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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머리박는 타조냐…부끄럽다" 검수완박에 檢 집단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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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새로 보임하는 등 '검수완박' 법안 4월 강행처리 움직임을 공식화하자 8일 검사들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공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이 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새로 보임하는 등 '검수완박' 법안 4월 강행처리 움직임을 공식화하자 8일 검사들이 김오수 검찰총장의 공개 입장 표명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의 4월 국회 강행 처리를 공식화하자 검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대검찰청의 실무 책임자는 "안타깝고 죄스럽다"는 글을 내부망에 올렸고, 여기에 일선 부장검사는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내 목을 쳐라까진 아니어도 입장 표명은 해야하지 않느냐"라고 공개 촉구했다. 일선 지방검찰청 별로는 전체 검사 화상회의를 여는 등 여당의 검수완박 입법 강행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8일 이복현 서울북부지검 형사제2부장은 검찰 내부망인 e프로스에 '소위 검찰개혁에 관한 총장님, 고검장님들 입장이 궁금합니다'란 글을 올려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검수완박 검찰개혁 법안 입법시도에 대한 김오수 검찰총장 등 고위 간부들의 입장 표명을 공개 촉구했다.

이 부장은 이 글에서 "저희 검찰은 총장님을 중심으로 경륜이 높으신 고검장님들의 중지를 모아 어려운 현안에 관한 대응방안을 마련해온 전통과 관행이 있다"며 "일개 부장검사급이 과장이 분을 토하며 글을 올릴 지경까지 돼도, 총장님, 고검장님, 검찰국장님, 기조부장님 등 그 직을 담당하시는 분들은 조용조용 어디서 뭘 하시는지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고 썼다.

그는 김오수 검찰총장을 향해 "'내 목을 쳐라'고 일갈하시던 모 총장님의 기개까지는 기대하지 못하겠습니다만 현 정부 들어 기조부장으로 그 역할을 수행하시다가 '도저히 이건 아니다'라고 하시며 사의를 표하신 문모 검사장님 정도의 소극적인 의사표현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촉구했다.

이어 "아니면 차라리 검수완박은 시대적 소명이라고 입장을 표명하시고 검찰 구성원들을 설득이라도 해주시던가요"아며 "부는 바람을 등에 맞고 유유히 앞으로 나가면서 '왜 너는 느리게 가느냐'고 비웃으실 때는 언제이고 바람이 앞에서 역풍으로 부니, 껍질에 목을 넣는 거북이마냥, 모래 구덩이에 머리를 박는 타조마냥 사라져버리시는 분들을 조직을 이끄는 선배로 모시고 있다는 것이 부끄럽다"고 썼다.

역사적으로 검찰의 위기가 닥쳤을 땐 검찰총장이 직을 걸고 맞서왔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검찰총장 시절부터 민주당이 추진해온 검수완박에 거세게 반발했다.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에서 사표를 던질 때도 “검수완박은 부패를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다”라고 비판했다.

이 부장의 글은 이날 권상대 대검찰청 정책기획과장이 이프로스에 올린 고백 글에 대한 답글이다. 권 과장은 전날 박병석 국회의장이 양향자 무소속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사보임하면서 국회 내 검수완박 검찰개혁 입법은 속도가 붙게 된 사실을 구성원들에게 알렸다.

기존 민주당 12명, 국민의힘 6명이었던 법사위 구성이 민주당 11명, 국민의힘 6명, 무소속 1명으로 바뀌면 여야 3명씩 동수로 구성하게 되는 안건조정위원회도 민주당 3명, 국민의힘 3명에서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비교섭단체) 1명으로 변화하게 되고, 무소속인 양 의원 결심만 따르면 해당 법안은 안건조정위 의결 정족수(재적 의원 3분의 2 찬성)를 채워 곧바로 법사위 전체회의, 국회 본회의로 넘거가게 되는 상황이다.

권 과장은 이프로스 게시글에서 "(어제) 퇴근 무렵에 법사위원 사보임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미 공수처법, 탄소중립법, 사립학교법, 언론중재법 등에서 비슷한 현태의 사보임을 통해 안전조정위가 무력화됐던 사례가 있다"며 "이번 사보임은 그 목적이 아니라는 설명을 진심으로 믿고 싶지만, 다른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썼다.

권 과장은 또 "개국 이래 70년 검찰 역사와 제도를 형해화시키고 형사사법시스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도 다수당이 마음을 먹으면 한 달 안에 통과될 수 있는 거친 현실과, 우리 검찰 구성원들의 처지가 너무 안타깝고 실무자로서 죄스러울 따름"이라며 "검찰구성원 모두 관심을 갖고 저희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한다"고 구성원들에게 호소했다.

직속 상관인 예세민 대검 기획조정부장(검사장)도 대응 입장을 밝혔다. 예 부장은 같은 날 검찰 구성원들에게 보낸 e메일에서 "법안 통과시 기존 형사사법체계와 국가범죄 대응역량에 근본적인 변화가 초래되므로 대검은 계속하여 상황을 명민하게 점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대검은 일선과 필요한 상황과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지속적으로 소통해나가도록 하겠다"고 해 마찬가지로 심각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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