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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별장을 일반인도 쓴다고?…이성계·이방원 몸담근 이곳 [e즐펀한 토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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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고 온천에 들어선 대통령 별장 

‘대통령 별장’은 전국에 몇 곳이 있다. 충북 청원군 대청호변에 있는 청남대, 경남 거제도에 있는 청해대 등이 대표적이다. 제주시 구좌읍과 강원 고성에는 이승만 대통령 별장이 있다. 이들 별장은 대부분 풍광이 수려하면서도 한적한 곳에 자리 잡고 있다.

[e즐펀한 토크] 김방현의 개갈난 충청 뉴스

대전 유성구 유성온천 족욕체험장을 찾은 시민들이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다. 뉴스1

대전 유성구 유성온천 족욕체험장을 찾은 시민들이 온천수에 발을 담그고 있다. 뉴스1

계룡스파텔 비룡재, 일반인 이용 가능 

대도시 한복판에 들어선 대통령 별장도 있다. 대전시 유성구 봉명동에 있는 군(軍) 휴양 숙박시설인 계룡스파텔이다. 계룡스파텔은 유성온천 지역 한복판에 있다.

9일 유성구와 계룡스파텔에 따르면 대통령 별장이던 비룡재를 지난 3월부터 매월 세 번째 월요일에 한해 개방하고 있다. 계룡스파텔 내 대통령 별장으로 쓰던 공간을 일반인도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객실을 이용하면 온천까지 즐길 수 있는 혜택도 준다.

비룡재는 1984년 대통령 별장으로 쓰기 위해 만들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는 1984년부터 85년 사이 세 차례 묵었다. 노태우 대통령 부부도 88년에 두 차례 찾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이곳에 오지 않았으나 부인 손명숙 여사가 93년부터 97년까지 9차례 묵었다.

전두환부터 노무현까지 이용한 별장

일제 강점기 때 유성온천 일대 풍경. 사진 대전 유성구

일제 강점기 때 유성온천 일대 풍경. 사진 대전 유성구

계룡스파텔 별채인 비룡재는 2층짜리 단독 건물이다. 이중 2층에 있는 40㎡형 3실과 192㎡형 1실을 일반인이 쓸 수 있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비룡재가 아닌 계룡스파텔 본관 스위트룸(808호)을 이용했다. 스위트룸은 207㎡(63평) 규모로 비룡재 객실보다 더 넓다. 김대중 대통령 부부는 2001년 9월과 2002년 6월에 2차례 방문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부인 권양숙 여사와 2003년 8월 한 차례 찾았다.

그동안 비룡재는 계룡스파텔 본관에서 주말에 결혼식 등 행사를 여는 조건으로 빌려줬다. 그러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인 2020년 3월 이후 폐쇄했다. 계룡스파텔 김민주 과장은 “비룡재 이용객이 많으면 앞으로 평일에 추가 개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성계, 조선 도읍지 찾다 목욕 

계룡스파텔. 프리랜서 김성태

계룡스파텔. 프리랜서 김성태

계룡스파텔이 있는 유성 지역은 예로부터 온천으로 유명하다. 유성온천 유래는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백제 말기 신라와 전투에서 몸을 심하게 다쳐 귀향한 젊은이가 있었다고 한다. 이 젊은이의 어머니는 우연히 들판 웅덩이에서 학 한 마리가 눈 녹은 물에 다친 날개를 적셔 치료하는 것을 봤다. 어머니가 이 물을 떠서 아들의 상처를 씻어줬더니 말끔히 치료됐다는 얘기가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렸다.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1394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의 도읍지를 물색하기 위해 계룡산 신도안으로 가던 중 유성온천에서 목욕했다. 당시 왕자 신분이던 태종 이방원도 아버지 이성계와 함께 온천을 즐겼다.

유성온천, 일제강점기때 본격 개발

옛 유성온천 일대 모습. 사진 유성구

옛 유성온천 일대 모습. 사진 유성구

유성온천은 전국 116개 온천지구 가운데 역사가 가장 오래됐고, 온천물 부존량과 사용량 등이 전국에서 가장 많다. 유성온천지구 면적은 0.938㎢이다.

온천수 부존량은 2400만㎥, 하루 사용 허용량은 7644㎥이다. 유성지역 호텔·목욕탕 등 모두 69곳에서 온천수를 사용하고 있다. 계룡스파텔도 모든 객실에 온천수를 공급하고 있다. 호텔 자체적으로 온천물 공급원도 갖고 있다.

