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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지지율 띄운다며 인사권 요구" 전주시장 선거 무슨 일 [이슈추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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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7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가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7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가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연합뉴스

이중선 전 靑행정관 폭로…경찰 내사 착수 

오는 6월 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단체장 예비후보가 “정치 브로커가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하자 경찰이 내사에 착수했다.

전북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10일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최근 기자회견에서 말한 내용을 토대로 내사에 착수했다”며 “입건 전 조사 중이라 녹취록 확보 여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초기 멤버인 이중선(46) 예비후보는 노무현재단 전북위원회 초대 사무처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공직 생활 1년 7개월 만에 전주시 대외협력담당(6급)→청와대 행정관(4급)→전북도 정무특보(2급)를 거쳤다. 정치 신인은 왜 ‘폭탄 발언’을 하게 됐을까.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해 12월 13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중선 전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해 12월 13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주시장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선거 이기려면 돈 필요…브로커 압박"

이 예비후보는 지난 7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지자로서 지역 활동을 시작한 지난해 5월부터 브로커들에게 시달리기 시작했다”며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시간이 갈수록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집요하게 압박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로커가) ‘선거에서 이기려면 후보가 돈을 만들어와야 하는데, 기업으로부터 돈을 받을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했다”며 브로커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근거로 댔다.

이 예비후보는 구체적으로 “(브로커는) ‘전주시 국·과장 자리가 120개가 넘는데 과장 (인사권) 몇 자리를 왜 못 주느냐’고 했다”며 “건설·토목 등 이권이 개입할 여지가 많은 자리로 요구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명색이 노무현 대통령을 바라보면서 정치를 시작했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서로서 직접 모셨는데 이런 부당한 조건들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느냐”며 “처음에는 완곡하게, 나중에는 단호하게 그들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두세훈 완주군수 예비후보(왼쪽)와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3월 2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비대위는 2027년 정권 교체의 필수 조건인 6·1 지방선거의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호남이 먼저 개혁 공천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두세훈 완주군수 예비후보(왼쪽)와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3월 23일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비대위는 2027년 정권 교체의 필수 조건인 6·1 지방선거의 압도적인 승리를 위해 호남이 먼저 개혁 공천을 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는 브로커가 ‘여론조사 지지율을 올려주겠다’며 알려준 꼼수도 공개했다. “전주시 외 거주자라도 통신사 콜센터에 전화해 휴대전화 요금 청구 주소지를 특정 지역으로 옮기는 게 가능해 여론조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다만 “과거 선거에서 이런 여론 조작이 실제 일어났는지는 확실치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 예비후보는 전주시장 예비후보들에게 “브로커들은 돈과 조직을 앞세워 정치인들에게 접근하고, 정치인들은 그들을 이용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며 “현재도 선거 브로커들이 몇몇 전주시장 예비후보 캠프에 몸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당장 내쫓아야 한다”고 했다.

이 예비후보는 회견 당일 후보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이유에 대해서는 “후보직을 유지한다면 녹취록 공개가 뒤쳐진 지지율을 뒤집기 위한 얄팍한 수로 인식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수사기관이 요청하면 의혹 규명에 단서가 될 녹음 파일을 제출하겠다”고 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0일 오후 5시 현재 사퇴 처리는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 1월 6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시정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선인 김 시장은 지난해 7월 3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뉴스1

김승수 전주시장이 지난 1월 6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시정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재선인 김 시장은 지난해 7월 3선 불출마 선언을 했다. 뉴스1

경쟁자들도 진상 규명 촉구…민주당 "단호히 대처"

지역 정치권에서는 이 예비후보의 폭로로 촉발된 경찰 수사가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공식이 통하는 전주시장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전주시장 선거는 민주당 소속 재선인 김승수(53) 시장이 지난해 7월 ‘3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무주공산이 됐다.

민주당에서는 이 예비후보 외에 조지훈(54) 전 전북경제통상진흥원장과 우범기(59) 전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 유창희(61) 전 전북도의회 부의장 등이 경선에 뛰어들었다. 이들은 이 예비후보 사퇴 직후 저마다 입장문을 내고 “토호 브로커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정치 현실이 개탄스럽다”(우범기), “선거 적폐를 청산하는 정치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조지훈), “정치 혐오를 부를 만한 사건”(유창희) 등 한목소리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하지만 선거 브로커 유무 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민주당 전북도당 공직선거후보자 검증위원회로부터 전주시장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은 임정엽(63) 전 완주군수는 성명을 통해 “이중선 후보의 사퇴는 민주당 공천 과정에 이권 카르텔 세력이 개입한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임 전 군수는 지난 6일 전주지법에 ‘후보자격 부적격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낸 상태다.

전주시장 출마 의사를 밝힌 정의당 소속 서윤근(51) 전주시의원은 “검찰과 선관위는 신속하게 실체가 무엇이고, 관련자가 누구이며, 이들이 실제로 어떤 이익을 주고받았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7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가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이중선 전주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7일 전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 브로커가 당선 시 인사권을 요구했다"고 폭로하고 있다. 그는 이날 예비후보직에서 사퇴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 "또 다른 브로커 조직도 수사해야" 비판

민주당 전북도당도 논평을 통해 “선거 브로커로 여론 조작을 시도하는 행위 등 당 쇄신과 공천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행위에 대해 후보 자격 박탈, 당원 제명 등 강력하고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전주시민회는 성명을 내고 “민주당 중앙당은 즉각 전북 지역 지방선거 과정을 무효화해야 한다”며 “경찰과 검찰은 다른 예비후보들 진영에 암약하고 있는 또 다른 선거 브로커 조직에 대해 수사를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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