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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배는 없다” 전문가 내각 인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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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을 지명하는 것을 비롯한 8개 부처 장관 인선을 10일 발표했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엔 원희룡 전 제주지사를 깜짝 발탁했고,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엔 정호영 전 경북대 병원장을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직접 인선을 발표했다. 국방부 장관엔 이종섭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엔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 여성가족부 장관엔 김현숙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엔 이창양 KAIST 교수,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엔 이종호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각각 후보자로 지명했다.

윤 당선인은 인선 기준에 대해 “국가와 전체 국민을 위해 해당 분야를 가장 잘 맡아서 이끌어줄 수 있는지 기준을 두고 선정해 검증했다”고 밝혔다.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봤다는 뜻이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일 잘하는 유능한 정부”를 강조해 왔다.

장관 후보자 지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장관 후보자 지명.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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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정책 전문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온 후보들이 인선 명단에 올랐다는 평가다. 추경호 후보자는 기재부 제1차관, 국무조정실장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이종섭 후보자는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한·미 동맹을 주제로 국제정치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한·미 동맹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이종호 후보자는 “‘3차원 반도체의 아버지’로 불리는 세계가 주목하는 반도체 공학자”라고 윤 당선인 측은 설명했다.

원희룡 후보자는 대선 때 선대본부 정책본부장, 당선 뒤 인수위 기획위원장을 맡았다. 국토부와 관련, 직접적인 경력이 없다는 데 대해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는 “원 후보자는 선거 기간 정책을 총괄했던 사람이다. 윤 당선인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가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인 출신의 박보균 후보자는 미국 워싱턴에 잊힌 존재로 방치됐던 19세기 말 대한제국 공사관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재조명해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경력이 있다.

또한 이번 인선과 관련해 윤 당선인 측 관계자는 “윤 당선인은 참모가 추천했다고 잘 모르는 인사를 뽑는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

영남 5명, 여성 1명 “실용적 측면” “지역·성별 편중” 엇갈려

과거 같이 일해 봤거나 오랫동안 친분을 쌓으면서 ‘케미’가 맞는 인사를 뽑았다는 의미다. 이종호 후보자는 지난해 5월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를 방문했을 때 윤 당선인이 눈여겨봤다고 한다. 정호영 후보자는 윤 당선인과 ‘40년 지기’ 사이다. 다만 정 후보자가 당선인과 대학 시절부터 막역한 친구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에선 “첫판부터 친구냐”라는 쓴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날 인선에서 여성은 김현숙 후보자 1명에 불과했다. 지역별로는 경남 2, 대구 2, 경북 1로 영남이 5명이었다. 평균연령은 60.5세였고, 30·40대는 없었다. 인사의 다양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은 “선거 운동 때부터 (인사) 할당, 안배를 안 한다고 했다. 각 부처를 가장 유능하게 맡아서 이끌 분을 찾아서 지명하면 부처가 많고 대한민국의 인재가 쏠려 있지 않아서 지역, 성별, 세대 균형 있게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윤 당선인의 이번 인사에서 실력과 전문성을 최우선으로 보는 실용주의적인 측면이 나타난 것 같다”며 “다만 그러다보니 ‘5060 남성’ 인사로 치우친 양날의 검 같은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인선에 대해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명확한 기준도, 철학도 없는 깜깜이 인사에 제 식구 나눠먹기식 논공행상 인사”라고 비판했다. 정의당도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 인수위원회에서 경육남(경상도 출신 60대 남성) 내각으로 이어지는 모양새”(장태수 대변인)라고 꼬집었다.

한편 윤 당선인은 이번 주부터 지역 순회에 나서는데 12일 대구를 찾아 박근혜 전 대통령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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