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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저의가 의심스러운 민주당 ‘검수완박’ 강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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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입법화를 놓고 검찰과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법무부 검찰국 등 검찰 집단이 반대 입장을 표했다.   대검은 11일 오전 10시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어 수사권 폐지 수용 불가를 결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12일 의원 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 사진은 10일 서초구 대검 모습.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입법화를 놓고 검찰과 정면 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법무부 검찰국 등 검찰 집단이 반대 입장을 표했다. 대검은 11일 오전 10시 김오수 검찰총장 주재로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어 수사권 폐지 수용 불가를 결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12일 의원 총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한다. 사진은 10일 서초구 대검 모습. [연합뉴스]

수북이 쌓인 정권비리 수사 틀어막기용 의심

친여 성향 고검장 포함, 전국 검사 집단 반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검수완박)하는 법안을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에 강행 처리하려 하자 검찰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특히 박범계 법무부 장관의 핵심 참모부서인 법무부 검찰국 검사들은 물론 친여 성향의 고검장들마저 전원 반대하는 쪽에 가세하고 있다. 수사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무리한 정책 추진이라는 방증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현 정부는 검찰 개혁의 기치 아래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면서 검찰에는 주요 6대 범죄(부패·경제·선거·공직자·대형참사·방위사업) 수사권만 남겼다. 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수사와 기소의 분리를 명분 삼아 6대 수사권마저 신설하는 중대범죄수사청에 주겠다는 것이다.

그간 둘로 갈렸던 검찰도 이번만큼은 한목소리를 냈다. 법무부 검찰국은 “불과 1년 남짓 시행된 새 형사사법 제도가 안착되기도 전에 국가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조치는 국민의 불편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반대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의 참모조직인 대검은 물론 이성윤 서울고검장 등 친정부 성향 고검장이 참석한 고검장회의 결과도 만장일치 반대였다. 이 과정에서 일선 부장검사가 검찰 수뇌부를 향해 “그동안 검찰개혁이라는 간판을 걸고 검찰을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것을 지켜봤다.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말할 자격이 있나”라고 쓴소리를 했다. 깊이 새겨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검찰의 극단적 상황은 자초한 측면도 있다. 일부 정치검사들의 준동으로 국민의 불신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해도 민주당의 황운하·최강욱 의원 등이 주도, 국회 172석을 무기 삼아 밀어붙이는 검수완박은 도가 지나치다.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는 법안을 전문가 의견 경청이나 합리적 대안 마련 없이 얼렁뚱땅 해치우려는 건 민주적 정당성을 얻기 어렵다. 특히 민주당은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되기 전이라도 검찰 수사권부터 폐지할 것이라고 한다. 그 사이에 생기는 ‘정의의 공백’과 국민 불편은 어쩌겠다는 건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 인사들과 이재명 전 경기도지사의 비리 수사를 철저히 틀어막겠다는 의도의 방탄 입법이 아니라면 납득이 가지 않는 행태다. 최근 검찰이 산업통상자원부의 블랙리스트 사건 수사 등을 재개하자 입법권을 활용해 검찰의 손발 묶기에 나섰다는 의심을 사는 이유다. 당장 “검수완박이 되면 대장동·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 등 현 정권에 대한 검찰 수사는 올 스톱될 것” “그냥 ‘우리 편은 수사하지 말라’는 내용을 법안에 넣는 게 더 솔직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심이 더 악화하기 전에 민주당이 바른길을 찾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