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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돕겠다"던 박근혜…유영하 지지 직접 나선 이유는?[이슈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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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대구 사저에서 지내고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5년 만에 정치적인 목소리를 냈다. 자신의 법률대리인이자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유영하 변호사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서다.

8일 유튜브 유영하TV는 4분54초 분량의 박 전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공개했다. 유 변호사가 지난 1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 전 대통령께서 후원회 회장을 맡아주시기로 했다”며 시장 출마를 공식화한 지 일주일 만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7시쯤 유튜브에 올린 4분 54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최측근인 국민의힘 소속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원회장을 맡은 사실도 밝혔다. [사진 유영하TV 캡처]

박근혜 전 대통령이 8일 오전 7시쯤 유튜브에 올린 4분 54초 분량의 동영상에서 최측근인 국민의힘 소속 유영하 대구시장 예비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후원회장을 맡은 사실도 밝혔다. [사진 유영하TV 캡처]

‘대구광역시장 예비후보 유영하 후원회장을 맡으신 박근혜 전 대통령의 인사말입니다’라는 제목의 영상에서 분홍색 정장을 입고 나온 박 전 대통령은 “유 후보의 부탁도 있었지만 이심전심이었다”며 자신이 유 변호사의 후원회장을 맡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유 후보는 지난 5년간 제가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시간을 제 곁에서 함께 했다”며 “저를 알던 거의 모든 사람이 떠나가고 심지어 저와의 인연을 부정할 때에도 흔들림 없이 묵묵히 저의 곁에서 힘든 시간을 함께 참아냈다. 수술하고 퇴원한 다음 날에도 몸을 돌보지 않고 법정에서 저를 위해 변론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은 “제가 이루고 싶었던 꿈은 제 고향이자 유 후보의 고향인 대구에서 유 후보가 저를 대신해 이루어 줄 것으로 믿고 있다”며 “유 후보는 여러분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이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대구 사저에 입주하면서 정치적 영향력 행사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 그건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한다”며 “좋은 인재들이 대구의 도약을 이루고 대한민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저의 작은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유영하TV’ 캡처]

[유튜브 채널 ‘유영하TV’ 캡처]

이후 8일 만에 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유 변호사가 실제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나섰다.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의 탄핵 관련 재판을 맡았고 특별사면 전까지 5년여간 박 전 대통령의 옆을 지켜왔다. 박 전 대통령의 대구 달성군 사저도 유 변호사가 박 전 대통령 명의로 25억 원에 매입했다.

전직 대통령이 지방선거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반응이다. 현재 대구시장 선거의 경우 권영진 대구시장의 3선 출마 포기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과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의 대결 양상으로 치닫던 선거판에 ‘박심(朴心)’ 유영하 변호사가 가세한 형국이다.

대구에서는 “국민의힘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만큼 공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오랫동안 지역에서 표심을 다져온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 김형기 경북대 명예교수 등 현재 대구시장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8명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지방선거에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스1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가 지난 1일 오전 대구 수성구 범어동 국민의힘 대구시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6·1지방선거에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고 있다. 뉴스1

이들은 박 전 대통령과 유 후보가 사적 관계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대구는 박 전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두터운 곳으로 “국회의원 등 정치활동을 할 당시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던 박 전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유 변호사를 지원한다면 단번에 국민의힘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 때문이다.

당장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대구 시장 경선이 정책 대결의 장이 아니고 전직 대통령 팔이, 대통령 당선자 팔이 선거로 변질되었네요”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선이 이렇게 전개되는 것은 참으로 유감”이라면서 “상식 밖의 씁쓸한 일만 생기네요”라고 덧붙였다.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도 “박 전 대통령이 유영하 변호사의 검증된 능력이 아니라 자신을 보살펴준 의리 때문에 대구시장 후보로 지지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 때문에 대구 시민들이 유영하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대구 시민을 우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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