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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는 생사기로인데...'인수'만 꺼내도 주가 치솟는다 왜[앤츠랩]

중앙일보

입력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뭔가를 꼭 잡았지만, 정말로 지푸라기였던 걸까요. 쌍용자동차가 또다시 청산의 갈림길에 섰습니다. 이 모든 게 틀어진 건 그동안 인수 의향을 보였던 에디슨모터스가 자금 조달에 실패해 인수가 무산된 것.

그렇다고 아예 희망이 없느냐. 쌍방울그룹과 KG그룹 등 다른 인수의향자가 다시 나타났는데요, 이들이 주가 부양이 아니라 진심으로 인수 의지가 있다면 희망이 없는 건 아닙니다. 이번 쌍용차 인수·합병(M&A) 이슈에 대한 분석은 구독자 jul******@naver.com께서 앤츠랩 게시판에 의뢰해 주셨습니다.

쌍용차가 출시한 첫 전기 SUV '코란도 이모션'.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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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의뢰 내용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에디슨EV도 그렇고, 쌍방울그룹이나 KG그룹 등 쌍용차 인수 의향만 보여도 인수의향자들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은 왜 생기는 것이냐는 질문이었죠. 쌍용차는 대단한 유니콘 기업이긴커녕 만년 적자에, 회사 정상화에도 1조원이 넘는 돈이 들 것으로 예상하는 데도 말이죠.

이걸 이해하려면 기업의 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차근차근 설명해 드릴께요.

인수 의향만 내비쳐도 주가 급등. 왜 이래?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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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가치와 계속기업가치라는 용어는 주로 회사가 생사 기로에 섰을 때 자주 등장합니다. 말 그대로 회사를 청산해서 토지와 건물, 기계를 몽땅 팔아치우는 게 더 이득(청산가치)이냐, 그래도 계속해서 기업을 운영하는 게 이득(계속기업가치)이냐를 따지는 거죠.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더 높다는 건 살려봤자 손실만 누적될 게 뻔하니 기업의 산소 호흡기를 떼는 게 더 낫다는 의미지요.

청산가치가 더 높다면, 장사를 접는 게 이득이야.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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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Y한영회계법인이 서울회생법원에 보고한 쌍용차의 청산가치는 9820억원. 계속기업가치는 6200억원이었습니다. 회계적으로 볼 때 기업을 운영하는 것보다 청산하는 게 3600억원가량 이득이란 소리죠. 그런데도 왜 너도나도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까. 그리고 그렇게 뛰어든 회사들 주가는 왜 오를까.

청산가치는 결국 기업이 가진 공장부지와 기계 등을 몽땅 팔았을 때의 가치라고 했습니다. 쌍용차의 청산가치가 높은 건 이 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가치 때문이죠. 대규모 생산 라인이 필요한 자동차 제조사나 제철·조선회사는 가진 땅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대공장을 가진 제조업체들은 땅도 많다.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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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의 평택 공장 부지는 85만㎡에 달하는데, 삼성반도체 평택공장 인근이죠. 이 부지를 준주거지로 용도 변경해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면 예상 수익만 2조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실제로 쌍용차 인수에 나섰던 에디슨모터스는 산업은행에 평택 공장 부지 용도를 일반 공업지역에서 준주거지로 바꿔달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어요.

제사보다 젯밥?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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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공장 부지가 아파트 단지로 바뀌는 건 수 많은 노동자들의 생계 문제도 걸려 있기 때문에 쉬운 일은 아닙니다만, 시장은 이런 잠재적인 가치까지 모두 계산해 주가에 반영하고 있을 거라는 분석. 그렇지 않고서야 완전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를 인수하겠다는 회사의 주가가 오르긴 어렵겠지요.

어쨌든 주식시장에서 쌍용차보다 인수 기업들이 갑자기 주목을 받고 있지만, 쌍용차 역시 4만3000명의 소액 주주가 있는 상장사죠. 이 회사 앞에 놓인 관문들을 시점별로 하나하나 짚어 볼게요.

첫 번째 고비는 4월 14일. 한국거래소가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하라고 부여한 기한이죠. 쌍용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감사의견으로 '의견거절'을 받았는데요. 그 이유는 계속해서 기업이 유지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는 거죠. 자금력 빵빵한 인수자가 나와주지 않으면 회사가 망할 수 있으니 이 문제를 해결해야 상장폐지를 면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얘기입니다.

쌍용차 인수해 살릴 기업가 정신, 누가 갖고 있을까.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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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고비는 10월 15일. 법원이 쌍용차의 회생 계획안을 인가해주는 시한입니다. 지금부터 6개월 안에 인수자를 구해 M&A 절차를 마쳐야 하지요. 그러지 못하면 청산 절차로 갈 가능성이 큽니다.

쉽지 않은 관문들이 아슬아슬하게 다가오고 있는 상황. 쌍용차가 의지도 없는 기업들의 주가 부양 재료로만 쓰이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건실한 투자자를 만나 다시 'Korean Can Do(코란도)'할 수 있을 지 앤츠랩도 지켜볼께요.

by.앤츠랩
※이 기사는 8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의 일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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