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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좋아하는데 당분간 안갈것" 박민영 질리게 만든 한 장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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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기상청 사람들'에서 34세 총괄예보과장 진하경 역을 맡은 배우 박민영은 "이번 작품에서는 현실과 최대한 비슷하게, 힘을 많이 빼고 연기했다"며 "모든 근육에 힘을 뺀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니 표정도 발음도 약간 흐릿하게 나오더라"고 말했다. [사진 JTBC]

JTBC '기상청 사람들'에서 34세 총괄예보과장 진하경 역을 맡은 배우 박민영은 "이번 작품에서는 현실과 최대한 비슷하게, 힘을 많이 빼고 연기했다"며 "모든 근육에 힘을 뺀다고 생각하고 연기하니 표정도 발음도 약간 흐릿하게 나오더라"고 말했다. [사진 JTBC]

"피곤에 지친 사람이니까, 눈도 좀 덜 뜨고 발음도 좀 흘리면서 말했는데 주변 반응이 좋더라고요."

지난 3일 종영한 JTBC '기상청 사람들'에서 기상청 과장 진하경 역을 맡은 배우 박민영(36)은 "실감 나게 보이기 위해서 모든 근육을 이완시킨다는 생각으로 연기에 힘을 빼고 했는데 친한 배우들이 좋았다는 말을 많이 했다"며 "실제 회의를 보니 대부분 사무적으로 말하길래, 그런 말투 하나, 톤 하나 디테일을 살리려고 했다"고 말했다.

배우 박민영.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배우 박민영. [사진 후크엔터테인먼트]

그가 맡은 진하경은 34세 기상청 최연소 총괄예보과장이다. 박민영은 "엘리트 코스만 밟아온 인물이고, 어쩔 수 없이 주변의 시기 질투가 많았을 것"이라며 "태어날 때부터 '차도녀'로 태어난 게 아니라 직장생활 하며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진, '즐거워도 즐거운 티 내지 않고, 들떠도 들뜨지 않게' 만들어진 성격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기상청 예보과를 중심으로 '회사' 기상청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기상청 사람들'은 시청률 4.5%로 출발해 최고 7.8%, 7.3%로 종영했다. 서울 동작구에 위치한 기상청을 비롯해 산꼭대기에 위치한 기상레이더관측소, 제주도 태풍센터 등 다양한 시설을 배경으로 촬영했다. 박민영은 그 중 제주 태풍센터가 보유한 500t급 관측 선박 '기상 1호'에서 찍은 씬을 가장 힘들고 기억에 남는 촬영으로 꼽았다. 태풍의 경로 두 가지 중 하나를 판정하기 위해, 박민영과 송강이 직접 배를 타고 나가 대기 상층 정보를 수집하는 장면이다.

제일 힘든 건 기상관측선… "제주도 좋아하는데 당분간 안 가려고요" 

박민영은 태풍 가까운 곳의 대기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타고 나간 기상관측선 씬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또렷하게 캡쳐가 어려울 정도로 흔들림이 심하고 사방에서 물이 쏟아진다. [사진 JTBC]

박민영은 태풍 가까운 곳의 대기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 타고 나간 기상관측선 씬이 가장 힘들었다고 했다. 이 장면은 또렷하게 캡쳐가 어려울 정도로 흔들림이 심하고 사방에서 물이 쏟아진다. [사진 JTBC]

박민영은 "배를 탄다고 해서 타이타닉 느낌을 생각하고, '제주도니까 흰 셔츠를 입어야 하나' 하고 있었는데 웬걸 바람과 비를 일으키는 강풍기·강우기 다 맞으며 너무 고생한 촬영이었다"며 "눈·귀에 물이 다 들어가 메이킹 필름에서 '저 제주도 진짜 좋아하는데 당분간 안 오고 싶다'고 말했는데 진심이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에서는 폭우를 맞으며 송강과 이별하는 장면도 있어, 이후 저체온증으로 고생했다면서도 "그 장면이 정말 처연하게 잘 나왔더라, 아파야지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주도에서 폭우를 맞으며 이시우(송강)와 이별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박민영과 송강 모두 비에 쫄딱 젖은 채로 촬영했다. 박민영은 이 촬영 후 저체온증으로 고생했지만 "너무 처연하게 나왔더라. 실제로 아파야 연기가 잘 나오나보다"고 말했다. [사진 JTBC]