유성온천이 본격 개발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다. 1912년 충남 공주 갑부 김갑순이 유성온천 지역 땅을 사들여 개발했다. 김갑순은 그해 12월 유성온천장을 처음 개장했다. 이 온천장은 나중에 유성호텔이 됐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도 즐겨 찾아

계룡스파텔 비룡재. 프리랜서 김성태

계룡스파텔 비룡재. 프리랜서 김성태

계룡스파텔 이외에도 유성온천을 이용한 대통령은 또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해방 직후 미국에서 돌아와 부인 프란체스카 여사와 함께 유성호텔에 왔다. 당시 프란체스카 여사가 화장실에 양변기가 없자 얼굴을 찌푸리며 불평을 했다. 이후 유성호텔 화장실에는 수세식 변기가 설치됐다.

박정희 대통령은 유성호텔 옆에 있는 만년장을 자주 이용했다고 한다. 만년장은 나중에 리베라호텔로 이름이 바뀌었다가 몇년 전 철거됐다.

당시 이기붕 등 여권 인사들은 만년장을, 야권 인사들은 유성호텔을 선호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이곳에 오는 날에는 종업원들이 인근 마을로 호박잎을 구하러 다녔다. 박 대통령이 호박잎을 쪄서 된장으로 쌈을 싸 먹는 것을 좋아해서였다.

역사 가장 길고, 온천 부존량도 풍부 

유성호텔(오른쪽)과 만년장. 사진 대전 유성구

유성호텔(오른쪽)과 만년장. 사진 대전 유성구

신익희·조병옥·장면 등 유력 정치인도 유성호텔을 자주 찾았다. 김종필 전 국무총리도 유성호텔에 들렀다. 김 전 총리는 행사 때 본인이 직접 아코디언을 연주하기도 했다.

유성온천 물은 1919년 일본 동경대학 교수가 처음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 온천수는 285~600m 정도 지하에서 나오며, 온도는 27~56도를 유지한다.

몸에 좋은 60여 가지 성분이 있어 신경통·피부병·당뇨·위장병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목욕하고 나면 비눗물이 씻기지 않은 것처럼 몸이 매끄러운 것을 느낄 수 있다. 실리카(SiO2·이산화 규소) 성분 함량이 40㎎/ℓ 이상이어서 '실리카 온천'으로도 불린다.

2019년 유성온천문화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한방족욕장에서 물장구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2019년 유성온천문화축제장을 찾은 어린이들이 한방족욕장에서 물장구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유성온천지구 내 계룡스파텔은 1925년 일본인 귀족인 후지와라가 개발을 시작했다. 2년 뒤인 1927년 온천탕이 개장된데 이어 중일전쟁 후에는 일본군 온천병원과 휴양소로 운영됐다.

육군은 1945년 해방이 되자 계룡스파텔을 인수했다. 1980년 국군휴양소로 정식 지정된 후 1990년 계룡호텔, 2000년 계룡스파텔 등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계룡스파텔은 5만6000여㎡ 부지에 본관과 비룡재, 천연 잔디광장, 대온천탕, 황톳길 등 시설을 갖추고 있다. 맨발로 걸을 수 있는 황톳길(길이 350m)은 2012년 조성했다.

대전 유성구 봉명동 일대 유성 온천로에 이팝나무꽃이 만개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대전 유성구 봉명동 일대 유성 온천로에 이팝나무꽃이 만개해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유성구와 계룡스파텔은 지난해 계룡스파텔 울타리 재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담장 일부를 허물고 주민과 관광객을 위한 휴식공간을 만들었다.

유성구와 계룡스파텔은 일반인 개방을 기념해 오는 7월 31일까지 비룡제 본관 객실 요금을 30% 할인해준다. 또 매달 세 번째 월요일에는 대온천탕 요금을 30% 깎아준다. 정용래 유성구청장은 “비룡재 개방이 유성온천지역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며 “코로나19로 지친 지역 주민과 관광객이 힐링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통령 별장 계룡스파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대통령 별장 계룡스파텔.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계룡스파텔 주변 야외에는 2007년 10월 족욕체험도 설치됐다. 41~43도를 유지하는 온천수에 80명이 한꺼번에 발을 담글 수 있다. 이 시설은 연중 무료 개방된다.

또 유성온천 거리 1㎞ 구간에는 200그루의 이팝나무가 심겨 있다. 이곳은 해마다 5월이 되면 이팝나무가 만개해 온통 하얀색으로 변한다. 오는 5월 6일부터 8일까지 이 일대에서는 온천 축제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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