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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총리에 '정책통' 추경호…소득주도성장→시장주도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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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경제팀을 이끌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정통 경제관료 출신의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이 낙점됐다.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기존 규제강화 기조에서 시장에 중심을 두는 시장주의로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 당선인은 차기 출범하는 정부의 첫 경제부총리로 추 의원을 발탁했다고 10일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추 의원은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과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부위원장과 금융정책국장, 기재부 1차관 등을 역임했다. 재선 국회의원(20ㆍ21대)으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활약했다.

새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중앙포토

새정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임명된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 중앙포토

새 정부에서는 경제정책 방향에 적잖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김동연 전 부총리, 홍남기 부총리 등 이른바 기획예산처 출신 ‘예산통’이 부총리 직을 이어갔다. 재정을 집행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유리했지만, 시장에서는 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을 실행하기 위해 돈을 퍼주는 부처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윤석열 정부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윤석열 정부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반면 추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경제정책과 금융 분야를 모두 다뤄본 정통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익명을 요구한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 부총리들이 거시경제, 금융시장보다는 예산 집행에 더 신경을 쓰다 보니 정책 기획의 주도권을 청와대와 여당에 빼앗겼다는 시각이 있다”며 “추 후보자가 임명된다면 앞으로는 시장과 소통하며 주요 경제 주체들의 의견을 수렴해 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추경호 경제부총리 후보자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로 출근을 하고 있다. [뉴스1]

차기 금융위원장으로 유력한 최상목 전 기재부 1차관도 추 후보자처럼 경제정책과 금융 분야 요직을 두루 거친 이른바 '금정라인'(금융정책국 출신 관료) 정책통으로 꼽힌다. 이렇게 경제부처 ‘투톱’에 정책통을 중용하면서 새 정부에서는 재정집행보다는 경제정책 및 기획에 무게추가 기울어질 전망이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의 긴축정책 등으로 대외 경제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물가가 4%대까지 급등하고 자영업자ㆍ가계 부채 문제 등의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위기 대응에 강점을 가진 기획재정부 정책통들이 전면에 나서면 금융ㆍ세제ㆍ예산 등을 총괄하는 종합적인 경제정책을 그릴 수 있다는 게 인수위의 판단이다. 추 후보자는 과거 카드사태와 저축은행 부실 문제를 수습한 경험이 있다. 최 전 차관도 미국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대응 체제를 마련한 것이 그의 성과로 꼽힌다.

왼쪽부터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왼쪽부터 최상목 전 기재부 차관,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이들과 함께 호흡을 맞출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는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경제1분과 인수위원)가 거론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거시경제학자 중 한명인 그는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꾸준히 비판해왔다. 이들 3명은 기업과 민간의 성장을 중시하는 공통점이 있다. 장기적으로 현 정부의 규제강화 기조를 바꾸고 시장을 중심에 두는 시장주의로의 전환이 새 정부 경제정책의 큰 틀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한다.

추경호, 물가 안정과 야당 협치가 과제 

한편 추 후보자의 지명에는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해달라는 윤 당선인의 의지도 반영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추경, 연금개혁, 고물가, 부동산 규제 완화 등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고 윤 당선인의 대선 공약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경제부총리가 거대 야당과의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에서다. 현직 의원인 추 후보자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를 끌어낼 정무ㆍ조정 능력도 갖추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평가다.

윤 당선인은 “추 의원은 국정 현안에 대한 기획조정 능력을 높이 평가받아온 분으로 국회에서도 기획재정위원회 간사를 지냈고 최근에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당의 전략기획과 원내 협상을 주도했다”며 “공직에서의 전문성과 의정활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경제가 재도약하기 위한 토대를 닦고 의회와의 소통도 원만히 해 나갈 것”이라고 기대했다.

추 후보자는 새 정부 경제팀의 최우선 과제로 서민 생활물가와 민생 안정을 꼽았다. 그는 내각 인선 발표 후 가진 질의응답에서 “대내외 여건이 녹록지 않고, 국내에서는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고, 성장률은 둔회되는 양상”이라며 "가계부채, 국가 부채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있기 때문에 정책을 거시적으로 보면 동원할 수 있는 수단도 굉장히 제약돼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 경제 장관들이 ‘원팀’이 돼서 당면 현안인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두면서 풀어나가겠다”며 "많은 전문가들과 현장 이야기를 경청해나가면서 해법을 찾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추경호(62)=경제기획원ㆍ재정경제부ㆍ금융위원회 등에서 경제기획ㆍ금융정책 관련 요직을 거쳤다. 기재부 1차관을 맡을 때 박근혜 정부의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입안부터 발표까지 총괄했다. 합리적인 성격으로 당내 의원들 사이에서도 신임이 높아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 전략기획부총장, 원내수석부대표 등 주요 당직을 맡아 활동했다. 인수위에서는 6개분과의 컨트롤타워 격인 기획조정분과 간사를 맡아 윤석열 정부의 전반적인 운영 방향과 세부 국정과제를 조율하는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왔다.
▶대구 달성 ▶대구 계성고-고려대 경영학과-미국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행시 25회,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기획재정부 1차관, 국무조정실장,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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