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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초의 女흑인 대법관…백인 의사 남편 청문회서 운 사연 [뉴스원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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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30년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꿀이 떨어지는 거, 부럽군요. AP=연합뉴스

결혼 30년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꿀이 떨어지는 거, 부럽군요. AP=연합뉴스

미국 사상 첫 흑인 여성 대법관이 막 탄생했습니다. 상원은 지난 7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법관 후보로 지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52)의 인준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습니다. 미국 역사상 대법관 중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서는 세 번째, 여성으로서는 여섯 번째입니다. 한국 못지않게 여야 대립이 심각한 미국이지만, 야당인 공화당의 의원 세 명이 잭슨 후보의 손을 들어준 덕이죠. 본회의에서 인준안은 찬성 53표, 반대 47표로 통과됐습니다.

표결 직후, 미 사상 첫 여성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가 잭슨의 대법관 인준 절차가 마무리됐음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잭슨은 누구이고, 3명의 공화당 이탈표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1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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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이 부럽습니다. 대법관이라는 자리 때문이 아니라, 후보자 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그의 가족, 특히 남편이 그에게 보여준 애정 때문입니다. 먼저, 지난달 말 상원 법사위 인사청문회장의 사진을 한 장 보시죠. 잭슨 당시 후보자 뒤에 앉아서 눈물을 훔치고 있는 남자가, 남편 패트릭 잭슨입니다. 자고로 남자란 주군과 부모님, 스승님이 돌아가실 때만 울어야 한다고요? 네네, 이 남자는 자신의 부인이 자랑스러워서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우는 이 남자의 옆에 앉아 미소를 짓고 있는 연보라 정장의 여성은 딸입니다. 엄마는 자랑스럽고 아빠는 사랑스러워하는 표정이 역력하군요.

잭슨 후보의 청문회 중, 뒷자리에서 눈물을 훔치는 남편 패트릭과 딸 라일라. 로이터=연합뉴스

잭슨 후보의 청문회 중, 뒷자리에서 눈물을 훔치는 남편 패트릭과 딸 라일라. 로이터=연합뉴스

남편 패트릭 직업은 의사입니다. 메드스타 조지타운 대학병원 소속 의사이면서 조지타운대 부교수이기도 합니다. 그의 이력서엔 “복벽 재건술과 탈장 수술 전문”이라고 되어 있네요. 둘은 하버드대 재학 시절 만났습니다. 캠퍼스 커플이었던 셈인데, 명문 법대에 다니는 여학생과 의사 지망생이 만난 거죠. 잭슨은 이후 “전형적인 동부의 가정에서 자란 패트릭과, (남부에서 자란) 나는 평범하다고는 할 수 없는 커플”이라고 말한다고 폴리티코는 지난달 전했습니다. 피부색의 차이 역시 많이들 주목받는 부분이죠.

미국의 공영 라디오 방송인 NPR에 따르면 패트릭은 커탄지 브라운이라는 법대생에 꽤나 끌렸나 봅니다. 마이애미 헤럴드 보도에 따르면 패트릭은 하버드 학부 졸업 뒤 콜럼비아 의대에 재학했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를 합니다. 레지던트 생활은 고되죠. 그러나 패트릭의 사랑은 식지 않았다고 합니다. 커탄지 브라운이 취업한 로펌에 쉬는 시간마다 가서 데이트를 했다고 합니다. 커탄지 브라운의 상사는 NPR에 “근무 시간이 너무 긴 나머지 외모를 관리할 시간도 없었던 탓에 패트릭은 항상 꾀죄죄(scruffy)했다”며 “처음엔 홈리스인 줄 알았을 정도”라고 말하기도 했죠. 의사인 패트릭은 법조인인 커탄지에게 “자기가 하는 일 너무 멋져”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패트릭은 이젠 좀 패션에 신경을 쓸 여유가 있는 듯합니다. 부인의 인사청문회에서 그가 신고 나온 양말이 꽤 화제가 됐죠. 아래 사진을 보시죠.

지난달 부인의 인사 청문회에 남편 패트릭이 신고 나온 양말. AP=연합뉴스

지난달 부인의 인사 청문회에 남편 패트릭이 신고 나온 양말. AP=연합뉴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얼굴이 인쇄된 양말은 인사청문회의 신 스틸러 역할을 했습니다. 패션 아이템이 여성보단 한정된 남성은 양말을 통해 자신의 메시지를 전하는 경우가 영미권에선 종종 있죠. 패트릭 역시 아무 양말이나 대충 신고 나오진 않았을 겁니다. 케네디와 같이 젊고 뛰어난 정치가와 자신의 부인을 동급으로 놓은 의미는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다시 둘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서, 둘은 사회에서 자리를 잡은 뒤 바로 결혼에 골인합니다. 둘의 결혼 생활은 30년 이상 이어졌고, 슬하의 두 딸 라일라와 탈리아도 이제 21세와 17세로 장성했습니다. 라일라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재임 시절, 대법관 공석이 생기자 직접 이런 편지까지 썼다고 합니다. 당시 라일라의 나이는 11살이었습니다. “대통령님, 저희 엄마가 대법관 후보자로 딱이에요. 항상 약속도 잘 지키시고 정직하시고 무엇보다 의지력도 강해서 본받을 점이 엄청 많거든요.” 패트릭 곁에 앉은 두 딸이 인사청문회에서 잭슨 당시 후보자를 자랑스럽게 바라보는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습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가운데)가 농담을 하자 웃음을 터뜨리는 남편 패트릭(뒷줄 왼쪽)과 딸 라일라(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가운데)가 농담을 하자 웃음을 터뜨리는 남편 패트릭(뒷줄 왼쪽)과 딸 라일라(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물론 커탄지와 패트릭 부부 역시 치약을 어떻게 짜느냐부터 누가 아이를 재울 것인지 등을 놓고 크고 작은 다툼은 했겠죠. 그러나 그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돕고, 서로의 일을 존중해주며 오늘날에 이르렀습니다. 패트릭이 왜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지, 커탄지가 자신의 남편을 인사청문회에서 소개한 아래 문구를 보시면,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너무도 감사하게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커리어를 일굴 수 있었습니다. 그 시작부터 지금까지, 저의 곁을 지켜준 이는 바로 남편 패트릭입니다. 그가 곁에 없었다면 제가 이룬 모든 것을 저는 이룰 수 없었을 겁니다. 저희가 처음 30년쯤 전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패트릭은 제가 상상할 수 있는 최고의 남편이자 아빠였고 친구가 되어 주었습니다. 패트릭, 사랑해.”  

지난달 23일 인사 청문회를 마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자를 안아주는 남편 패트릭. AP=연합뉴스

지난달 23일 인사 청문회를 마친 커탄지 브라운 잭슨 후보자를 안아주는 남편 패트릭.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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