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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팔아도 팔아도 적자...6조 몸값 말될까? 마켓컬리

중앙일보

입력

주부(남자도 포함) 마음을 사로잡은 장보기 플랫폼, 마켓컬리가 올해 하반기 코스피 상장을 노립니다. 이미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는데요, 예심을 청구하고 실제 상장까지 평균 넉 달이 소요된 점을 고려하면 올해 하반기에는 증시에서 마켓컬리 주식을 살 수 있게 될 전망이죠.

워낙 주목받는 유니콘 기업이다 보니, 상장 전이라도 이 회사를 뜯어볼 가치는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상장하고 이미 주식까지 다 산 뒤에 분석하면 늦을 것도 같고요.

계란, 파, 당근도 사고 주식도 사주세요~ 사진 마켓컬리

계란, 파, 당근도 사고 주식도 사주세요~ 사진 마켓컬리

'마켓컬리'란 브랜드로 알려진 이 회사의 실제 이름은 컬리. 2015년에 신선식품 배송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은 화장품·가전·급식사업 등 진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건 급격한 매출 증가세. 작년 매출 규모만 1조5614억원으로 한 해 전보다 64% 늘었습니다. 불과 5년 전인 2017년에만 해도 465억원에 불과했는데. 정말 많이도 컸습니다.

 5년 전 매출액 465억, 지금은 1조5600억. 그런데도 이익이 안나? 왜? 셔터스톡

5년 전 매출액 465억, 지금은 1조5600억. 그런데도 이익이 안나? 왜? 셔터스톡

문제는 이렇게 상품을 많이 팔아도 이익을 못 내고 있다는 것. 작년 영업적자는 2177억원으로 87% 늘었죠. 버는 족족 투자로, 인건비로 현금이 나가다 보니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마이너스 흐름을 돌려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생 기업 현금흐름표가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나시죠? 버는 돈은 없는데(영업 현금 -), 사교육비는 많이 쓰고(투자 현금 -), 부모님의 전폭적인 재정 지원을 받는(재무 현금 +) 어린 아이와 같은 모습이죠.

마켓컬리 현금흐름이 딱 이렇습니다. 명색이 코스피 상장사가 될 참인데, 마냥 이런 모습을 유지해선 곤란하겠죠? 손실을 줄여 영업이익을 흑자로 돌려세우는 일이 컬리의 숙제입니다.

나는 언제 흑자기업이 될 수 있을까. 셔터스톡

나는 언제 흑자기업이 될 수 있을까. 셔터스톡

그럼 컬리는 뭣 때문에 팔아도 팔아도 손실이 날까. 뭔가 돈이 엉뚱한 곳으로 줄줄 새고 있는 건 아닌듯 한데.

일단 컬리의 영업손실에는 불가피한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새벽배송' 서비스를 확장하기 위한 초기 시설·인력 투자가 있겠고, 또 하나는 부패하기 쉬운 신선식품의 재고 부담을 떠안는 직매입 유통 구조에서 생겨나는 손실입니다.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파는 직매입 유통회사들은 재고 리스크도 입점 업체가 아니라 본인이 져야 한다. 셔터스톡

상품을 직접 매입해서 파는 직매입 유통회사들은 재고 리스크도 입점 업체가 아니라 본인이 져야 한다. 셔터스톡

초기 투자야 시스템이 안착하면 해결될 비용이겠고. 그런데 재고 손실은 이 기업의 최대 강점인 '새벽배송'을 하기 위한 것이니 쉽게 해결되긴 어려워 보입니다. 상품을 직매입하지 않고, 입점 업체에 맡기면 새벽 배송은 불가능할 테니까요.

그래서 컬리가 얼마나 재고 관리 능력이 향상되고 있는지, 이 기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재고 관리 능력이 유통회사 경쟁력의 핵심. 셔터스톡

재고 관리 능력이 유통회사 경쟁력의 핵심. 셔터스톡

재고로 인한 손실은 크게 감모 손실평가 손실이 있습니다. 창고에 있던 물건이 사라지거나, 증발하거나, 도난당하거나, 폐기했을 때 발생하는 건 감모 손실. 기대했던 가격보다 시장 가격이 내려가서 떠안게 되는 게 평가손실이죠.

신선식품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부패해 떨이로 팔아야 해 재고자산 평가손실이 생기기 쉽죠. 아예 썩어서 싹~ 다 버려야 하면 감모 손실도 발생하기 쉽습니다.

