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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 "우크라이나 GDP 지난해 반토막, 러시아 -11.2% 뒷걸음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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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세계은행(WB)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5.1%로 전망했다. 올해 초 전면전이 시작된 후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도로, 철도, 항만 등 각종 사회기반 시설들이 파괴된 영향이 크다. 사진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우리폴에 거주민이 앉아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세계은행(WB)은 10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45.1%로 전망했다. 올해 초 전면전이 시작된 후 러시아 군의 공격으로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도로, 철도, 항만 등 각종 사회기반 시설들이 파괴된 영향이 크다. 사진은 이날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우리폴에 거주민이 앉아있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우크라이나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전쟁의 여파 탓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올해 경제 성장률도 뒷걸음질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제를 덮친 전쟁의 충격이 현실화하고 있다.

로이터와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은행(WB)은 10일(현지시간) 내놓은 지역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의 올해 GDP가 지난해보다 45.1%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가 반토막 나는 셈이다. 지난해의 성장률(3.4%)과 비교하면 수직낙하다. 전쟁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10월 국제통화기금(IMF)이 내놓은 전망치(3.6%)와 비교해도 감소 폭은 크다.

악화일로를 걷는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악화일로를 걷는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사회기반시설 1000억달러 규모 파괴…기업 절반은 문 닫아”

우크라이나 경제가 처참할 정도로 무너진 것은 러시아와의 전면전 이후 경제활동에 필수적인 도로와 철도, 항만 등 각종 사회기반 시설들이 파괴된 영향이 크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전쟁 이후 약 1000억 달러(약 123조30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사회기반시설이 파괴됐다.

정상적인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도 크게 줄었다. 국제연합(UN) 산하 기구가 지난달 30일 기준 조사한 우크라이나의 전쟁 난민은 약 400만명이다. 국외로 도피하지 않은 국내 실향민의 규모는 이보다 큰 650만명이었다. 인도적인 지원이 필요한 인구는 1200만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피해 규모 집계 이후 전쟁이 지속한 만큼, 피해 규모는 이보다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 내에 난민과 인도적 지원 필요 인원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우크라이나 내에 난민과 인도적 지원 필요 인원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생산에 필요한 사회기반 시설이 파괴되고 경제활동 참여 인구가 줄며 우크라이나의 기업활동은 멈추다시피 했다. 보고서는 “전쟁이 시작된 뒤 우크라이나 기업 중 절반이 문을 닫았고, 영업을 이어가는 나머지 절반의 기업은 전쟁 이전의 생산량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안나 비에르데 세계은행 유라시아 부총재는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거대한 피해를 보았고, 특히나 사회기반시설에 거대한 손상을 입은 상태”라며 “현재 대규모 재정적 지원이 즉각적으로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침공한 러시아도 올해 ‘마이너스 성장’…“세계 경제 영향 줄 것”

전쟁의 충격은 러시아도 강타했다.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은행이 이날 보고서에서 전망한 러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1.2%다. 1년 전보다 개인소비(-8.5%)와 수입(-30.9%), 수출(-35.2%) 등의 경제 지표가 모두 악화할 것으로 봤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각종 경제 제재의 여파다.

미국과 영국 등 6개국은 지난 2월 말 러시아를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배제했다. 설상가상으로 각종 글로벌 소매기업과 에너지 기업도 러시아 내 영업활동을 중단하거나 철수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최소 253개의 다국적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기로 했고, 248개 기업이 러시아 내 영업활동 중단을 발표했다.

보고서는 “고용과 개인 소득이 낮아지고 치솟는 빈곤율과 물가상승률, 공급망 병목현상 등으로 인해 소비를 줄이면서 (러시아) 국내 소비 수준은 낮아질 것”이라며 “계속된 해외 투자 손실과 공급 부족, 무역 단절, 악화한 경제 전망, 고물가 등이 지속하면서 투자 규모도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쟁으로 수직 낙하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성장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쟁으로 수직 낙하하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성장률.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쟁과 각종 경제 제재의 여파로 실제로 러시아의 제조업 분야에서는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S&P글로벌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4.1로 지난 2월(48.6)보다 낮아졌다. 2020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지수가 50을 밑돌면 제조업 등 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뜻이다.

전쟁의 부정적 영향은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을 넘어 세계 경제도 갉아먹을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 이날 유럽과 중앙아시아 지역이 올해 역성장(-4.1%)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벨라루스(-6.5%), 키르기스스탄(-5%), 몰도바(-0.4%), 타지키스탄(-1.8%)도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보고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세계 무역에 차지하는 비중은 3% 이하지만, 두 나라의 전쟁과 이에 따른 경제 제재가 무역로를 붕괴시키고 해상운송 비용과 보험료를 인상시켰다”며 “공급 부족과 에너지와 식량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으면서 유라시아 지역들은 물론 세계 각국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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