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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김치찌개 먹다 열변…이젠 '김건희 수호자' 된 최송현 언니 [尹의 사람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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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최지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대변인.

최지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대변인.

‘김치찌개와 ESG(환경·사회적 가치·지배구조 개선) 경영’.

다소 이질적인 두 단어는 최지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수석부대변인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의 첫 만남을 요약하는 단어다. 변호사인 최 부대변인은 지난해 5월 서울 서초동 윤 당선인의 자택에서 그를 만났다. 당시 윤 당선인은 두 달여 전 검찰총장직을 전격 사퇴하고 잠행하며 대선 출마를 고심하던 때였다. 윤 당선인과 최 부대변인 모두를 아는 법조인 선배의 손에 이끌려 그 자리에 참석한 최 부대변인은 윤 당선인이 손수 만들어 내놓은 김치찌개를 대접받았다고 한다.

이제는 유명해진 ‘윤석열표 김치찌개’를 음미할 찰나 식사 자리는 갑자기 진지한 세미나 자리로 바뀌었다고 한다. 국가 경제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쏟아내던 윤 당선인이 갑자기 최 부대변인에게 “ESG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했던 까닭이다. 당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서 객원교수로 일하며 관련 강의를 하던 최 부대변인은 이런저런 설명을 ‘장황하게’ 이어갔다. 최 부대변인은 “철 모르고 길게 말했는데도 윤 당선인은 내 얘기에 열심히 귀를 기울여줬다”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을텐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내 얘기를 못 알아들으면 어쩌지’라는 걱정을 하며 엄청 긴장했었다”고 웃었다.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최지현 수석부대변인이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브리핑룸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최 부대변인은 ‘잘나가는’ 법조인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32기)에 합격해 2003년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로펌인 김앤장에서 변호사로 일했다. 미국 유학을 다녀와 귀국한 2020년부터는 서울대 로스쿨 학생들을 가르쳤다. 게다가 친동생인 KBS 아나운서 출신의 연기자 최송현씨 덕에 나름 유명세도 있었다. 그야말로 ‘엄친딸’이었다.

그런 그에게 김치찌개 회동 이후 좋은 인상을 갖게 된 윤 당선인이 대선 출마 결심 이후 캠프에 합류할 것을 권유했고, 그는 단번에 캠프 합류를 결심했다. 최 부대변인은 “그간 배워온 걸 윤 당선인 밑에서 실제로 구현해보고 싶은 마음과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맞물린 결과”라고 결단 이유를 설명했다.

당초 규제 완화 등 정책 관련 업무를 주로 하던 최 부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첫 캠프 대변인이었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지난해 6월 불미스러운 일로 하차하면서 갑작스레 윤 당선인의 ‘입’ 역할을 하게 됐다. 시작은 ‘임시’ 부대변인이었지만 나중에는 임시 꼬리표를 떼더니 경선과 본선 과정을 거쳐 대선 승리 뒤 인수위에서도 부대변인으로 활약하고 있다. 최 부대변인은 “로펌에서 공보 업무를 맡은 적이 있어서, 뭐라도 돕겠다는 심정으로 대변인 일을 맡은 것이 내 삶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최 부대변인의 존재가 대중적으로 부각된 건 윤 당선인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몰아치던 지난해 12월이었다. 당시 허위 이력 논란 등으로 김 여사는 대국민 사과를 했고, 그 때부터 최 부대변인은 김 여사의 공식·비공식 일정을 수행하며 김 여사의 입장을 대변하는 역할을 겸했다. 최 부대변인은 “김 여사는 인간극장이나 동물농장 같은 프로그램은 마음 아파서 못 볼 정도로 세상을 보는 눈이 따뜻하다”며 “제게도 밥은 먹고 다니는지 항상 묻고, 늘 저를 살피는 맏언니 같은 존재”라고 소개했다.

지난달 4일 김 여사가 대선 사전투표를 할 때 동행한 사람도 최 부대변인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당색에 맞춰 빨간 양말을 신고 빨간 무늬 스카프를 두른 김 여사의 패션은 큰 화제가 됐다. 최 부대변인은 “김 여사가 워낙 물건을 잘 안 버린다. 그날 목에 두른 것도 정말 오래된 스카프라더라. 가까이서 보면 보풀이 일어난 것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경호견과 찍은 사진에 나온 버건디 색 후드 티도 평소에 ‘이렇게 편한 게 없다’며 거의 매일 착용하는 옷”이라며 “사전투표 때 신은 운동화는 수년 전 인터뷰에서도 포착된, 오래된 아이템”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여사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당시 왼편에서 김 여사를 보좌하고 있는 최지현 부대변인.

김건희 여사가 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1동 주민센터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당시 왼편에서 김 여사를 보좌하고 있는 최지현 부대변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의 배우자 김혜경씨의 공금 횡령 의혹이 대선 때 불거졌을 때 ‘국고손실 범죄’로 규정하며 맹공을 펼친 것도 최 부대변인이었다. 최 부대변인은 “공권력 사유화, 혈세 횡령을 가볍게 생각하고 어떻게든 무마해 버리려는 민주당의 모습을 보고 진실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생각해 했던 행동”이라고 말했다.

최 부대변인은 평소 말이 많아 ‘투머치토커’로 불리는 윤 당선인의 업무 방식이 자신에게 잘 맞는다고 했다. 그는 “윤 당선인은 대선 경선 당시 캠프를 찾아 정책을 꼼꼼히 챙기고 연설문 단어 하나하나도 자신의 언어로 바꿔서 말하곤 했다”며 “정확한 의도를 알려주는 리더를 선호하는 나에게는 딱 맞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무자와 연구자로 지낸 기간 동안 늘 지속가능한 사회와 제도의 방향에 관심을 둬왔다”며 “앞으로 어떤 자리에 있더라도 경험을 바탕으로 힘닿는 데까지 윤석열 정부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새 정부 출범 뒤 대통령실에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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