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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시행 후 '협동로봇' 뜨는데...한국선 규제가 발목"

중앙일보

입력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2022’ 행사장에는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 유니버설로봇]

지난 6일부터 사흘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2022’ 행사장에는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사진 유니버설로봇]

지난 6~8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스마트공장·자동화산업전 2022’ 행사장. 이곳에 마련된 세계 1위 협동로봇(collaborative robot·코봇) 업체 ‘유니버설 로봇’ 부스엔 기업 관계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중 상당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서 사고 위험이 있는 공정에 사람 쓰는 게 부담스럽다. 여기에 투입할만한 협동로봇이 있나”라고 물었다.

[인터뷰] 이내형 유니버셜로봇 한국지사 대표

협동로봇은 근로자와 같은 공간에서 협업하는 로봇을 말한다. 쉽게 말해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이다. 산업용 로봇이 독립된 공간에서 안전펜스 등을 설치하고 작동하도록 설계된 점과 대비된다. 현재 전 세계 협동로봇 시장 규모는 7억 달러(약 8600억원) 정도지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27년 협동로봇 시장은 105억 달러(약 12조원)로 커질 전망이다.

국내에선 두산⋅한화에 이어 삼성·LG·현대중공업 등이 협동로봇 시장에 뛰어들었거나 준비 중이다. 덴마크 기업인 유니버설로봇은 2008년 협동로봇 시장을 개척한 이래 전 세계에 6만 대 이상 판매하며 시장 선두 주자로 꼽힌다. 현재 한국 대기업의 디스플레이 검수, 선박 용접, 차량 조립 등에도 투입돼 있다. 유니버설로봇 한국지사를 2020년부터 이끄는 이내형(45) 대표에게 협동로봇의 현재와 전망을 물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협동로봇 수요가 늘었나.  
“아직 수치로 집계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그렇게 본다. 실제로 올해 관련 문의가 부쩍 늘었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을 거론하며 공정에 쓸 수 있느냐는 문의가 많다. 중대재해처벌법 준비가 많이 된 대기업보다 중소기업 문의가 많은 편이다. 작업 결과물을 사람이 손으로 빼는 작업에서 사고가 날 수 있는 곳, 용접과 타공 등에서 다칠 수 있는 곳 등이다.” 
유니버설 로봇 한국 지사 이내형 대표. [사진 유니버설 로봇]

유니버설 로봇 한국 지사 이내형 대표. [사진 유니버설 로봇]

유니버셜 로봇과 한국 기업의 차별점은.
“국내 기업은 제품 라인업은 많아도 노하우가 부족하다. 우리는 노하우가 16년 넘게 쌓였고, 품질도 좋다는 평을 받는다. 최근 로봇화가 대세다 보니 정부에서도 많이 밀어주지만, 제품 질을 높이기도 전에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최근 식음료 업계에도 협동로봇이 확산 중인데.  
“협동로봇 시장에서 푸드 산업을 돌파구로 여기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위험할 수도 있다. 치킨 등을 튀기는 과정에서 유증기가 발생하면 로봇이 손상을 입는다. 관절을 움직일 때마다 가루가 떨어질 수도 있고, 제품 구조상 오일도 들어간다.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 로봇은 제조하는 제품과 거리를 둘 수 있어 괜찮은 편이지만 튀기는 로봇은 위험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커피를 만드는 로봇. [중앙포토]

커피를 만드는 로봇. [중앙포토]

최근 중국제 협동로봇도 나오고 있는데.  
“요즘은 서빙하는 협동로봇이 많이 나오는데 중국 업체가 1위다. 중국에선 협동로봇 수요가 어마어마해 관련 업체만 50여 개다. 한국은 10여 개에 그친다. 한국 시장은 훨씬 작고, 많이 팔아야 2000대가 채 안 된다.”
한국 시장이 작은 이유는.  
“아직 협동로봇이 잘 알려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규제와도 관련이 있다. 한국에선 자동차 산업용 로봇처럼 협동로봇에도 펜스를 치고 작업하길 요구한다. 안전 때문이라곤 하지만 협동로봇이란 개념 자체가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이다. 실제 협동로봇을 보면 무게가 20㎏이 채 안 되는 것도 있고, 크기도 작은 게 많아 사고 위험성이 적다. 그런데도 규제가 많다.”

현재 한국에서 협동로봇을 사업장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협동로봇 작업장 안전 인증’을 받아야 한다. 서류 작성과 안전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 전문성 있는 ‘안전 인증 컨설팅 회사’와 함께 진행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으려면 안전펜스를 설치해야 한다. 이러다 보니 결국 사용자는 협동로봇 사용을 꺼리게 된다는 설명이다.

최근 국내 대기업이 협동로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용 로봇을 만들던 대기업까지 협동로봇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현대로보틱스를 비롯해 현대위아, LG 등이다. 삼성도 한다고 했는데 움직임이 잘 보이진 않는다. 산업용 로봇의 글로벌 강자인 스위스 ABB, 일본 화낙, 독일 쿠카 등도 협동로봇을 만들기 시작했다.”
BMW 제조 현장에 쓰이고 있는 협동 로봇. [사진 유니버설 로봇]

BMW 제조 현장에 쓰이고 있는 협동 로봇. [사진 유니버설 로봇]

협동로봇 시장 전망은.  
“성장 가능성이 크다. 유니버설로봇의 지난해 매출(3억1100만 달러)은 전년 대비 41% 증가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 이상이고, 전 세계 1100여 개 기업이 우리 제품을 쓰고 있다. 협동로봇은 개발에 꽤 많은 돈이 들지만 한국 대기업은 자금력이 있기 때문에 3년 안에 제품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본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제품을 쓰다 보면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는데 한국 기업이 그런 것을 극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다.”
앞으로의 계획은.  
“최근 조선 분야의 새 파트너와 계약했다. 판교에 이어 부산에 제2사무실을 연 것도 그와 관련이 있다. 아직도 국내에선 협동로봇이라는 개념이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기존 산업용 로봇보다 제어가 쉽고, 간단하다는 점을 알리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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