제주도에서 폭우를 맞으며 이시우(송강)와 이별하는 장면을 찍으면서 박민영과 송강 모두 비에 쫄딱 젖은 채로 촬영했다. 박민영은 이 촬영 후 저체온증으로 고생했지만 "너무 처연하게 나왔더라. 실제로 아파야 연기가 잘 나오나보다"고 말했다. [사진 JTBC]

사내연애 후 쿨한 관계?… "난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다"

바람핀 전 애인 윤박은 박민영에게 자신의 아이 초음파 심장 소리를 들려주기까지 한다. 박민영은 "저는 저 손도 싫을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사진 JTBC]

바람핀 전 애인 윤박은 박민영에게 자신의 아이 초음파 심장 소리를 들려주기까지 한다. 박민영은 "저는 저 손도 싫을 것 같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사진 JTBC]

부제가 '사내연애 잔혹사'인 이 드라마에서 박민영은 두 번의 사내연애를 한다. 10년 만난 결혼 상대인 대변인실 한기준(34, 윤박)의 불륜을 목격하고 파혼한 뒤, 같은 팀 예보관 이시우(27, 송강)와 두 번째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예보과와 대변인실은 계속해서 함께 일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데다, 계속 마주치는 윤박은 자신의 결혼생활이 힘들 땐 박민영을 찾아와 상담하고, "아기가 생겼다"며 심장 초음파 소리를 들려주기까지 한다. 박민영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연신 갸우뚱하며 "저는 저에게 그런 짓을 한 사람은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은데, 그게 진하경과 저의 가장 다른 점"이라고 선을 그었다.

비슷한 나이의 역할을 맡아, 그가 더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윤박의 불륜을 목격한 뒤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 윤박을 핸드백으로 때리며 우는 장면도 그의 제안이었다. 박민영은 "저도 같은 30대 여성으로서, 아무리 차분한 진하경이라도 이 정도는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헤어지자고 하니 기다렸다는 듯 '그래' 하는 말에, 자존감과 모든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라"고 말했다.

"늘 좋을 수는 없다, 업 다운 감내하는 게 배우의 몫" 

2005년 데뷔해 쉬지 않고 활동해온 18년 차 배우 박민영은 "나는 지금도 회식은 2시간 컷, 계산 빨리하고 재밌게 놀아~ 한 뒤 나온다"며 "회사생활로 치면 '낄끼빠빠'(낄 데 끼고 빠질 데 빠지기) 잘하는 박 과장 정도"라고 말했다. '로코 장인' '오피스물 장인' 수식어가 붙을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지만 "나이에 맞는 작품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 더 공감하며 좋게 봐주시는 것 같다"며 "예전엔 청춘물, 지금은 오피스물을 하지만 10년 뒤엔 현모양처 역을 많이 할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작품 중 드라마가 대다수지만 그는 "드라마만 하려고 한 건 아니고, 제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드는 캐릭터를 만나면 국적, 플랫폼 가리지 않고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했다. '늘 맑은 날만 있을 수는 없다, 매일 맑으면 사막'이라는 대사를 언급하며 "제 배우생활은 한국의 사계절 같았다. 좋기만 했던 건 아니고 온갖 일이 다 있었다"며 "지금 잠시 주춤해도 다시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고, 또 언젠가는 다시 내리막길을 탈 수 있다고 늘 생각한다. 그런 걸 감내하는 게 배우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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