신선식품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부패해 재고 손실이 생기기 쉽다. 셔터스톡

신선식품은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부패해 재고 손실이 생기기 쉽다. 셔터스톡

그렇다면 컬리가 매입한 재고자산 중에서 얼마나 이런 손실이 생겼는지, 그 비율을 추적해 보면 이 회사가 갈수록 재고 관리 실적이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를 살펴볼 수 있겠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컬리는 감사보고서에 구체적인 재고자산 감모 손실 규모를 밝히지 않는데요. 그나마 밝힌 재고자산 평가 손실액을 재고자산 취득원가로 나눠서 살펴보는 수밖에 없네요. 임의로 이것을 '재고 손실률'이라고 부르겠습니다.

마켓컬리 재고자산 손실률과 회전기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마켓컬리 재고자산 손실률과 회전기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을 보시면 재고 손실률이 갈수록 나빠지는 추세를 볼 수 있습니다. 거래 규모가 늘어 물류 창고에 들어오는 신선식품은 엄청나게 느는데, 이를 관리할 시스템이 재고 증가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는 모습이죠.

재고자산은 특히 회전율이 중요합니다. 창고에서 빨리빨리 시장으로 팔려 나가야 식재료도 덜 상하겠죠. 컬리는 재고 회전기간을 초창기 19일 수준에서 15일까지 단축했는데요. 2만5000평 규모 김포 신선물류센터 투자와 물류 부문 직원을 늘린 덕(작년 1500명→올해 2700명)을 본 것 같습니다. 재고 손실률은 장사가 너무 잘 돼서 높아지는 건데, 어쨌든 열심히 재고 관리 능력을 키우고 있다고 볼 수 있죠.

하지만 재고 관리 능력이 컬리만 좋아지고 있느냐. SSG닷컴이나 오아시스마켓과 같은 경쟁 업체 역시 재고자산 회전기간을 줄이고 재고 손실률도 낮추고 있습니다. 신선식품 배송 시장 내 경쟁이 그만큼 치열해지고 있다는 의미겠죠.

신선식품 배송업체의 재고자산 회전기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신선식품 배송업체의 재고자산 회전기간.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회사 매출은 무럭무럭 자라고 있지만, 주주들에게 중요한 건 결국 이 회사가 기업가치를 얼마로 평가 받느냐겠죠. 지난해 12월 프리IPO(상장 전 투자 유치)를 할 때 평가한 기업가치는 4조원이었는데요. 그보다 사업을 더 키운 지금은 5조~6조원 정도로 평가받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까요? 유통 공룡 이마트의 현재 시가총액은 3조8000억원 수준이고 신세계도 2조6000억원 정도입니다. 컬리가 이런 대기업보다 2배 이상의 가치가 있다? 컬리로서도 시장을 설득하는 게 상당한 숙제일 수밖에 없겠지요.

마켓컬리는 시장이 납득하는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까. 셔터스톡

마켓컬리는 시장이 납득하는 기업가치를 받을 수 있을까. 셔터스톡

기업가치가 고평가됐는 지를 살펴보는 척도로 주가매출비율(PSR)이 있습니다. 시가총액을 매출액으로 나눠서 구하지요. 실제 버는 돈 대비 기업 가치가 얼마나 되는지를 평가하는 지표입니다.

비슷한 개념으로 주가수익비율(PER)도 있는 데, 이건 주가가 1주당 순이익에 비해 얼마나 높은지를 보는 지표라서 순이익이 적자인 기업에는 적용하기 힘들지요. 컬리처럼 아직 순이익을 못 내는 기업은 PSR 지표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기업가치 평가 지표로는 PER, PSR 등이 있다. 셔터스톡

기업가치 평가 지표로는 PER, PSR 등이 있다. 셔터스톡

컬리의 지난해 매출액이 1조5600억원이었으니 기업가치를 6조원 정도로 받는다고 가정하면 PSR은 3.8배 정도가 됩니다. 같은 지표로 이마트는 0.2배, 신세계는 0.4배입니다.

비슷한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도 1.9배 정도에 그칩니다. 컬리의 PSR이 높아도 너무 높죠. 이 때문에 컬리의 기업가치 고평가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겁니다.

쿠팡의 PSR은 1.9배. 마켓컬리가 6조원의 가치를 받으면 PSR이 3.8배라는 소린데... 뉴스1

쿠팡의 PSR은 1.9배. 마켓컬리가 6조원의 가치를 받으면 PSR이 3.8배라는 소린데... 뉴스1

컬리가 욕심대로 높은 공모가를 책정했는데, 시장이 평가하는 가치가 그에 미치지 못하면 초기에 이 주식에 투자한 사람들은 손해를 볼 가능성도 있습니다. 결국 컬리가 상장 전까지 이익을 늘릴 수 있는 합리적인 청사진을 보여줘야, 몸값 고평가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겠지요.

결론적으로 6개월 뒤:

경쟁은 치열해지는데, 이익은 기약 없고...
※이 기사는 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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