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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줄 모르면 메타인지는 먼 길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83호 21면

나 자신을 알라

나 자신을 알라

나 자신을 알라
스티븐 M 플레밍 지음
배명복 옮김
바다출판사

문제 1. 야구 방망이 하나와 공 하나를 합하면 1100원이다. 방망이는 공보다 1000원 더 비싸다. 그렇다면 공은 얼마일까.

문제 2. 어떤 사건을 수임한 변호사가 승소할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하는 승소 가능성은 몇 %일까.

1번의 답이 당연히 100원이라고 생각했다면 틀렸다. 공이 100원인 경우엔 방망이값이 1100원이라, 둘을 합하면 1200원이 된다.

이 문제는 심리학자 셰인 프레더릭이 개발한 인지 반응검사 문제 중 하나로, ‘메타인지 착각’을 극대화한 유형이다. 메타인지란 자기 생각에 대해 생각하는 자기인식 능력이다.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알아야 메타인지가 높다. 그러나 1번처럼 쉬워 보이는 문제를 만나면, 대개 잘 안다고 착각해 검산도 안 하고 답을 지른다.

문제 2의 정답은 없다. 지은이가 전 세계 변호사 250명 등을 상대로 조사해 보니 ‘상당한 가능성’에 부여한 승소 확률은 25% 이하에서 거의 100%까지 스펙트럼이 넓었다. 자신감을 나타내는 언어 표현에 대한 생각이 각자 다르기 때문이다. 이를 숫자로 공유하지 않으면 나중에 서로 딴소리를 하기 쉽다는 얘기다.

지은이 스티븐 플레밍 박사는 메타인지 신경과학 분야에선 손꼽히는 영국의 실험심리학자다. 메타인지가 높아야 공부를 잘한다는 건 하나의 상식처럼 퍼졌다. 저자는 막상 메타인지의 작동원리도 모른 채 관련된 자기계발서에 휩쓸리는 세태에 문제를 제기한다.

이 책은 크게 1·2부로 나뉜다. 1부에선 메타인지의 과학적 작동원리를 탐구하고 2부에선 학습과 협업, 자기인식의 미래 등을 다룬다. 메타인지가 단순히 개인의 성취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집단의 인식, 협업,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나아가 철학적 사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걸 다양한 실제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흥미로운 통찰이 많다. 정치적으로 양극단에 놓인 사람들일수록 메타인지가 떨어지고 잘못된 생각을 바꾸지 않는 경향이 높다는 것,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혼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는 다른 이와 협력하는 게 낫다는 것 등이다.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해 설명해준다. ‘나 자신을 아는’ 것이 왜 중요하고, 왜 그토록 어려운지 납득하게 만드는 책이다. 응용 예를 다루는 2부가 훨씬 재미있으니 1부에서 책장을 덮고 포기하지는 마시길.

원제: Know Thyself-The Science of Self-Aware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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