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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배터리계의 아이폰'에 주목하라

중앙일보

입력

얼마 전 2차전지 관련주의 중장기 전망을 알려달라는 구독자 요청이 있었는데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미래 전망이 밝을 것 같기는 한데 당분간은 금리인상이다 뭐다 해서 좀 주가가 눌릴 것 같고, 좀 길게 보고 주가 떨어질 때 줍줍할까’ 뭐 이런 고민 아닐까 싶습니다. 또는 ‘LG에너지솔루션 공모주, 팔아? 묵혀?’ 이런 고민일지도. 그래서 2차전지 업종을 맡고 있는 애널리스트를 만나서 물어봤습니다. 6년차 애널리스트(IT 담당)인 최보영 교보증권 수석연구원입니다.

최보영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문사에서 일하다 조금 늦게 애널리스트로 전업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최보영 수석연구원은 투자자문사에서 일하다 조금 늦게 애널리스트로 전업했다. 사진 우상조 기자

투자자들이 2차전지 산업에 관심이 큰 건 워낙 쑥쑥 크는 게 보이기 때문이죠. 앞으로 2차전지 산업은 어떤 속도로 얼마나 더 성장할 걸로 전망하나요?
“2차전지 산업은 이제 ‘성장기’에 접어들었죠. 매출액이 점차 늘면서 영업이익이 증가하는 시기인데요. 예를 들어 LG에너지솔루션 생산능력이 지금 120기가와트시(GWh)인데, 2025년엔 500기가와트시까지 증설하려고 하거든요. 2025년까지 지금의 약 4배 수준으로 성장하는 거죠. 향후 2030년엔 전기차 배터리시장이 지금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이상이 될 거라고 봅니다.(2030년 기준 전기차 배터리 3000억 달러〉메모리 반도체 2500억 달러 전망)” 
메모리반도체만큼이면 엄청나네요. 그런데 ‘이렇게 크다가 생각보다 일찍 피크를 치면 어쩌지’라는 걱정도 드는데요.
초반엔 태양광과 비교를 많이 했죠. 태양광처럼 중국이 따라오면서 한국기업이 재미를 보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는데요. 이제 그런 걱정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시장이 열광하는 종목은 탑다운(영업환경)과 바텀업(기업실적 등)이 같이 좋아지는 기업인데요. 2차전지 산업은 위에서 끌어주는 게 매우 큰데(탑다운) 기업 실적도 아주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바텀업). 특히 탑다운의 탑다운까지 더해져서 매우 좋은 그림이 그려졌죠. 전기차시장이 커지는 것뿐 아니라, 글로벌적으로 기후변화라는 거대한 테마가 형성됐으니까요.”
 최 연구원은 "미국이라는 경쟁자 없는 시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2차전지주는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우상조 기자

최 연구원은 "미국이라는 경쟁자 없는 시장이 남아있다는 점에서 2차전지주는 매력적"이라고 설명한다. 우상조 기자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한 국내 배터리 3사로 좁혀서 얘기해볼까요. 한국 배터리 업체의 강점이라면 미국업체와 손을 잡았다는 점일까요?
“2017~18년엔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어요. 중국 정부가 전기차에 엄청난 투자를 했고, 국내 배터리업체들도 대규모로 중국에 진입했죠. 하지만 중국의 자국 배터리 보조금 정책 때문에 결국 재미를 못 봤죠. 그래서 차선책으로 유럽으로 진출을 했고, 거기선 성과를 많이 냈고요. 그리고 이제 마지막으로 남은 시장이 미국이에요. 트럼프 정부는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고 전기차 전환에 미진하게 대응했는데, 바이든 정부로 바뀌면서 투자가 많이 일어나고 있죠. 그동안 눌려있던 전기차 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미국엔 남아있죠. 또 유럽에선 중국 배터리업체랑 경쟁했는데, 미국에선 미중 무역분쟁 때문에 중국이란 경쟁자가 일단 제거됐고요.” 
지난해 테슬라가 전 세계에서 파는 모델3에 중국산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쓰겠다고 발표했어요. 그동안 리튬인산철배터리는 성능이 떨어져서 저렴한 차에만 쓰일 거라고 했는데, 이제 달라진 걸까요? 원자재가격이 많이 뛰면서 국내 배터리 3사의 삼원계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졌는데, 혹시 중국산 리튬인산철배터리와의 경쟁에서 밀리는 게 아닐까요?
“여전히 리튬인산철 배터리 점유율은 20% 정도에 그칠 걸로 보는데요. 리튬인산철은 출력거리가 많이 모자라고 효율이 떨어지는 단점이 명확해서 걸림돌로 작용하죠. 물론 지금은 삼원계배터리 물량이 워낙 없으니까 리튬인산철이라도 빨리 쓰려는 수요가 있어요. 하지만 길게 보면 이제 전기차가 IT디바이스화 되잖아요. 여러 스마트폰이 있긴 했지만 결국 가장 기술력이 뛰어난 애플이 선두를 잡았던 것처럼, 전기차도 플래그십 대표 모델은 무조건 좋은 배터리를 채용해야 소비자들을 계속 끌어올 수 있을 겁니다. 단기적으론 원자재 가격 상승 같은 요인이 있지만 저는 계속 삼원계 배터리 위주로 갈거라고 봅니다.” 
스마트폰에 비교하니까 이해 되네요. 비싸도 아이폰 사는 것과 비슷하군요.
“아이폰인데 저가형 배터리가 들어가면 좀 그렇잖아요? 아이폰의 ‘감성’이 있는데. 테슬라 역시 애플처럼 평가를 받고 있으니까 비슷하죠.”
최 연구원은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2년, 자동차는 7~8년이기 때문에 부품의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상조 기자

