우크라이나의 예상 밖 선전, 비결은 뭘까. 
결국 우크라 국민들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항전 의지가 러시아 군이 지불할 비용을 초과하게 만들었던 걸로 보인다. 적절한 소화기(小火器)로 대군(大軍)에 맞섰다. 외적 요인을 보자면, EU(유럽연합)·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등이 전향적으로 무기를 제공한 것도 한몫했다. ‘우크라이나는 도와줄 만한 나라’라는 인상 심어줬다. 특히 젤렌스키 대통령은 각국에 직접 호소했다. 독일·스웨덴 같은 곳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주는 건 쉬운 일이 아닌데, 이런 게 시너지를 냈다.
반면 푸틴 리더십은 비판받았다. 최근 핵무기 사용 가능성도 나온다. 
푸틴도 다급하니 꺼낸 말이지만, 사용 가능성을 언급한 자체가 놀랍다.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작은 핵무기도 많다. 군사 목표를 때리기 좋다. 결국 이렇게 되면 미국을 비롯한 NATO가 핵 정책을 더 강하게 수립할 수밖에 없는 결과로 이어질 듯 하다. 유럽과 세계 전체의 ‘힘의 균형’에 변화를 가져올 거라 본다. 이번에 눈에 띈 건 현대전에서 도덕적 우위가 얼마나 중요한가다. 푸틴은 도덕적 우위를 갖지 못한 채 여론전에서 졌다. 푸틴은 우크라이나를 ‘파시스트 국가’로 규정하고, 젤렌스키를 악인으로 만들려고 했지만, 전략이 안 통했다. 오히려 우크라이나에게 정당성만 부여했다. 이런 도덕적 격차가 세계 각국의 러시아 경제 제재로 이어졌다. 글로벌 기업들은 도덕적 비난을 못 이기고,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에서 빠져나왔다. 전투에서도 마찬가지다. 러시아는 12개월짜리 징병제를 운용한다. 징병 군인들은 명분 없는 침략 전쟁에 동원되다 보니 전투 능력이 떨어졌다. 포로로 잡히니 징징거렸다. 반면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안 그랬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여론전에 실패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EU를 비롯한 각국의 지지를 얻었다. AP, AFP=연합뉴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도덕적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채 여론전에 실패했다. 반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EU를 비롯한 각국의 지지를 얻었다. AP, AFP=연합뉴스

“한국 세계 6위 국방력? 군필자 아무도 안 믿어”

한국 세계 군사력 6위다. 우크라이나 전쟁 통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할까.
아마 군필자들은 이걸 믿는 사람이 없을 거라 본다. 이번 전쟁에서 그런 숫자가 얼마나 무의미한지 깨달았을 거라 본다. 두 번째 교훈은 북한과의 관계다. 우린 핵무기가 있는 북한과 공존한다. 현실적으로 의지할 게 미국의 확장억제력뿐이다. 주한미군은 확장억제의 상징이다. 자주국방 능력을 키우는 것과 별개로 한미동맹 강화가 중요한 걸 알아야 한다.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동맹을 맺었다면, 러시아가 공격했을까. 아니라고 본다.
2021년 세계 군사력 순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2021년 세계 군사력 순위.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수년 전부터 한·미 연합연습은 축소됐다.
한 2년간 ‘연합연습’을 안 했다. 미사일 쏘고, 핵실험 하는 북한을 보면 이제 ‘연합연습’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근데 이것과 별개로 평시 훈련도 중요하다. 지금 우리 문제는 실제 훈련이다. 실사격 훈련을 못 한다. 대포도, 탱크도 못 쓴다. 항공기 폭탄 투하 연습도 어렵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봤듯이, 덩치 큰 무기들은 밤에 다녀야 한다. 낮에 다니면 눈에 띄어서 불리하다. 그래서 야간 훈련이 필요한데, 사격장 근처 소음 문제로 못 한다. 사격장 근처 사는 분들에게 원하는 보상을 해드리고, 훈련을 충실히 해야 한다. 훈련장이 축소된다면, 시뮬레이션(모의) 훈련 투자도 많아져야 한다. 

