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 연상시키는 거대한 조각, 사색에 젖게 하는 풍경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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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3호 19면

수채화 ‘sechsterjulizweitausendundzwanzig’. [사진 국제갤러리]

수채화 ‘sechsterjulizweitausendundzwanzig’. [사진 국제갤러리]

국제갤러리가 4월 5일부터 5월 15일까지 서울점과 부산점, 두 곳에서 현대 미술작가 우고 론디노네의 개인전 ‘넌스 앤 몽크스 바이 더 씨(nuns and monks by the sea)’를 선보인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한 작가의 각기 다른 작품들이 동시에 선보이는 전시는 이례적이다.

1964년 스위스 브루넨에서 태어난 작가는 현재 미국 뉴욕에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2013년 뉴욕 록펠러 센터 광장에 설치한 9개의 거대한 청석 조각 작품 ‘휴먼 네이처’, 2016년 라스베이거스 외곽 네바다 사막 지역에 설치한 ‘세븐 매직 마운틴스’ 등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7일 콘서트를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한 BTS 리더 RM이 ‘세븐 매직 마운틴스’ 앞에서 촬영한 사진이SNS에 오르면서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조각 ‘blue yellow monk’. 우고 론디 노네 작품. [사진 국제갤러리]

조각 ‘blue yellow monk’. 우고 론디 노네 작품. [사진 국제갤러리]

작가는 40여년 가까이 강렬한 시각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인간, 자연과 인공이라는 대조되는 주제의 공명을 이야기해왔다. 특히 10년 전부터는 ‘돌’에 천착했다. 국제갤러리 서울점 K3에 전시된 5점의 조각 ‘넌스 앤 몽크스’는 거대한 돌 위에 다른 색상의 머리를 올린 형태의 연작이다. 압도적인 크기의 조각품은 서양의 수도사(monk)·수녀(nun)라기보다, 품 넓은 장삼으로 몸을 감싼 동양의 승려를 연상시킨다. 거칠게 깎인 작품 표면은 풍성한 옷자락 같아서 삶에 지친 관람객의 어지러운 마음을 고요하게 어루만지는 듯하다. 적당한 간격을 두고 배치된 작품 사이에 서서 위를 올려다보면 다섯 분의 위대한 스승이 건네는 위로와 말씀이 들려올 것만 같다.

한 가지 일러둔다면, 이 작품들은 본래 작은 크기의 석회암 모형으로 제작된 것을 작가가 스캔하고 확대해서 청동 주물로 재탄생시킨 것이다. 작가가 석회암 작업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찾아낸 방법이다.

반면 부산점에서 만난 작품들은 30×40㎝ 내외 캔버스 위에 작업한 작은 수채화들이다. 작가의 집과 작업실이 있는 뉴욕 롱아일랜드 매티턱 지역의 창밖 풍경을 담았다. 다만, 그 공간 속에는 바다·하늘·해 3가지 요소와 3가지 색만 존재한다. 작가 스스로 “나만의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가장 좋아하고 나를 덜 지치게 하는 이 작업에 몰두할 수 있어 좋았다”며 “이 작품은 오로지 보기 위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서울점의 ‘넌스 앤 몽크스’와 비교하면 규모도, 소재도, 표현 방법도 다르지만 작가가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같아 보인다. 명상인듯, 사색인듯, 시공간을 초월한 몰입 속에서 잠시라도 쉬어가길 바라는 마음 아닐까. 그래서 이왕이면 인왕산의 거대한 암벽이 바라보이는 서울점, 망망대해 바다를 낀 부산점, 두 곳을 모두 찾아가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전혀 다른 풍경 속에선 전혀 다른 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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