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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나이 33세…한국의 독주자가 젊어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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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한재민이 8일 부산시향과 협연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사진 예술의전당]

첼리스트 한재민이 8일 부산시향과 협연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사진 예술의전당]

8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올해로 34회째인 교향악축제의 무대에 부산시립교향악단이 올랐다. 지휘자 최수열(43)과 함께 한 협연자는 첼리스트 한재민(16). 2006년생으로 15세의 나이에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연주자다. 그는 이날 슈만의 협주곡을 연주하며 자연스러운 음악성을 보여줬다.

34회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 대거 등장한 신예 연주자들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의 협연자들이 젊어졌다. ‘어려졌다’는 표현이 적합할만큼 세대교체의 변화가 뚜렷하다. 매년 열리는 교향악축제에서 협연자 세대교체는 한국 음악계의 독주자 세대 변화를 반영한다.

예술의전당 측은 “올해는 교향악축제 개최 이래 협연자들의 나이가 가장 어린 해로 꼽힌다”고 전했다. 이전에는 2013년의 교향악축제 협연자들이 젊었다. 25주년을 맞아 ‘신예 독주자’를 의도하고 기획했던 해였다. 하지만 올해처럼 나이를 중심에 두지 않고 협연자를 선정했는데 결과적으로 어린 독주자들이 연주하게된 해는 처음이다.

올해 협연자들의 출생연도 평균은 1988년, 나이 평균은 33세다. 교향악축제의 공연은 총 20회. 한 무대에 두 명의 협연자가 서는 두 번을 더하면 협연자는 총 22명이다. 그중 2000년생 연주자가 셋. 5일 경기필하모닉과 협연한 피아니스트 임주희, 13일 광주시향과 함께 하는 피아니스트 이혁, 23일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가 협연자들의 평균연령을 낮췄다. 이들을 포함해 총 10명이 20대다.

이들은 대부분 지난 1~2년 동안의 국제무대에서 혜성같이 등장한 신예들이다. 한재민은 지난해 5월 에네스쿠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고, 피아니스트 박재홍(23)은 지난해 8월 부조니 국제 콩쿠르에서 높은 성적으로 우승했다. 피아니스트 김수연(28)은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의 한국인 최초 우승자로 기록됐다. 바이올린 박수예(22)의 음반은 지난해 영국 그라모폰이 '올해의 음반' 중 하나로 선정했다.

이처럼 올해 교향악축제의 젊은 협연자들은 부쩍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무서운 신인들의 기세를 보여준다. 예술의전당 측은 “지난해 교향악축제는 젊은 지휘자들이 주목받았는데 올해는 독주자의 차례”라며 "세계로 나가는 독주자들의 연령이 낮아진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5일 경기필하모닉과 협연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사진 예술의전당]

피아니스트 임주희가 5일 경기필하모닉과 협연한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사진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는 1988년 예술의전당 개관과 함께 시작했다. 전국의 오케스트라가 협연자와 함께 하루씩 무대를 채우는 봄의 축제다. 1부에서 협연자와 협주곡을, 2부에서는 교향곡을 연주하고는 한다. 하지만 올해 교향악축제에는 이런 틀을 깨는 시도도 보인다. 8일 부산시립교향악단의 지휘자 최수열은 2부 첫 곡으로 존 케이지의 ‘4분 33초’(1952년 작곡)를 연주했다. 악보에 아무 음표도 없고 단지 시간만 적혀있는 작품이다. 부산시향과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는 그 시간 동안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대신 객석의 우연적인 소음에 음악의 주도권을 양보했다.

올해 축제에는 또 팬데믹에 쉽게 연주할 수 없었던 큰 편성의 교향곡이 다수 무대에 오른다. 오케스트라 단원을 총동원 해야 하는 브루크너, 쇼스타코비치 등을 교향악단들이 과감히 선곡했다. 탄생 150주년인 작곡가 스크리아빈과 본 윌리엄스, 200주년인 프랑크의 곡들도 연주되면서 프로그램이 다양해졌다. 예술의전당과 중앙일보가 함께 여는 이번 축제는 24일까지 계속된다. 월요일에는 공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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