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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인사 이대론 말로만 협치…'고소영' 비아냥 받던 MB 떠올려야 [뉴스원샷]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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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며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당선인이 지난달 10일 국회에서 "의회와 소통하고 야당과 협치하겠다"며 당선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문기자의 촉: 말로만 협치하나 

10일부터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장관 내정자가 순차적으로 공개된다고 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소속이거나 윤석열 당선인을 도운 인사들이 후보군에 올라있다. 가까운 사람을 쓴다니 할 말은 없지만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윤 당선인은 당선 일성으로 통합·협치를 강조했다. 지난 한 달간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일 것이다.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장관 인선과정에서 통합과 협치에 어울리는 인물이 보이지 않아서다. 그간의 유력 후보군 보도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김부겸 총리 유임 추진' 기사였다. 바로 오보로 판명됐지만 '정말 그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이보다 협치에 잘 어울릴 만한 게 없을 것이라는 상상을 했다. 일장춘몽으로 끝났지만.

협치와 통합은 인사에서 시작해야 않을까. 윤 당선인은 지역·성별을 따지지 않고 능력 위주로 사람을 쓰겠다고 했다. 그런데 언론에 나오는 후보군을 보면 남성의 능력만 따진 듯하다. 여성 후보가 가물에 콩 나듯 하다. 핀란드 내각은 19명의 장관 중 12명이 여성이다. 30대 장관만 넷이다. 스웨덴도 23명 장관 중 12명이 여성이다. 윤 당선인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한다더니 '여성 장관'도 폐지하려는 게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한덕수 총리 후보자 같은 사람은 공직을 마친 뒤 돈 벌려고 택한 게 대형 로펌 고문일 텐데, 4년 4개월만에 다시 공직으로 나서는 것도 모양새가 영 안 좋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08년 조지 부시 정부의 국방부 장관 로버트 게이츠를 유임시켰다. 또 민주당 경선 경쟁자 힐러리 클린턴에게 국무장관을 맡겼다. 대선 경쟁자 존 매케인 후보의 절친이자 민주·공화 두 당을 오간 사람을 국가안보보좌관에 앉혔다. 이런 통합 노력 덕분인지 '경쟁자들의 팀'으로 불렸고, 대통령직 인수작업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78%에 달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3년 그 전 정부의 김관진 국방부 장관을 유임시켰다.

통합과 협치의 기본은 진영 탈피이다. 윤 당선인은 취임하면 국민의 대통령이지 국민의힘 대통령이 아니다. 그래서 같이 일할 장관은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민주당에 몸담고 있거나 가까운 인사 중 능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사람이 적지 않다. 법무부나 국방부같이 예민한 사안이 즐비한 부처야 '내 사람'을 쓰는 게 맞지만, 정치 바람을 덜 타는 데는 민주당의 의견을 듣는 것도 방법이다.

대표적인 부처가 보건복지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 등이다. 특히 복지부가 안성맞춤이다. 복지나 의료에 대한 시각 차이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그렇게까지 민감하지는 않다. 윤석열·이재명 후보의 대선 공약 싱크로율(일치율)이 가장 높은 분야가 보건복지이다. 연금개혁, 기초연금 증액, 상병수당 도입, 간호간병 서비스 확대, 공보육 강화, 중증희귀질환 건강보험 적용 강화 등의 공약이 그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보건복지 공약이 서로 비슷한 데다 윤 당선인만의 공약도 우리가 딱히 반대할 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 동안 선거를 거듭하면서 복지정책이 거의 같아졌고, 이번 대선에서도 그랬다.

복지부 장관 자리는 민주당에게 추천을 의뢰하거나 상의할 수 있다. 그리하면 청문회 통과가 식은 죽 먹기일 것이다. 또 윤 당선인의 최대 난제인 연금 개혁이 훨씬 수월하게 굴러갈 것이다.

다른 대안은 지금의 권덕철 복지부 장관과 정은경 질병청장을 유임하는 안이다. 윤 당선인의 발등에 불 중에서 코로나만큼 시급한 게 없다. 한시라도 비워두면 곤란하다. 유임하면 한 치의 공백도 안 생긴다. 정 내키지 않으면 코로나19 마무리까지로 시한을 정할 수도 있다. 권 장관이나 정 청장은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가이다. 새 정부가 다시 써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윤석열 당선인의 국정수행 전망에 대해 "잘 할 것"이라는 긍정적 답변이 50% 안팎에 머문다. 인사가 만사라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세인들은 이명박 대통령 하면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라는 비아냥을 떠올린다. 윤 당선인이 말한 협치와 통합이 뭔지 보여주길 진정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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