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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컨트롤 능한 이은해, 머리쓰며 도망다닐 생각하니 섬뜩"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씨와 조씨. 2022.3.30 [인천지검 제공]

인천지검 형사2부(김창수 부장검사)는 살인 혐의로 이은해(31·여)씨와 공범 조현수(30)씨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했다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이씨의 남편인 A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이씨와 조씨. 2022.3.30 [인천지검 제공]

경기 가평에서 발생한 '계곡 살인' 사건의 피의자로 현재 도주 중인 이은해(31)씨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지난 8일 YTN 뉴스에 출연해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사람과 달리 타인에 대한 감정에 공감을 못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감을 못하니까 무엇이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하고, 화가 나거나 하면 충동 억제가 전혀 되지 않는다"며 "이런 것들이 합쳐지니까 이러한 끔찍한 범죄도 저지를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2019년 6월 30일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촬영된 영상에서 이씨가 피해자인 남편 윤모씨의 튜브를 '뒤집어라'라고 지시하는 장면 등을 언급하며 "저걸 보면 (피해자를) 사람으로 안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니까 사람이 아닌 무언가 대상으로만 보고 그 목적에 맞게끔만 본 것 같다"며 "사람에 대한 공감 능력이 있는 보통 사람 입장에서는 도저히 상상을 못 할 말"이라고 했다.

신 교수는 또 윤씨가 이씨로부터 심각한 가스라이팅을 당했던 것으로 추정했다.

신 교수는 "이분이 이은해랑 결혼을 하고 상당히 괴롭힘을 당했던 것 같다"며 "특히 어떤 카톡에서는 (이씨에게) 돈을 다 주고 나서 본인이 너무 가난해서 (지인에게)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그런 것들도 보인다. 정상적인 분이 왜 이렇게까지 됐나 봤을 때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을 측근에 두면 그 사람이 평소에 엄청 인간관계를 쫀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조정하고 공격적으로 나오고 예측을 못 하게 만들고 죄책감 없이 뒤집어씌우면서 제대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 가스라이팅을 한다"며 "그렇게 되면 정신줄을 놓게 된다. 이미 그 정도로 됐기 때문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자기방어를 못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피해를 보면) 익숙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너무 괴롭기 때문에 자유의지의 일부를 놓아버리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진행자가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과 성향이 비슷하다고 보느냐'고 묻자 "여성이기도 하고 두 사람 다 굉장히 친밀한 사람, 한때는 사랑했던 사람, 심지어 그 친밀한 관계를 이용해서 범행까지 저지른 것이라고 본다"고 답했다.

신 교수는 "그런 면에서 친밀한 사람에게 일말의 양심의 가책도 없이 바로 공격적인 행동을 하고 죽이고 또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 편취를 하는 것들이 상당히 유사한 정도와 유사한 패턴으로 느꼈다"고 말했다.

4개월째 도주 중인 이씨의 심리상태는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는 "여태까지 잘 버티는 것 보면 상당히 영리하고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조금이라도 감성이 배어 나오고 불안해지고 휘둘리면 실수를 통해서 노출이 될 텐데 정말 뻔뻔할 정도로 감정 컨트롤을 잘하고, 머리를 막 쓰면서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 것 아닐까 싶어 조금 섬뜩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사이코패스 성향이 강하면 자기 중심성도 강하고 흔들림이 있을 때 딱 끊어버리는 기가 막힌 이상한 방어기제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감정이 안 흔들리니까 다른 사람들을 괴롭힐 때도 아주 잔인할 정도로 계획적으로 하는 경우도 있다"며 "사실 그런 것들까지 걱정이 돼서 도주가 장기전이 되면 어떻게 하나 저도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내연남인 조현수씨(30)와 함께 2019년 6월 30일 오후 8시 24분쯤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윤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남편 명의로 든 생명 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범행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이들은 같은 해 2월과 5월에도 복어 피 등을 섞은 음식을 먹이거나 낚시터 물에 빠뜨려 윤씨를 살해하려 한 혐의도 받는다.

이씨와 조씨는 검찰 조사를 받던 지난해 12월 14일 잠적했다. 검찰은 이들이 지난해 12월 13일 첫 소환 조사 후 다음 날 2차 조사에 나오지 않고 잠적하자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이어 지난달 30일 이씨와 조씨의 얼굴 사진 등을 언론에 제공하고 공개수사로 전환했으나 이들의 행방은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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