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물가까지 ‘부담백배’…술·음료 집에서 ‘제대로’ 즐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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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요리를 안주삼아 편안하게 홈술을 즐기는 모습. [사진 유튜브 영상캡처]

집에서 요리를 안주삼아 편안하게 홈술을 즐기는 모습. [사진 유튜브 영상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위세가 꺾이는 추세라곤 하지만 오미크론 등 잇단 변이 출현으로 여전히 바깥활동은 조심스럽다. 여기에 최근 식음료 물가가 줄줄이 오르면서 집에서 술과 음료를 즐기는 ‘홈술’ ‘홈카페’ 문화는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다양해지는 모양새다.

술·커피·음료 모조리 인상 

8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참이슬·진로·처음처럼 등 주요 소주 제품의 출고가는 줄줄이 올랐다. 맥주 역시 카스·한맥·오비라거·테라·하이트 등의 출고가가 평균 7.7% 올랐고, ‘4캔에 1만원’이던 편의점 수제맥주도 다음 달부터는 예외없이 1만1000원으로 오를 예정이다. 최근 20·30세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위스키의 경우 페르노리카 코리아가 로얄샬루트·발렌타인·시바스리갈 등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했고, 윌리엄그랜트앤선즈코리아도 이달 들어 글렌피딕·발베니·몽키숄더 위스키의 공급가를 최대 9.4% 올렸다.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맥주 행사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한 고객이 편의점에서 맥주 행사 상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 중앙포토]

카페 음료들도 예외는 아니다. 원두와 식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올해 초 스타벅스를 필두로 투썸플레이스·할리스·탐앤탐스 등이 음료가격을 올렸고, 지난 7일 빽다방을 비롯해 매머드커피·더리터 등 저가 커피들도 인상대열에 합류했다.

10명 중 8명 “앞으로도 홈술할래요”

일상에서 자주 즐기는 기호음료 가격이 일제히 오르자 소비자들은 다시 집으로 들어가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남녀 1000명에게 설문조사한 결과, 72%가 술집과 식당에서 과하게 마시는 것보다 집에서 간단하게 즐기는 술이 좋다고 답했다. 특히 78.7%가 앞으로도 집에서 혼자 마실 의향이 있다고 했다.
홈술 트렌드는 개인의 취향에 맞춘 다양한 술과 안주를 즐기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엠브레인 조사에서도 66.1%가 다양한 맛의 술에 도전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술 공부, 안주 공부’ 인기

실제 유튜브에는 퇴근 뒤 좋아하는 안주상을 차려 집에서 술을 즐기거나, 서로 어울리는 술을 섞어 ‘나만의 술’을 만드는 영상들이 크게 늘었다. 온라인 클래스 플랫폼 클래스101에도 술과 관련한 강의 영상이 주목받고 있다.

'집에서 쉽게 만드는 월드 클래스 티칵테일 만들기' 영상. [사진 클래스101]

'집에서 쉽게 만드는 월드 클래스 티칵테일 만들기' 영상. [사진 클래스101]

일례로 인테리어 플랫폼인 ‘오늘의집’과 함께 진행하는 ‘집에서 쉽게 만드는 월드 클래스 티칵테일 만들기’에서는 바텐더 박성민이 차(tea)를 활용해 최소한의 비용과 도구로 집에서 칵테일을 만드는 법을 소개해 호응을 얻고 있다.

보드카·진·럼·데킬라·위스키·브랜디·리큐르 등 7가지 술로 칵테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홈텐딩 클래스'(왼쪽)와 ‘내 생애 첫 막걸리 만들기 클래스’. [사진 클래스101]

보드카·진·럼·데킬라·위스키·브랜디·리큐르 등 7가지 술로 칵테일을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홈텐딩 클래스'(왼쪽)와 ‘내 생애 첫 막걸리 만들기 클래스’. [사진 클래스101]

‘직접 피워낸 누룩으로 빚은 내 생애 첫 막걸리’는 누룩 만들기부터 막걸리 빚기까지 막걸리를 표준화된 제조법으로 쉽게 만들어 보고 전통주를 개인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강의다. 여기에 ‘심야식당 세이지와 함께하는 홈메이드 일본식 안주 요리의 모든 것’ ‘소중한 사람과 함께, 공격수 셰프의 와인바 실제 인기 메뉴 레시피!’ ‘술이 더 맛있는 시간! 마지와 미국산 소시지, 살라미, 베이컨으로 홈술 요리 만들기’ 등 홈술과 어울리는 요리 강의도 부쩍 늘었다.

집에서 즐기는 시장 커진다  

홈카페 트렌드의 경우 주로 커피에 몰렸던 수요가 에이드나 라떼 등 다양한 음료로 확대하는 게 특징이다. 이에 식음료 업계에서는 원두뿐 아니라 ‘논커피(Non-Coffee)’ 음료의 재료나 커피 맛을 살려주는 부재료 등을 선보이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에 따르면 과일에이드 등을 만들 수 있는 탄산수 ‘트레비’는 올 3월 기준으로 매출이 전월 대비 15% 증가했고, 에이드·위스키·소주 등과 섞어 마실 수 있는 ‘마스터 토닉워터’ 역시 매출이 오르는 추세다.

제로 칼로리 탄산수 3종. [사진 롯데칠성음료]

제로 칼로리 탄산수 3종. [사진 롯데칠성음료]

하이트진로음료는 가정 내 토닉워터 수요가 늘자 ‘토닉워터 깔라만시’ ‘토닉워터 자몽’ 등 제품을 세분화했고 지난해 6월엔 무칼로리 토닉워터인 ‘진로토닉워터 제로’도 내놨다.

올가홀푸드의 '홈카페를 위한' 과일청 3종. [사진 풀무원]

올가홀푸드의 '홈카페를 위한' 과일청 3종. [사진 풀무원]

풀무원 계열인 올가홀푸드는 아예 ‘홈카페를 위한 과일청’을 출시했다. 딸기청·애플망고청·리치꿀레몬청 모두 유기농 설탕으로 만들어 건강한 과일음료를 간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오뚜기도 집에서 카페 못지않은 음료를 만들고자 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국내 최초로 가정용 ‘민트초코시럽’과 ‘솔티드카라멜시럽’을 출시했다.

식물성에 유당이 없는 귀리음료 ‘오틀리’ 3종. [사진 동서]

식물성에 유당이 없는 귀리음료 ‘오틀리’ 3종. [사진 동서]

동서는 스웨덴 오틀리 AB사의 귀리음료인 ‘오틀리’ 3종을 국내에 선보여 채식주의자나 우유 소화가 힘든 사람들이 우유 대신 비건 라떼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로 비대면 문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데다 물가 상승,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홈술·홈카페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며 “특히 소비의 주축인 2030 젊은 세대는 공공장소보다 자신의 공간에서 편안하게 식사나 술을 즐기는 성향이 강해 앞으로도 이런 트렌드는 점점 강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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