국방예산 50조...현실은 예비군 3명당 총 1자루 

한국은 국방예산 50조 중 훈련비에 1% 안 쓴다.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빗대보면 북한이 아니라, 한국이 러시아 꼴이 날 수가 있다. 장비는 좋은데, 쓰질 못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큰 위기를 겪을 수 있다. 북한군을 잘 봐야 한다. 북한군은 군복이 한 벌이다. 그렇게 가난한데, 소총·기관총·다목적 로켓탄을 갖고 있다.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군의 ‘재블린’과 비슷한 ‘불새’라는 무기가 있다. 러시아 미사일 ‘코아넷’을 모방한 무기다. 또 ‘스팅어’와 비슷한 어깨 견착식 무기 SA-16(화승총)을 갖고 있다. 또 탄 종류를 여러 개 장착한 ‘RPG-7’도 갖췄다. 군복은 한 벌인데, 십수 년 전부터 이런 무기로 한국 전투기·탱크 대응 훈련을 했다. 우크라이나와 비슷하다. 한국군이 화력에서 절대 북한에 유리하지 않다. 한국은 기초 장비도 부족하다. 야간투시경은 모두에게 지급해야 한다. 고가도 아니다. 또 휴대폰 강국인 한국군이 카톡으로 작전계획을 주고받는다. 작전 보안을 몰랐을까, 정신력이 해이해서 그랬을까. 무전이 안돼서 그렇다. 세계 6위라는데, 큰 창피를 당할 수 있다.
한국 예비군만 약 310만 명 세계 2위 수준이다.  
우선 총이 300만 정이 안 된다. 예비군 3명당 총이 한 자루다. 그것도 30년 이상 된 게 많다. 총 치환율 높여야 한다. 헬멧·보안경·청력 보호구 같은 기초 무기도 부족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응급처치 도구 지급과 훈련이다. 심폐소생술 같은 게 아니라, 지혈법을 배워야 한다. 전쟁에서 팔다리가 잘리거나, 총상으로 몸에 구멍이 생겼을 때, 출혈 막는 법을 다 배워야 한다. 지혈만 잘해도 사람을 살릴 수 있다.
 한국 예비군은 약 300만명이 넘지만, 총이 부족하다. 3명 당 1정 꼴이다.

한국 예비군은 약 300만명이 넘지만, 총이 부족하다. 3명 당 1정 꼴이다.

새 정부 국방혁신 4.0 추진하며 AI 기반 로봇·무인 체계 도입 논의도 한다.
아이디어 내는 건 찬성하지만, 기본 무기 지급부터 해결해야 한다. 일단 전투복이 불에 잘 탄다. 녹아서 피부에 붙는다. 이걸 떼어내면 피부도 같이 떨어진다. 그럼 사람이 죽는다. 탱크 타거나 자주포 운용하는 군인은 화상이 결정적이다. 군화도 바꿔야 한다. 선진국 군대는 군화가 병사마다 제각각이다. 우리처럼 통일을 안 시킨다. 원하는 걸 산다. 이런 기본을 잘해야 AI 기반 체계도 된다. 아니면 전부 허상이다.

“SKY 대학생들, 최전방에 보내라”  

병사 월급 200만원 공약 나왔다.
최저임금을 고려하면 찬성하지만, 하사 계급층 월급 역전 가능성이 있다. 이들의 사기 저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초급 간부 수당을 현실화했으면 한다. 또 융통성 있게 해야 한다. 모두에게 200만원을 줄 게 아니라, 자기 몫과 책임을 다하는지 판단하고 줘야 한다. 병사들의 평일 외출도 허용해야 한다. 카투사는 평일에 외출한다. 우리 병사들은 왜 안 되나. 훈련은 일과시간에 열심히 받고, 전투력은 그때 키우면 된다. 다만 비무장지대 같은 격오지는 외출이 힘들다. 그런 곳은 복무 기간을 6개월 정도 과감히 줄여야 한다. 또 한 가지 고쳐야 할 건 학력 기준 입대다.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보통 카투사→공군→해군→육군 순으로 군 지원을 선호한다. 최전방 부대에선 서울·연·고대생 구경을 할 수 없다. 최전방 근무자들은 가정환경이 안 좋은 경우가 많다. 최전방에 근무할 때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탄식했다. 지금 젊은 장교들도 분개한다. 이게 공정한 나라인가. 적어도 SKY 학생들이 최전방에서 복무해야 나중에 좋은 위치에 가더라도 최전방 지원 필요성을 말하지 않겠나. 어쩌면 이런 기초 무기를 소홀히 하는 것도 형편이 어려운 이들이 전방에 가서인지도 모른다. 장·차관 자식들 최전방에 보낸다고 왜 말 못하나.
비무장지대(DMZ) 강원도 고성 GP.

비무장지대(DMZ) 강원도 고성 GP.

“정치인과 군인을 한 공간에 두지 말라”

집무실 용산 이전 ‘안보 공백’ 우려 나온다 
나뿐만 아니라 국방부·합참에서 일했던 여러분들의 의견이 갈린다. ‘안보 공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 그 정의가 달라서다. 가령 적이 ‘우리 초계함을 격침했다’, ‘우리 섬을 포격했다’고 하면, ‘상황접수→지침하달→대응’ 같은 체계가 작동하는데, 집무실 이전은 이런 문제에 영향이 많지 않을 거라 본다. 우린 이미 이런 공백에 대비한 비상 지휘소가 몇 개 있다. 또 달리 보면, 누가 이사를 가도, 그릇이 깨지고 물건을 잃어버린다. 이런 실수를 ‘안보 공백’이라 한다면 공백을 염려할 수 있다. 이런 것보다 군인과 정치인이 한 공간에 있는 게 더 문제다. 정치색을 띤 군인이 많다.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 군인과 정치인 접촉은 법·규정을 만들어 보고하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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