최 연구원은 "스마트폰 교체주기는 2년, 자동차는 7~8년이기 때문에 부품의 신뢰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우상조 기자

그래도 중국 CATL이 지금은 실적도 좋고 경쟁력이 뛰어나지 않나요? 중국 정부가 밀어주고, 원자재 수급능력도 더 좋으니까요.
“맞아요.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이 CATL를 충분히 따라잡을 거라고 봐요. 수주 잔고 예상치로 보면 올해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을 넘어설 거란 얘기가 나오고 있거든요. 또 ‘중국’이라는 계급장을 떼고 기술력으로 승부한다면 LG에너지솔루션의 강점이 많고요. 자동차 업체들이 배터리 업체를 선정할 때 ‘어떤 배터리가 가장 맛집일까’를 고민하는데요. 맛집의 중요한 기준이 맛이 항상 일정해야 한다는 거죠. 신뢰성이 중요한데 국내업체는 그 신뢰성이 매우 높아요.” 
지난해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이런 얘기를 했어요. ‘‘빠떼리’는 아직 표준이 안 정해져서, 소재주에 투자하는 게 더 안전하다’고요. 실제 작년에 양극재 업체들 주가가 한동안 어마아마하게 올랐고요. 소재주가 더 낫다는 얘기는 여전히 유효할까요?
“그동안의 구간에선 맞는 말씀이었어요. 소재업체가 좋은 건 ‘규모의 경제’가 나오는 것과 고객사 확대가 용이하다는 점이고, 또 상대적으로 주가가 가볍다 보니까 많이 올랐고요. 그런데 이제는 배터리 셀(Cell)에 관심 가질 만한 국면이 왔습니다. 규모의 경제를 봐야 하는데요. 그동안 한국에 지었던 배터리 공장이 주먹만 하다면 미국이나 유럽에 짓는 공장은 A4 두 장 정도, 면적상 10배 수준이거든요. 생산용량도 훨씬 크고요. 한국 공장은 용량도 작은데, 여러 스펙 배터리가 라인을 같이 썼어요. 같은 라인에서 하루는 GM 배터리 조립하다가, 내일은 포드 걸 조립하고 그랬죠.” 
아, 자동차마다 배터리 규격이 다 다른데 전용 조립라인이 따로 있지 않았군요.
“그런 것 때문에 전환비용이 크고 생산효율이 안 났는데, 이후에 짓는 공장은 규모가 훨씬 클 뿐더러 뭘 만들지가 딱 정해져 있거든요. 이제 규모의 경제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에요. 배터리 제조사들 영업이익이 막 올라올 겁니다. SK온은 하반기 흑자 전환한다고 얘기했고, LG에너지솔루션도 영업이익 끌어올리겠다고 얘기했고요. 지금은 공장 증설하고 가동률 올리고 있으니까 실적이 안 나오는데, 계속 가면 가동률이 올라오면서 실적이 잘 나올 거예요.”
최 연구원은 "소재주는 보여줄 걸 이미 많이 보여줬고 배터리셀 쪽은 더 남았다"고 설명했다. 우상조 기자

최 연구원은 "소재주는 보여줄 걸 이미 많이 보여줬고 배터리셀 쪽은 더 남았다"고 설명했다. 우상조 기자

앞으로 좋아질 일이 소재보다는 배터리 셀 쪽에 더 많군요.
“부동산도 온통 공사 중인 곳에 들어가면 돈 벌잖아요. 아직 정비 중인 곳에 아파트 지으면 몇년 지나서 가격이 올라와 있는 것처럼, 예전에는 양극재 업체들이 갈 때마다 공장이 하나씩 더 생겨 있었거든요. 지금은 배터리 셀이 공장 증설을 강하게 하고 있어요.”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금리인상도 있고, 원자재 가격도 오르고. 2차전지 관련주가 좀 불안한데요.
“기본적으로 금리인상기엔 미래가치에 대한 할인율이 높아져서 성장주엔 좋지 않습니다. 또 원자재 가격은 오르는 것도 문제지만 내리는 것도 문제이거든요. 만약 전쟁이 종결되고 초과수요가 사라져서 원자재 가격이 많이 떨어지면 배터리 업체들은 판가가 인하될 수 있는 요인이 있어서요. 지금은 좀 (투자하기) 어려운 구간인 건 맞습니다. 그래서 좀 면밀하게 대응하시되, 중장기 전망은 좋으니까 관심 갖고 지켜보세요.” 

by.앤츠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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